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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진의 역사산책(43회)

김해 해은사 대왕각의 검은 돌의 비밀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5년 03월 10일
ⓒ GBN 경북방송

※오늘의 주제는 어떤 것이죠?
네 오늘은 돌(바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김해시내 북쪽에 분성산(327m, 김해의 진산, 봉화대)이 있어요. 그 산에는 가락국 시대에 개창한 해은사라는 절이 있다. 그런데 그 절 대왕각에는 쌀 위에 ‘검은 돌’이 모셔져 있다. 오늘은 왜 가락국에서 ‘검은 돌’을 모셨는지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 GBN 경북방송

※검은 돌을 모셨다구요? 처음 듣는 대요.
그래요. 언제 기회가 되면 한 번 가 보세요. 왜 검은 돌을 모셨을까요.

※글쎄요. 왜죠.
답을 이야기하기 전에 돌에 대한 고대인의 생각을 한 번 정리해 볼까요.
우리 전통문화 중에는 돌에 대한 신앙이 많다. 절이나 그 주변에 있는 큰 바위에는 예외 없이 바위신앙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절에 가면 할머니들이 바위를 향해 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은 그 바위에다 무엇을 기원하는 걸까? 왜 바위에 대고 절을 할까? 그들이 바위를 향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네 저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렇지요. 돌에 대한 고대인의 관념을 가장 잘 나타내는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성경, 예레미아 2장 27절에 나오는 이야기 예요.
-왕이나 고관들이나
-사제들이나, 예언자들이나
-모두들 창피를 당하리라
-너희는 나무를 보고 아비라
-돌을 보고 어미라 하며
-나를 외면하고 등을 돌렸다가도
-재앙만 만나면
-나더러 살려 달라고 한다.
-네가 만든 신들은 모두 어디를 갔느냐?

※나무를 보고 아비라, 돌을 보고 어미라 함은? 어떤 의미로 한 말인가요?
네, 쉽게 설명해 볼까요. 나무를 보고 아비라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목신(木神)신앙을 말하는 거예요. 우리로 하면 단군신화에 나오는 신단수 신앙을 예로 들 수 있죠. 아직도 시골에 가면 당집이 있고 당집에는 당산나무가 있지요. ‘나무를 보고 애비’라 했다는 것은 그 당산나무를 아비라 했다는 말과 같아요.
또한 성경에서 야훼하나님이 ‘돌을 보고 어미’라 하면서 ‘너희 사제들이나 예언자들이나 모두 창피를 당할 것’이라고 한 것은 당시 셈족들이 가지고 있던 전통신앙을 비판한 것이다.

※돌에 대한 신앙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셈족 신화에서 ‘바위’는 ‘여신전의 상징’이예요. 그 성스러운 돌(바위)이 태모신 신앙과 관련되며 그 돌 옆에서 맺어진 계약(증언)이 고대 셈족의 중요한 풍습이었어요. 태모신을 상징하는 돌 앞에서 계약 혹은 증언을 했다는 말이지요.
한마디로 고대에는 바위는 여신과 관련된 상징이었던 셈이지요.
따라서 고대에는 돌 여신의 자궁에서 태어난 신이나 영웅들이 많이 있었어요. 가령 페르시아에서 발생한 미트라 신앙(태양신 숭배)을 보면, 구세주인 미트라는 한 손에 칼을, 한 손에는 횃불을 들고 바위에서 태어났어요.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볼까요?
중국의 전설적인 왕인 우임금의 아들인 계(啓)도 바위에서 탄생하죠. 『초사』나 『회남자』에 따르면, 우임금은 홍수를 다스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일을 했는데, 그 때 곰으로 변신해 일을 했다고 해요. 하지만 그는 자신이 곰으로 변해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아내에게 숨기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일을 나갈때면 아내에게 다음과 말했어요. "내가 밥을 먹고 싶으면 큰 북을 칠 테니, 그 때 점심을 가져오시오. 그 외에는 절대로 오지 마시오." 라고. 그런데, 하루는 우임금이 공사를 하다가 실수를 하여 돌멩이가 날아가 그만 큰북을 때리고 말았답니다. 당연히 북소리가 났겠지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겠어요. 우임금의 아내가 식사를 가져왔고, 와서 보니, 우임금은 여전히 곰으로 변해 일을 하고 있지 않겠어요. 아내는 남편의 변한 모습을 절대로 보지 말았어야 되는데, 그 모습을 본 것을 부끄럽게 여겨 달아났는데, 숭고산에 이르러 돌로 변했다고 해요.
그런데 당시 아내는 이미 임신한 상태였어요. 얼마 후 돌이 된 도산씨 출신의 아내가 아이를 낳으려 하자, 우임금이 큰 소리로 "내 아이를 돌려 달라"고 외쳤데요. 그러자 돌 뒤[北]쪽이 부서지면서 아이가 나왔는데, 그가 바로 계(啓)였다고 해요. 우임금의 아들 계는 돌 어머니에서 태어난 셈이죠.

※우리 조상들과 관련된 이야기에는 돌에서 태어난 아이는 없나요?
-네, 물론 있지요. 동부여의 금와왕 이야기 기억나세요. 늙도록 자식이 없어 산천에 기도하며 정성을 들이던 부여왕 해부루가 어느 날 곤연이라는 연못가의 큰 바위 밑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개구리 모양의 아이를 발견했잖아요. 그 모양을 따라 이름을 금와(金蛙)라 했고, 금와는 자라서 태자가 되고, 해부루를 이어 부여의 왕이 되었죠. 이때 등장하는 큰 바위도 여신의 상징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바위신앙의 흔적이죠.
우리나 곳곳에는 선사시대 신앙유적이 많이 있어요. 그 중 바위에 여성 성기를 새겨놓고 풍요와 다산을 빌던 곳도 많지요. 제가 조사한 것도 상당히 많습니다.

