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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동희 시인 "나는 타일"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5년 04월 04일
↑↑ 나온동희
ⓒ GBN 경북방송













나는 타일

나온동희


 
나는 오늘 최대한 타일
 
묵언하는 창들의 그림자만큼이나 경건한 얼굴을 하지
별들을 바라보는 건 내 스타일이 아냐
 
따뜻한 털을 가진 얼룩고양이 눈동자처럼
성운에서 반짝이던 기억 혹은
자두가 나무에서 막 떨어지던 때의 아찔한 소용돌이는
이제 생각하지 않아
 
대신 오른편에서 왼쪽이거나
앞에서 뒤로 서성거리던 부드러운 옆선으로
 
구김 없이 반듯한 나의 흰 핏줄 사이사이로 유영해오는
 
저 구석들의 붉은 지느러미를 한 번씩 씩 쓰다듬는
거룩한 이 저녁엔
막 시작된 봄처럼 폼을 잡지
 
그리고 나의 시선은 수평적이어서 별들 따윈 끌어들이지 않는다고
품위 있게 생각하기도 하지
 
오늘밤 이 구석들의 비늘들이 천개의 내 눈에 가득하다


 

작가약력

나온동희
서울 출생
2012년 진주가을문예 시 당선



시감상

화장기 없고 곱슬곱슬한 머리를 한 평범한 아줌마스타일의 그녀는 언제나 그녀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지기를 원하는 가. 그녀처럼 차가운 벽에 흰 핏줄 같은 띠를 두르고 비늘 같은 타일 조각들이 가지런히 붙어 있는 선을 쓰다듬어 본다. 나는 오늘 최대한 타일이라면서 묵언하는 창 너머 멀리 바라보이는 별을 꿈꾸지 않는다는 말 속에서 항상 소용돌이치는 열정의 내면이 보인다. 긍정적이면서 순응하는 그 부드러움 속에서 봄처럼 들뜨는 잔잔한 흔들림을 본다.
그녀가 좋아하는 붉은 눈 성운 얼룩고양이나 상큼한 자두 맛 같은, 오래전 생각이 평범한 타일들을 통해서도 오른 쪽이거나 왼쪽으로 서성거리던 옆선으로, 반듯한 흰 핏줄 사이로 그 소용돌이가 유영해 온다는, 예사롭지 않은 문장을 툭툭 던진다. 그렇게 그녀는 일상에서 새로운 생각을 끌어내고 있다.
우리들은, 특히 아줌마들은 늘 하는 일상에서 자신을 나타내기 어렵다. 벽에 붙어 있는 타일처럼 그 자리에 있는 것으로서 그 존재의 가치가 충분하듯이, 늘 하는 일이 자신을 나타내는 일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자존감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종종 내 자신이 있기나 한 것인지를 의문을 가지다가도 타일을 만지는 작은 일상에서도 구석까지 뻗은 붉은 지느러미를 쓰다듬는 기분을 느낀다. 그런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 땐 최대한 부풀을 수 있어 행복할 수 있다. 행복을 큰 것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결코 폼 나는 일이 아닌 가장 현실적인 것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찾는 상큼한 그녀여, 룰루랄라! (김광희)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5년 04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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