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원시인 "용산(龍山)에서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5년 01월 06일
| | | ↑↑ 오규원 시인 | ⓒ GBN 경북방송 |
용산(龍山)에서 오규원 詩에는 무슨 근사한 얘기가 있다고 믿는 낡은 사람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 詩에는 아무 것도 없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은 우리의 生밖에 믿고 싶어 못 버리는 사람들의 무슨 근사한 이야기의 幻想밖에는. 우리의 어리석음이 근사한 이야기의 意志와 理想 속에 자라며 흔들리듯 그대의 사랑도 믿음도 나의 詐期도 詐期의 확실함도 확실한 그만큼 확실하지 않고 근사한 풀밭에는 잡초가 자란다. 확실하지 않음이나 사랑하는 게 어떤가. 詩에는 아무 것도 없다. 詩에는 남아 있는 우리의 생밖에. 남아 있는 우리의 생은 우리와 늘 만난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게. 믿고 싶지 않겠지만 조금도 근사하지 않게. 시집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중에서
오규원 시인
1941년 경남 밀양에서 탄생 2007년 65세로 타계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분명한 사건>등 10여권의 시집외 시선집<한잎의 여자> 시론집<현실과 극기>, <언어와 삶>등과 <현대시작법>등이 있음. 서울예술대학교 문창과 교수 역임했음. 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상 등 수상.
시감상
시인은 시에는 무슨 근사한 이야기가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살고 있는데 그런 사람을 낡다고 했다. 시가 마치 신화라도 되는 것처럼, 신화를 믿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 것이 신기하다는 것처럼. 시를 믿는 사람은 자꾸만 줄어들지 모르지만 이상하게도 시를, 시 같은 것을 쓰는 사람은 더 많이 늘어난다. 좋은 현상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 분명히 좋은 형상이라고 본다. 시는 믿지 않아도 보는 사람은 없어도 쓰는 사람은 많다. 시는 근사하니까. 그런데 근사하지 않다고 한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는 우리 생 밖에 없다고 비틀어 놓았다. 시가 근사한 환상이고 나의 사기이고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어도 사실은 우리 생이 있어서 근사한데. 그래서 시는 근사하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렇게 믿고 삽시다. <김광희>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5년 0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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