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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호 시인"신문지 밥상"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5년 07월 25일
 
↑↑ 김일호 사진
ⓒ GBN 경북방송 


신문지 밥상

김일호

교자상은 아니라도

개다리상 쯤은 되어야 하는데

다리 하나 세우지 못해

시멘트 바닥에 배를 깔고

석유 냄새나는 찬

아침저녁 차려 올린 지 몇 해

때론 배추 속 같은 풋풋한 찬도

올린 적 없진 않았겠지만

너의 입 맛 제대로 맞춘 기억 아득하다

컴컴한 목구멍 속, 깊고 질긴 허기와

나무젓가락 같은 팔뚝

힘들었구나

봉급이 몇 달째 나오지 않았다는

푸념을 받아든 내가

차마 너의 밥그릇이 엎어졌다는 소식만은

올리지 못하겠다



이 찬을 어떻게 하나

내 몸에 떨어진 라면 국물과

김치 쪼가리와 함께

욕지거리 몇 점까지 받아

둘둘 말아 버리고져 한다



다시는 날 찾지 말고

합판 쪼가리라도 주워

없는 찬이나마

반듯하게 차려 자시게




작자 약력

경주출생,
2007년 근로자문학상 수상, 2008년 경남신문 신춘 시 당선,
2015년 경상북도문예진흥기금 수혜, 경주문협회원, 시in 동인.



시감상


지하철이나 역 대합실 구석 시멘트 바닥에 신문을 깔고 식사를 하거나 누워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잘 차린 교자상은 고사하고 안짱다리 개다리상도 아닌 석유냄새 나는 신문기사를 찬으로 먹는 밥상이라니, 그 상의 곤궁함이 짐작이 된다.

오늘은 입맛 돋우는 찬이 없을까, 조석으로 올라오는 기사를 꼭꼭 씹어 음미하는 걸 본다. 한 때는 아침저녁으로 입맛 돋우는 기사나 배추 속 같이 풋풋한 찬으로 올린적도 있었지만 세월호 사건에 이어 메르스까지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없으니 입맛까지 배려해 준 기억이 몇 년째인지 아득하다.

봉급이 몇 달째 나오지 않았다는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무젓가락 같이 야윈 팔을 보니 허기와 궁핍이 어느 지경인지 알겠는데 그 회사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까지 차마 올릴 수 없다. 그가 그 찬을 맛보기 전에 어서 라면 국물과 김치쪼가리 함께 둘둘 말아 상을 거두어야겠다.

이 상을 받는 그대여, 다시는 이런 신문지 밥상이 아닌 버젓한 밥상을 자신에게 차려 주기를 바란다. 자신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라야 미래가 있지 않을까.
그 바닥에 깔린 신문지 밥상의 눈으로 한 노숙자를 바라보는 측은지심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온다.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5년 0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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