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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진의 역사산책(38회)

수로왕 납릉문 쌍어문의 물고기 목어, 목탁이 되다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5년 01월 05일
ⓒ GBN 경북방송

을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을미년을 시작하는 첫 주제는 어떤 것이죠?
오늘은 신년 정초에 절에 가는 풍경을 한 번 그려볼까요. 사찰 입구에 난 계곡을 따라 한 참을 가다보면 일주문이 제일 먼저 보이죠. 여기부터 사찰이라는 의미지요. 일주문을 지나면 사천왕문이 나오고, 천왕문을 지나면 목어와 운판, 범종, 법고를 걸어두는 전각이 있어요. 그것을 불전사물이라고 해요. 오늘은 그 불전사물, 특히 목어가 가지는 의미와 상징성에 대해서이야기 해 볼까 해요.

ⓒ GBN 경북방송

영주 부석사의 목어

네 큰 절에 가면 늘 사물(목어, 운판, 범종, 법고)을 볼 수 있지요. 그러나 무심코 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오늘 사물, 특히 목어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법고와 범종, 운판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집고 넘어갈 까요?

저녁 예불 시간에 울려 펴지는 법고소리 참으로 장엄하죠. 20대 초반 해인사에 머문 적이 있어요. 2년 정도 해인사 원당암이라는 곳에서 살았어요. 그 때 저녁 예불시간에 스님이 법고를 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네요. 서서히 신명이 오르고, 호흡이 빨라지고, 장삼에 땀이 배이기 시작하고.....장엄하면서도 무언가 신명을 일깨우는 듯한 소리.....

불전사물인 법고는 축생을 비롯한 땅 위에 사는 모든 중생들에게 불법(佛法)을 널리 전하여 번뇌를 물리치고 해탈에 이르게 한다는 상징이, 범종 소리는 우주의 모든 중생의 영혼을 제도할 뿐만 아니라 지옥에 빠진 중생들까지도 구제한다는 상징이 담겨 있어요. 운판은 공중을 날아다니는 중생을 제도하고 허공을 떠도는 영혼을 천도(遷度)한다는 의미를 지니죠.

그렇다면 오늘 주제로 잡은 ‘목어’가 불전사물로 사용되게 된 색다른 배경이 있나요?
네, 일반적으로 목어는 물속에 사는 모든 중생을 제도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목어가 목탁이 되고 불전사물의 목어가 된 연유에 대한 확실한 정설은 없어요. 기본적으로 몇 가지 설이 있다.

한 번 들어볼까요?
먼저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관점인데, 크게 보아 두, 세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백장청규(百丈淸規), 중국 당나라 백장 懷海스님이 정리한 선원 생활 규범』에 나오는 이야기다. 목어를 식당 혹은 행랑 등에 매달아 두고 길게 두 번 두드려 공양 시간을, 한 번 길게 두드려 대중에게 모일 시간을 알렸다고 한다. 당초 목어는 신호용 용구로 쓰였던 만큼 그 이름도 어고(魚鼓), 목어고(木魚鼓), 어판(魚板), 어방(魚梆), 또는 반방(飯梆) 등으로 불렸다고 해요.
또한 같은 책에 의하면 물고기는 언제나 눈을 뜨고 깨어 있으므로 그 형체를 취하여 나무에 조각하고 침으로써 수행자의 잠을 쫓고 혼미를 경책했다고 한다.

두 번째 설은요?
그럴듯한 전설이 전해온다. 중국의 어느 절에 고승이 있었는데 유독 한 제자만이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했다. 마침내 그 제자가 병에 걸려 죽은 후 등에 큰 나무가 솟아 있는 물고기로 환생했다. 등에 나무가 있으니 헤엄도 잘 못 치고 파도가 치면 피를 흘리는 등 고통스럽기가 이를 데 없었다. 어느 날 고승이 배를 타고 가는데 기이한 물고기가 뱃전에서 슬피 울고 있었다. 고승이 보니 그 제자가 환생한 물고기였다. 고승은 물고기의 등에 솟아 있는 나무를 제거해주었다.

그날 밤 고승의 꿈에 그 제자가 나타나 “저와 같이 생긴 물고기를 나무로 만들어 쳐주십시오. 그러면 물고기들이 그 소리를 듣고 해탈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감사를 표하였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물고기를 제도한다는 의미를 지닌 목어가 만들어졌다.
같은 이야기가 다른 버전으로 전하기도 해요. 스승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가 물고기로 화현한 제자가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고 수륙재(水陸齋)를 베풀어 물고기를 해탈하게 하였다. 물고기는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며 등에 있는 나무를 고기 모양으로 만들어 모든 사람들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도록 했다고 한다.

