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25 오후 04:21:5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오규원시인 "용산(龍山)에서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5년 01월 06일
↑↑ 오규원 시인
ⓒ GBN 경북방송


용산(龍山)에서
                                        오규원
 
 
 
詩에는 무슨 근사한 얘기가 있다고 믿는
낡은 사람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 詩에는
아무 것도 없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은
우리의 生밖에
 
믿고 싶어 못 버리는 사람들의
무슨 근사한 이야기의 幻想밖에는.
우리의 어리석음이 근사한 이야기의 意志와 理想 속에 자라며 흔들리듯
그대의 사랑도 믿음도 나의 詐期도  詐期의 확실함도
확실한 그만큼 확실하지 않고
근사한 풀밭에는 잡초가 자란다.
 
확실하지 않음이나 사랑하는 게 어떤가.
詩에는 아무 것도 없다. 詩에는   
남아 있는 우리의 생밖에.
남아 있는 우리의 생은 우리와 늘 만난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게.
믿고 싶지 않겠지만  
조금도 근사하지 않게.
                                              시집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중에서


오규원 시인

1941년 경남 밀양에서 탄생 2007년 65세로 타계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분명한 사건>등 10여권의 시집외 시선집<한잎의 여자>
시론집<현실과 극기>, <언어와 삶>등과 <현대시작법>등이 있음.
서울예술대학교 문창과 교수 역임했음.
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상 등 수상.

시감상

시인은 시에는 무슨 근사한 이야기가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살고 있는데 그런 사람을 낡다고 했다.
시가 마치 신화라도 되는 것처럼, 신화를 믿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 것이 신기하다는 것처럼.
시를 믿는 사람은 자꾸만 줄어들지 모르지만 이상하게도 시를, 시 같은 것을 쓰는 사람은 더 많이 늘어난다. 좋은 현상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 분명히 좋은 형상이라고 본다.
시는 믿지 않아도 보는 사람은 없어도 쓰는 사람은 많다.
시는 근사하니까.
그런데 근사하지 않다고 한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는 우리 생 밖에 없다고 비틀어 놓았다. 시가 근사한 환상이고 나의 사기이고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어도 사실은 우리 생이 있어서 근사한데. 그래서 시는 근사하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렇게 믿고 삽시다.
<김광희>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5년 01월 06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메타세쿼이아 연두` / 정서희 시인..
무산중·고등학교 전교생, 박목월 생가 찾아 체험학습..
경주시맨발걷기협회 출범식 및 제1회 선덕여왕길 벚꽃맨발걷기 성료..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정남진에서 / 황명강 시인..
경주시, 2024년 주민공동체 공모사업 비전 선포..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문화유산 시리즈 5권 발간..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은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경북교육청, 몽골 총괄교육청과 R컴퓨터 나눔 협약식 가져..
경상북도의회, 2024년도 청소년의회교실 본격 시동..
하이엠케이(주) 구미 알루미늄 소재 공장 착공식 개최..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어정역 계단에 물고기가 누워 있다 숙취에 절은 움직임에 .. 
황명강 시 정남진에서.. 
메타세쿼이아 연두 ..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