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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룡의 세상 보기(337)

입향순속
진혜인 기자 / hyein2314@naver.com입력 : 2018년 04월 02일
ⓒ GBN 경북방송

'입향순속(入鄕循俗)'은 그 고장에 가서는 그 고장의 풍속을 따르라는 뜻입니다.

이는 회남자(淮南子) 제속편의 이야기이며 중용(中庸)의 ‘부귀에 처하면 부귀를 향하고, 빈천에 처하면 빈천을 행하라’도 비슷한 뜻입니다. 서양속담에‘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도 일맥상통하지요.
ⓒ GBN 경북방송

주변환경에 따라 바로 바로 색을 바꾸는 변장의 명수가 카멜레온입니다.

카멜레온은 네 다리와 나뭇가지에 매달릴 수 있는 강한 꼬리를 가지고 나무 위에서 살고 그 혀는 머리와 몸통을 합친 길이보다 깁니다. 양쪽 눈은 각각 360도로 움직이는데 평상시에 한쪽 눈은 앞을 보고 다른 눈으로는 주변에 천적이 있는지를 살피며 사냥을 할 때는 거리 측정을 위해 두 눈이 동시에 먹이를 향합니다. 몸의 빛깔은 빛의 강약과 온도, 감정의 상태에 따라 바뀌고 서로 간의 의사소통도 피부의 색으로 합니다. 두려울 때는 어두운 색으로 변하고 죽을 때도 바뀌는 등 매 순간 색이 다르니 카멜레온의 본래 색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톤 체호프의 소설 '카멜레온'에서 권력 앞에 비굴하게 말을 바꾸는 주인공 오추멜로프를 카멜레온이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 GBN 경북방송

‘미국에서 코카콜라, 중국에서 와하하’로 불리며 중국 음료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와하하의 3대 경영전략은 '입향순속(入鄕循俗), 영선반보(領先半步), 측익진공(側翼進攻)’입니다. 영선반보는‘반 걸음씩 앞에 나가야 성공한다’, 측익진공은‘정면이 아니라 측면에서 공격하라’입니다. 여기서 입향순속은 '현장에 맞는 전략을 추진하라'는 뜻이며 세상 사람들이 자기의 가치관만 옳은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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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각국으로 수출하는 현대, 기아의 자동차 모델은 바탕은 비슷하지만 각국의 특성에 맞게 현지 전략형 디자인으로 개발하여 출시되고 맥도날드와 같은 프랜차이즈 역시 각 나라마다 특별한 메뉴가 있는 등 글로벌 기업이 현지의 특성에 맞게 추진하는 '현지화 전략'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 GBN 경북방송

다른 이야기지만, 최근에 제가 좋아하는 지인의 아들 혼례에 늦게 도착해 축의금을 내미니 축의금 접수를 맡은 젊은 청년이 축의금 봉투에 쓰인 제 이름을 물어왔습니다. '한자여서 몰랐구나' 생각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식사권을 받았습니다. 그 때 어느 잡지에서 읽은 글이 생각났습니다. 친구 아들 결혼식에 가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축하를 하고 돌아왔는데 다음에 만난 혼주로부터‘너 요즘 어려운 모양이지?’라는 핀잔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축의금을 내지 않았다고 했으며 나중에 확인한 결과 접수대의 젊은 친구들이 축의금 봉투의 한자이름을 몰라‘???’로 표시하는 바람에 명단에 없는 줄 알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요즘은 이름이 한자로 인쇄된 명함을 내밀면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뒷면에 영어로 표기되었는지 확인해보고야 알게 되는 것을 종종 봅니다.

거리의 간판을 보면 모두 한글이거나 영어입니다. 한글로 된 간판도 사실은 영어를 한글로 표기한 것도 많지요. 그렇지만 한자는 거의 없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저도 경조금 봉투와 명함의 이름을 한글로 바꾸었습니다. 이것도 한자를 모르는 사람을 위한 입향순속이겠지요?

한자는 중국의 글자가 아닙니다. 오늘날 중국, 한국, 일본 등의 지리적 범위에서 이어온 동북아의 공통글자이자 언어입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인들은 간체를 배우고 우리도 정규교육과정에서 한자를 많이 배우지 않으니 사실상 원래 그대로의 한자를 제대로 쓰는 국가는 일본밖에 남지 않은 격입니다. 중국인들이 중국에서 시작된 수많은 동양고전을 배우러 북경대가 아닌 동경대에 가야 한다고 하니 한자를 잊어가는 것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하지만 씁쓸함은 감출 길이 없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앞날을 위해 영어를 배우지만 우리의 고유한 역사를 조금씩 잊을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글로벌 시대에 적응하면서도 잊지 않아야 할 것들은 잘 지켜야겠습니다.
진혜인 기자 / hyein2314@naver.com입력 : 2018년 04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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