다른 전승도 있나요?
하나 더 있어요. 현장(玄奘)의 『지귀곡(指歸曲)』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전한다. 현장법사가 천축국(인도)에 구법여행을 갔다가 귀국하는 도중에, 한 장자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그 집 주인에게는 새 아내와 전처소생의 세 살 난 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 장자가 사냥하러 집을 비운 틈을 타서 이 아내가 평소에 미워하던 전처의 아들을 바다에 던져 버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장자는 매우 슬퍼하면서 아기를 위해 천도재를 올리려고 하던 참에 현장법사를 만나게 된다.

장자가 기쁘게 맞이하여 좋은 음식을 차려 놓고 먹기를 청하니 현장이 먹지 않고 말하기를, “내가 먼 길을 여행하느라고 몸이 지쳐 있는 관계로 물고기를 먹고 싶은데, 반드시 큰 물고기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장자는 즉시 사람을 보내 큰 물고기를 잡아오게 하였다.

얼마 후 큰 물고기가 잡혀왔다. 현장이 그 물고기 배를 가르자, 배속에서 아이가 나왔다. 아이를 꺼내주면서 현장은 “이 아이가 전생에 불살계를 가진 까닭으로 물고기에 먹혔으나 지금까지 죽지 아니하였다”고 말했다. 장자가 크게 기뻐하며 “어찌하면 이 물고기의 은혜를 갚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으니 현장이 답하기를, “나무로 물고기 모양을 조각하여 절에 걸어 두고 재를 올릴 때마다 두드리면 물고기의 은혜를 갚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목어가 사찰에 있게 되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물고기의 형상은 둥근 모양으로 단순화 되어 목탁(木鐸)이 되었고, 염불·독경·예불을 할 때에 쓰는 의식용구가 되었죠.

지금까지 이야기 하신 것은 일반적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아닌가요. 목어가 사찰의 중요한 의식용구로 사용되게 된 더 중요한 배경이 있나요?
네, 언젠가 제가 신어(神魚), 그러니까 두 마리 물고기를 신성한 물고기로 보는 문화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생해서 한반도까지 들어오는 과정에 대해서 설명한 것이 기억날 거예요. 수로왕릉 납릉문에 보이는 쌍어문은 남방루트를 통해 들어왔죠(수메르→앗시리아→인도→중국→가야).

ⓒ GBN 경북방송

네 기억나요. 지하생명의 원향에서 온 물고기 신이 있었죠. 인류를 창조한 것도 그 신이 담당했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네, 메소포타미아 초기 문명기에 엔키라는 신이 있었죠. 그는 대지의 신이자 지하에 있는 생명수를 관장했죠. 대홍수 이야기에서 그는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보를 주었어요. 성경에 나오는 대홍수 이야기도 그 이야기를 조금 각색한 것이라고 했잖아요. 성경의 하나님에 해당하는 엔키 신은 수메르~앗시리아~바빌로니아 문화에 물고기 복장을 한 신으로 묘사되어 있다. 엔키신을 묘사하던 물고기 복장이 현재 교황이 쓰는 주교관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도 했었죠.

그 물고기 신과 목어, 목탁이 관련 있다는 말인가요?
네, 메소포타미아의 대홍수 신화가 남으로 내려가 인도로 전해지죠. 인도로 전해져서는 대홍수 때 인류를 구한 우트나피쉬팀(노아)은 사라지고 물고기가 인류를 구해요. 인도에 전해지는 대홍수 전설에 따르면 대홍수가 일어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고 겨우 몇 사람만이 커다란 물고기의 도움으로 살아났어요. 때문에 인도문화, 특히 힌두문화에는 인류를 구원한 이 물고기가 신성한 동물로 숭배 받아요. 수로왕의 부인 허황후가 가야로 오면서 가져온 문장인 쌍어문도 이 물고기 숭배문화를 가져온 것이지요. 대홍수 때 물고기가 구해주어 살아남은 마누라는 인물의 70대 후손이 아요디아의 왕이 되었죠. 허황후의 친정이 아유타국이죠. 아요디아(아유타국)에서도 조상을 구해준 물고기를 신으로 숭배했어요. 그 쌍어문 물고기가 남방에서 가야로 전파되어 지금도 수로왕 납릉문에 새겨져 있다.

그 물고기(쌍어문으로 숭배되는)와 목어가 관련 있다는 말인가요?
힌두교도들이 숭배하던 물고기가 불교에 수용되면서 목어(木魚)가 되었어요. 힌두교와 불교가 대립하는 과정에 힌두교의 한 상징인 물고기가 부처님에게 굴복했대요. 굴복한 물고기는 그 벌로 등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박혀 고행을 하게 되죠. 고행 끝에 회개한 물고기는 부처님의 충실한 추종자가 되었어요. 그때 물고기에게 새롭게 주어진 임무가 독경시간을 때맞춰 알리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사찰에는 시간을 알릴 때 두들기는 목어가 있게 되었고, 목어를 들고 다닐 수 있게 축소한 것이 목탁(木鐸)이랍니다.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5년 0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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