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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희 시인"벽시계"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5년 10월 06일
ⓒ GBN 경북방송



















벽시계

강지희

한 소녀가 우물곁에 서 있네요
1시는 한 두레박의 초록을
2시는 두 두레박의 단풍을 퍼 올리고
소녀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는데
우물은, 글쎄 늙지도 않네요

한 여자가 우물곁에 서 있네요
3시는 세 두레박의 스치는 햇살을
4시는 네 두레박의 물빛 낮달을 퍼 올리고
여자는 조금씩 노파가 되어 가는데
우물은, 어쩌면 늙지 않을까요

벽에 걸린 낡은 우물에서
출렁출렁 흘러나온 세월이
아이를 잡아먹고
여자를 잡아먹고
노파를 잡아먹는 동안
세상에, 우물은 아직도 그대로네요






〔시작노트〕


마농의 샘에 앉아


어릴 적 우리 집 마당 한켠엔 우물이 있었다. 나는 우물 속을 들여다보기를 좋아했다. 눈동자처럼 해맑은 수면 위로 그리운 것들이 흘러갔다.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이 흘러가고 해와 달이 흘러갔다. 어떤 날엔 마농의 샘 같은 심연 속으로 한없이 익사하기도 했는데 그럴 땐 밤새 신열을 앓았다. 고향을 떠나고 난 뒤 우물은 내 안의 마당에 자리 잡았다. 슬플 때나 외로울 때 나는 자주 내 안의 우물을 들여다본다. 그 속엔 단발머리 계집애가 있고 흰 목련나무가 있고 검은 고양이가 있고 저문 들녘에서 돌아오는 아버지가 있다. 풍경은 흘러도 내 안의 우물은 늙지 않았다. 시간의 블랙홀 같은 그곳에서 나는 사색의 두레박으로 푸른 시어를 길어 올린다. 영원히 마르지 않는.(강지희)



작가 약력

경북 영천 출생

200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페이퍼로즈 종이접기 창작교실 운영

시in 동인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5년 10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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