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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이사 /원동우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입력 : 2015년 11월 30일
이사

원동우


아이의 장난감을 꾸리면서
아내가 운다
반지하의 네 평 방을 모두 치우고
문턱에 새겨진 아이의 키 눈금을 만질 때 풀썩
습기 찬 천장벽지가 떨어졌다

아직 떼지 않은 아이의 그림 속에
우주복을 입은 아내와 나
잠잘 때는 무중력이 되었으면
아버님은 아랫목에서 주무시고
이쪽 벽에서는 당신과 나 그리고
천장은 동생들 차지
지난번처럼 연탄가스가 새면
아랫목은 안되잖아, 아, 아버지

생활의 빈 서랍들을 싣고 짐차는
어두워지는 한강을 건넌다(닻을 올리기엔
주인집 아들의 제대가 너무 빠르다) 갑자기
중력을 벗어난 새떼처럼 눈이 날린다
아내가 울음을 그치고 아이가 웃음을 그치면
중력을 잃고 휘청거리는 많은 날들 위에
덜컹거리는 서랍들이 떠다니고 있다

눈발에 흐려지는 다리를 건널 때 아내가
고개를 돌렸다, 아참
장판 밑에 장판 밑에
복권 두 장이 있음을 안다
강을 건너 이제 마악 변두리로
우리가 또 다른 彼岸으로 들어서는 것임을
눈물 뽀드득 닦아주는 손바닥처럼
쉽게 살아지는 것임을

성냥불을 그으면 아내의
작은 손이 바람을 막으러 온다

손바닥만큼 환한 불빛
 
이령 시인의 시 읽기(7)/이령
 
ⓒ GBN 경북방송

가난한 삶의 서글픈 상황을
해학적으로 감싸 안는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1993년 세계일보 신춘 당선작인 [이사]는
서민의 지난한 삶을 슬프게만 보지 않고 장판 밑에 두고 온
복권 두 장을 기억해 내는 해학을 보여준다.
보호의 대상이던 아내가 마지막에는 삶의 보호막이 되는 반전도 감동적이다.
묘사와 진술의 적절한 매치가 신선하다. 가족애가 훈훈하게 다가온다.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입력 : 2015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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