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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 초록 혀 / 김유섭 시인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입력 : 2016년 08월 13일
초록 혀


김유섭


비가 내리면
입을 벌려 빗방울을 받아먹는다.

혀를 길게 내밀고 부드러운 온도를 느낀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일까.
머리를 끄덕여본다.

빗방울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그런 날은 잠이 초록이어서 한 번도 깨지 않을 수 있다.
맨발이어도 발이 아프지 않다.

누군가에게 겁내지 않고
말을 걸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
공원 의자에 앉아, 거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입을 벌려 온몸으로 혀를 내민다.

마르고 딱딱한 허공을 뚫고
보이지 않는 빗방울에 닿으려고 버둥거린다.




*고백하자면 나는 세상에 잘 적응을 못하고 있다. 넘어지면 무릎이 깨지는 콘크리트가 싫다. 매연 냄새 가득한 도시의 공기에 숨이 막힌다. 어디를 가도 풀 하나 자라지 않는 길이 무섭고 꽃집에 진열된 뿌리 잘린 꽃들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인사도 없이 스쳐가는 모르는 사람들이다. 비가 내리면 미꾸라지가 빗물을 타고 오르던 들판이 그리운 것은 진화가 느린 내가 창궐하는 문명에서 도태되어가고 있는 탓일까? -글, 김유섭(시인)


↑↑ 김유섭 시인
ⓒ GBN 경북방송














[시가 있는 아침을 3개월간 김유섭 시인이 맡는다.
김유섭 시인은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2011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3년 시흥문학상, 2014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및 김만중 문학상을 수상했다.
2015년 평론으로도 등단해 활동 중이며, 시집 '찬란한 봄날'을 펴냈다.-GBN경북방송-]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입력 : 2016년 0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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