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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룡의 세상 보기(331)

학습과 가족
진혜인 기자 / hyein2314@naver.com입력 : 2018년 02월 19일
ⓒ GBN 경북방송

짧은 설날 연휴 동안 여러 곳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추석까지는 시골에 계신 어머님을 모시고 와서 차례를 지낸 뒤 다시 모셔다 드렸는데 이번부터 어머님이 멀미 때문에 차를 타지 못하겠다 하셨습니다. 연휴 첫날 어머님을 모시고 오던 시간에 서점을 찾았더니 그 곳에도 사람이 많았습니다. 서점에 들어서자 보고 싶은 책, 봐야 할 책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습니다. 물론 관심 있는 분야에 눈과 손이 먼저 갔습니다. 의자에 앉아 책의 주요내용을 보며 몇 권을 구입했습니다. 그 중에 '학(學)의 시대는 가고 습(習)의 시대가 온다' 는 부제의『습의 시대』를 그믐날 읽었습니다. '학습'은 논어의 첫 구절인‘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에서 유래되었으며 배우고 익힘을 뜻합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지식은 말과 글 그리고 그림 등의 형태로 표시되는 명시적 지식인 學과 자신의 몸에 익히는 내재적 식인 習으로 나뉘며 둘을 합쳐 학습이 되죠. 수많은 책뿐 아니라 인터넷에도 정보가 차고 넘치니 이제 학의 시대는 가고 그 지식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 상황에 맞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인 습의 시대가 온다는 것이 책의 줄거리였고 읽는 내내 많이 공감했습니다.
ⓒ GBN 경북방송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발표한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심리학자 엔더스 에릭슨이 베를린의 음악학교 바이올린 전공학생들의 연습량을 조사한 결과 최고 수준의 학생은 7410시간, 잘하는 수준의 학생은 5301시간, 음악교사가 목표인 학생은 3420시간이었습니다. 오롯이 혼자, 스스로 해야 하는 습이 학보다 더 중요합니다. 우리가 멘토를 만나지 않고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은 독서이지만 그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는 '습'의 시간에 따라 앎의 깊이는 다르겠지요.
ⓒ GBN 경북방송

설날 아침이 되어 차례를 지낼 때 항상 계시던 어머님이 안 계셔서 기분이 짠했습니다. 그러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이지요. 평소보다 서둘러 시골에 가서 어머님께 세배를 올리고 어른들을 찾아 여러 곳을 향했습니다. 고종사촌이 사고로 입원하여 고모님 댁 식구들은 차례를 마치고 병원이 있는 천안 부근의 콘도로 갔다고 하여 매번 들르던 고모님 댁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1남 3녀를 둔 고모님 댁은 명절 때마다 시끌벅적 했는데 텅 비어 있을 집을 지나쳐오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입원하면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주며, 어른이 입원하면 자식들의 생활 패턴이 엉망이 됩니다. 

명절에 여러 집을 다녀보면 집집마다 다른 분위기가 있고 음식 맛도 다르지만 모두들 크고 작은 걱정 거리를 안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종류의 휴대폰을 갖고 있어도 쓰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른 앱들을 사용하고 그 용도도 천차만별인 것처럼 말입니다.
ⓒ GBN 경북방송

제사상에 오르는 많은 음식 중에 삼색나물이 있습니다. 도라지와 고사리 그리고 시금치입니다. 뿌리인 도라지는 흰색이며 할아버지 이전의 조상을 뜻합니다. 줄기인 고사리는 갈색이며 아버지와 나 그리고 아들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시금치는 푸른색 잎으로 손자 이후의 후손을 뜻합니다. 이런 의미의 삼색나물은 대를 잇는다는 뜻으로 상에 오르는 음식 중의 핵심입니다. 효는 '아들이 늙은 부모를 받든다'(老+子)는 뜻도 있지만 '씨앗이 열매를 맺는다'는 뜻도 있습니다. 흙 밑에 씨앗(土+丿+子)을 심고 열매를 가꾸는 것이 효이며, 말의 씨앗인 말씨를 비롯하여 글씨, 솜씨, 마음씨 모두가 씨앗의 결과인 열매입니다. 무릇 효도는 부모가 자기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을 자식들이 보고 배워 그만큼 하는 것이 정한 이치입니다.

이것이 바로 저절로 배우고 익히는 학습이겠지요.

제가 존경하는 한 선배님은 명절이 되면 며느리와 사위에게 정갈한 손 편지와 함께 용돈을 줍니다. 편지의 내용은‘고맙다. 덕분이다’라는 덕담과‘그 동안 잘한 것들’입니다. 그래서 며느리에게 감사문자와 술 기운을 빌린 사위로부터 고맙다는 전화가 자주 온다고 자랑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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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곳을 다니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몇 시간이 걸려서도 많은 이들이 어른들을 찾아 뵙느라 시골 구석구석의 도로에 많은 차량들이 들락거렸습니다.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면 명절증후군에 시달리겠지만 그래도 명절이 좋고 가족이 좋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각자의 자리에 맞는 학습을 열심히 합시다.
진혜인 기자 / hyein2314@naver.com입력 : 2018년 0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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