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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슬 시인- '백(白)사막에서 시를 읽는 밤*'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입력 : 2010년 08월 20일
ⓒ GBN 경북방송



백(白)사막에서 시를 읽는 밤*



김구슬




사막의 별에는
뮤즈의 날개가 있다

거친 바람과 강렬한 태양이 빚어낸
기이한 형상의 하얀 모래 언덕들.
달빛에 표백된 백사막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시를 읽는 밤의 향연

백사막에도 어둠은 찾아온다
그림자 길어지자
불멸의 조각품들이 하늘로 솟구친다
초생달과 사막의 정령들이
마법의 입맞춤을 시작한다

왕들의 계곡으로부터 들려오는
유령들의 속삭임에 화답하듯,
이카러스의 추락인가? 사하라 사막에서
람세스 2세의 웅혼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 이름은 오지만디어스, 왕중왕이로다.”**

폐허의 사막에서
파라오의 영광과 허무의 아이러니를 읽는다

별빛이 바람에 실려 시가 된다
〈오지만디어스〉 〈정희 고모〉 〈루시〉
약 3000 여 년 전의 오지만디어스가
최초의 화석 인류 루시와
현대판 루시 정희 고모를 불러온다

청중은 시인이 되어
오지만디어스, 루시, 정희 고모가 된다
쏟아지는 별들이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질문을 던진다
오늘밤 사막에는
황량함도 풍요로 만드는 신비가 있다
새벽이면 스러지는 별들의 전율

사막 한 가운데서
추위에 떨며 설핏 든 선잠 사이로
하얀 돌기둥이
해골바가지를 쓰고
불멸의 푸른 춤을 추고 있다

멀리서 커다란 눈동자가
뿌연 구름을 뚫고
마술처럼 여명의 미소를 짓는다




* 카이로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지점에 바하리야 오아시스가 있다. 2010년 1월 23일 우리들은 바하리야로부터 200km 정도 떨어진 백사막에서 시 낭송회를 가졌다. 〈오지만디어스〉는 본인이 그리고 〈정희 고모〉와 〈루시〉는 함께 참여한 시인들이 읽은 시이다.

** 영국 낭만주의 시인 셸리(Percy Bysshe Shelley)의 소네트 “Ozymandias”의 일부. 오지만디어스는 왕좌를 뜻하는 그리스어로 여기서는 이집트 최고의 파라오인 람세스 2세를 지칭한다.




김구슬 시인
경남 진해 출생.
2009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저서로 《T.S. 엘리엇과 F.H. 브래들리 철학》 외 다수.
현재 협성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입력 : 2010년 0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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