※돌에 관한 또 다른 신앙흔적을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네, 돌에는 신이나 정령이 거주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이 바위에 절을 하는 풍습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몽골인도 암석에 조상의 영혼이 살고있다고 믿어요.
일반적으로 말해서 ‘거석신앙, 그러니까 고인돌이나 열석, 선돌 신앙’은 기본적으로 그 돌에 정령이 있으며 그 정령에 의해서 인간의 길흉화복이 좌우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고인돌도 기본적으로 암석에 생명이 있다는 논리를 전제로 한 것인데, 고인돌의 생명부화의 능력이 좀 더 세련되게 나타난 것이 무덤가에 세워진 석인(石人)입니다. 이 석인은 처음에는 무덤의 주인공이 부활해야 하는 모습이었다. 선돌=입석=남근석은 모두 돌이 생명을 가져다준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조선 후기에 전국에 산재했던 미륵돌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돌(바위) 신앙에 대한 고대인들의 생각을 알아보았는데요. 해은사 대왕각에 있는 ‘검은 돌’ 신앙은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요?
절에 전해오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아요. ‘여신도들이 불공과 치성을 드리면서 방석에 종이를 깔고 그 위에 약간의 쌀을 놓아두고 봉돌로 간다. 이때 쌀알이 봉돌에 붙으면 생남을 한다고 믿으며 또 그렇게 된 일이 많았다’.
그러나 저는 다름 각도에서 대왕각 검은 돌 신앙을 보려고 해요. 저는 김수로왕의 가야를 부여계 가야로 봐요. 그런데 제가 부여 왕족의 조상이라고 규정한 프리기아, 그러니까 기원전 1200년경부터 기원전 700년경까지 현재의 터키 중부에 있던 나라인 프리기아에는 태모신 키벨레가 있었어요, 그 키벨레 여신을 상징하는 돌이 ‘하늘에서 떨어진 검은돌[운석]’이었어요. 이 키벨레 여신의 애인이자 아들인 아티스는 목신으로 소나무를 신목(神木)으로 삼았어요. 성서에서 야훼하나님이 지적했던 ‘나무를 아비라하고, 돌을 어미라’했던 문화가 프리기아에도 전승되고 있었던 셈이지요.

※듣고 보니 검은돌 신앙에 대해서 생각나는 것이 있네요? 이슬람 신전에도 있지 않나요?
네 맞아요. 검은 돌 숭배의 가장 극적인 공간은 이슬람 최고의 성지인 메카의 카바신전이다. 신전의 동쪽 구석, 지면에서 1.5m 정도 높이에 검은 돌이 끼워져 있다. 카바신전의 검은돌은 ‘알라’를 상징하는 데 이것은 이전의 태모신 신앙이 바뀐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도 13억이 넘는 전 세계의 무슬림들이 매일 5번씩 메카의 카바신전을 향해 예배를 드린다.
사실 프리기아의 키벨레 신앙은 로마로도 확산되어 각광을 받았어요. 로마인들은 이 키벨레를 숭배하기 위해 프랑스나 영국처럼 먼 곳에서 ‘검은 돌’을 가져오기도 했어요.
또한 이집트 제12왕조 때 세운 벤벤석의 꼭대기에도 ‘검은 돌’이 있다. (벤벤석 : 고대 이집트의 태양신 신앙을 상징하는 성석(聖石) 헤리오폴리스의 태양신전 내에 놓여 있었다고 하는 첨두형(尖頭形)의 돌이다. 솟아오르는 태양 좌(座)로, 최초의 햇빛이 그 정상을 비추고 태양이 불사조 베누의 모습으로 매일 아침 그 위에 멎는다. 돌 그 자체가 태양신의 현현(顯現)이다라는 등 여러 가지로 믿어졌다. 오벨리스크나 피라미드는 이 벤벤석을 본 따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 GBN 경북방송

※대왕각에 모셔진 검은돌이 서아시아 문화에 보이는 검은돌 신앙과 연결된다는 말인가요?
네, 그 돌은 허황후가 아유타국에서 올 때 가지고 온 돌이라고 해요. 아시다시피 아유타국은 인도 겐지스 강 중류에 있던 나라잖아요. 저는 대왕각에 모셔진 ‘검은 돌’은 어쩌면 부여계로 추정되는 가야 지도층 문화와 관련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삼국지』한전에 보면 구야국 그러니까 가야의 지도자를 ‘부례구야진지렴(不例狗邪秦支廉)’이라고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여기서 ‘부례구야’는 앞에서 언급한 ‘검은 돌’로 상징되는 키벨레 여신의 나라 ‘프리기아’의 음을 표기한 것일 가능성이 있어요(자세한 내용은 제 책,『부여족의 기원과 이동, 고깔모자를 쓴 단군』참조) 대왕각의 검은 돌도 모든 생명을 낳는 태모신의 상징일 가능성이 있어요.
부산진구 초읍동 당산에도 돌을 삼신(태모신)으로 모신다. 돌을 태모신으로 생각한 흔적이죠. 초읍동 삼신은 천지개벽 때 선학을 타고 하늘에서 하강 하였다고 한다.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5년 0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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