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봄날에 / 윤제림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입력 : 2015년 11월 09일
봄날에
윤제림
아파트 화단 앞 벤치에 동네 할머니 서넛이 모여앉아 유모차에 실려나온 갓난아이 하나를 어르고 있습니다. 백일이나 됐을까요. 천둥벌거숭이 하나를 빙 둘러싸고 얼럴럴 까꿍, 도리도리 짝짝꿍 난리가 났습니다. 배냇짓을 하는지 사람을 알아본다며 박수를 치고, 옹알이를 하는지 사람의 소리를 낸다며 아이들처럼 좋아합니다. 조금 전까지 한창이던 동남아 관광 얘기는 쑥 들어갔습니다. 할머니들은 지금 저 어린 나그네가 떠나온 나라에 대해 묻고 싶은 게 많은 모양입니다. 떠나야 할 길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은 모양입니다. 거기도 봄인지, 눈도 녹고 길도 좋은지. 거기까지 늙은이 걸음으로는 얼마나 걸리는지.
이령 시인의 시 읽기(3)
| | | ↑↑ 이령시인 | ⓒ GBN 경북방송 | |
저 나라에서 이 나라로 막 도착한 '저 어린 나그네'! 아기는 지금 막 이 나라로 온 나그네이고 할머니들은 곧 저 나라로 떠나야할 나그네들이겠다.
개괄묘사로 이루어진 전반부는 아파트 화단 앞 벤치의 풍광을 그리며 아기에 대한 순수예찬을 그리고 있다면 세밀묘사로 이루어진 후반부는 할머니들이 곧 맞이할 삶의 마무리에 대한 인간 일생의 연민을 그리고 있다.
아기와 할머니들의 정확한 대칭을 보여 주면서 생의 출발(이 나라)과 생의 마감(저 나라)의 의미를 독자에게 던지고 있다. 사유의 진폭이 광활하다.
@ 이처럼 윤제림 시인의 시편들은 선택과 집중!이 잘된 깨끗한 생활화의 한 폭을 보이는 것 같다. 참! 따스한 시편들이다 |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 입력 : 2015년 11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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