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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관 시인의 시 '가오리 날아오르다'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08월 05일
가오리 날아오르다


장옥관
↑↑ 장옥관 시인
ⓒ GBN 경북방송




경주 남산 달밤에 가오리들이 날아다닌다
아닌 밤중에 웬 가오리라니

뒤틀리고 꼬여 자라는 것이 남산 소나무들이어서
그 나무들 무릎뼈 펴 둥싯, 만월이다

그럴 즈음 잡티 하나 없는 고요의 대낮이 되어서는 꽃, 새, 바위의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고 당신은 고요히 자신의 바닥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그때 귀 먹먹하고 숨 갑갑하다면 남산 일대가
바다로 바뀐 탓일 게다

항아리에 차오르는 달빛이 봉우리까지 담겨들면
산꼭대기에 납작 엎드려 있던 삼층 옥개석이 주욱, 지느러미 펼치면서 저런, 저런 소리치며 등짝 검은 가오리 솟구친다
무겁게 어둠 눌러 덮은 오랜 자국이 저 희디흰 배때기여서
그 빛은 참 아뜩한 기쁨이 아닐 수 없겠다

달밤에 천 마리 가오리들이 날아다닌다

골짜기마다 코 떨어지고 목 사라진 돌부처
앉음새 고쳐 앉은 몸에
금강소나무 같은 굵은 팔뚝이 툭, 툭 불거진다

-장옥관 시집『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랜덤하우스코리아,2006)



[이종암 시인의 시 해설]

경주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봉황대뮤직스퀘어에서 ‘여름 맞이 특별공연’이 계속 이어진다. 8월 1일 변진섭의 미니콘서트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인순이와 한혜진, 서울아트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는 시민음악회, 22일에는 경주 연예인 Big Show, 29일에는 이정선과 남궁옥분의 특별공연이 이어진다. 봉황대뮤직스퀘어는 2011년부터 시작된 도시문화콘텐츠이다. 대중음악, 클래식, 전통문화공연이 매년 4월부터 9월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8시에 봉황대 앞 특별무대에서 펼쳐진다.
요즘같이 무더운 날, 밤에 경주를 찾아가는 것도 참 재미난 추억을 만들 수가 있을 것이다. 보문호수나 배반들판 한 가운데의 진평왕릉, 안강 육통리의 흥덕왕릉, 서출지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밤에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은 피서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보름달이 떠 있는 날에는 경주남산에 올라가는 야간 산행도 권하고 싶다. 경주 남산 달밤에 가오리들이 날아다닌다, 라는 장옥관의 시를 읽어보자.
장옥관의 넷째 시집『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랜덤하우스코리아,2006)에는 활달하고 폭발적인 상상력의 공간이 질펀하게 펼쳐져 있다. 제15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작 「가오리 날아오르다」도 역시 그렇다. 경주 남산과 만월(滿月)이 장옥관 시인의 활달한 상상력을 만나 살아 꿈틀대는 생명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둥싯, 만월이 떠오르듯 장옥관의 활달한 상상력으로 남산 산비탈의 삼층석탑 옥개석이 검은 가오리가 되어 지느러미를 활짝 펴며 하늘을 난다. 그러자 금세 경주 남산이 바다로 바뀌고, 코 떨어지고 목 잘려나간 돌부처들의 몸 여기 저기에 생명의 핏줄이 툭, 툭 불거지고 있다. 마치 사물들이 달밤에 요강 들고 체조하듯 생명의 잔치 마당이 한바탕 연출되고 있다. 이런 장옥관의 시를 두고 故 김양헌 문학평론가는 “종횡무진 날아오르고 솟구치는 동사들의 역동성은 시인의 깨달음을 명상의 산사에서 신명나는 난장으로 옮겨놓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책머리에 “말과 말 사이에 숨을 불어넣고 싶었다.”는 장옥관 ‘시인의 말’처럼 그에게 시는 자신의 삶과 몸에 피어나는 ‘꽃’이다.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언어가 꽃으로 변주되는 그것이 시(詩)라는 예술이 아닐까.
오늘이 음력 7월 7일인 칠석날이다. 밤하늘의 저 반달은 이제 점점 배가 불러오겠다. 돌아오는 8월 10일(일)이 음력 7월 15일로 백중날이다. 지인들과 몇몇이 작당을 하여 경주 남산 달밤을 오르면서 밤하늘을 날고 있는 가오리들을 만나보면 어떨까.





시인 장옥관은 1955년 경북 선산에서 태어나, 계명대학교 국문학과와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1987년『세계의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황금 연못』『바퀴소리를 듣는다』『하늘 우물』『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와 동시집『내 배꼽을 만져보았다』가 있다. 김달진문학상, 일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 해설 이종암 시인(포항)-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08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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