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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진의 역사산책(46회)

머리에 나뭇가지를 달고 청도기에 나타난 사람 - 청동기시대 군장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5년 05월 11일
ⓒ GBN 경북방송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져 오셨나요?

ⓒ GBN 경북방송

대전 농경문청동기

네, 오늘은 청동기시대로 돌아가 볼까 합니다.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셈이지요. 문자가 사용되지 않던 당시의 생활상을 알기 위해서는 땅 속에 묻혀 있던 유물을 분석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오늘은 청동기시대 대전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는 청동으로 만든 의례용품에 나타난 그림이 상징하는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그림설명-생산과 풍요를 비는 의식) 오른쪽에는 두 손으로 따비를 잡고 한 발을 따비 위에 올려놓은 모습을 하고 있다. 따비 아래에는 밭고랑이 표현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밭을 갈고 있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밭고랑 아래에는 두 손으로 괭이를 치켜든 사람의 상반신이 표현되어 있으나 결실되어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는 상태이다. 왼쪽에는 항아리 앞으로 사람이 손을 내미는 모습이 있어 무언가를 담고 있는 모습으로 보고 있다. 봄에 씨를 뿌리고(오른쪽), 가을에 추수하는 모습(왼쪽)으로 추정된다.

뒷면을 보면, 나무 위에 새를 그려 놓았다. 고대 사회에서 새는 신성한 동물로 하늘과 지상을 연결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였다. 우리와 유사한 문화를 가진 시베리아의 샤먼사상에도 새가 많이 등장한다. 여기서 새를 표현한 것은 하늘에 풍요를 비는 의식을 행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오늘은 이 청동의례용품을 통해서 청동기시대 조상들의 생각을 풀어본다는 것이지요?
네, 이 청동의례용품을 통해서 우리는 조상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곡식이 어떤 원리에 의해서 자라고 성장하여 열매를 맺는지를 설명하고자 했는가를 알 수 있어요.

※먼저 벌거벗고 밭을 가는 남자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상징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우선 벌거벗은 사람의 두 가랑이 사이로 힘이 넘치는 듯한 남근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풍농과 다산을 기원한 성신앙 풍습을 나타낸 것이다. 우리나라 관동․관북 지방에는 예로부터 나경(裸耕) 풍속이 있었다. 정월대보름날 숫총각으로 성기가 큰 남자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가 되어 목우(木牛)나 토우(土牛)를 몰고 밭을 갈며 풍년을 비는 민속이다. 땅은 풍요의 여신이요, 쟁기는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다산력을 지닌 대지 위에 남자의 성기를 노출시킴으로써 풍성한 수확을 비는 것이다.

일본의 관서지방과 인도네시아에서도 농부가 밭을 갈 때 발가벗은 상태로 괭이질을 하거나 씨앗을 뿌린 후 부부가 성 관계를 가지는 풍습이 있었다. 또한 자바․수마트라․호주 등지의 원주민과 미국 인디언은 봄에 씨를 뿌리고 그 씨가 싹이 틀 때 부부가 밭에 나가 성교를 하는데, 이 성교 자체가 곡물의 성장과 풍농의 원동력이 된다고 믿었다. 이러한 풍습들은 농경문 청동기의 밭에서 따비질하는 남성의 모습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인류는 성행위를 통해서 자식이 태어난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자연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곡물이나 생명이 태어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직관으로 시작한 최초의 종교였다. 그러한 관념은 농경 작업이나 어로 작업에 반영되어 다산, 풍요 및 풍어를 기원하는 생산주술을 낳았다. 곧 여성과 경작지의 동일시, 남근과 쟁기의 동일시, 농경 작업과 생식행위의 동일시가 그것이다.

뒷면의 나무 위에 앉은 새는 오늘날의 솟대의 원형이 아닌가요?
네 맞아요.
일본의 도작문화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지붕이나 문 위에 설치한 나무로 만든 새인데, 이 새는 벼 등 곡물의 영(靈)을 운반하거나 악령으로부터 지켜주는 상징(신의 사자)으로서 한국계 문화의 예로 여겨지고 있다.

새는 예로부터 곡식을 물어다 주어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가져오고 하늘의 신과 땅의 주술자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자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농경문청동기는 그림으로 표현한 상징적인 의미를 통해 한 해의 풍요와 안녕을 빌며 행하던 주술적 행위에 사용하던 의례용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농경문청동기는 기원전 5~4세기경 제정일치적 군장이 한 해의 풍년을 빌면서 몸에 걸치던 유물이다.

조선시대 지식인 유희춘 문집인 「미암선생집」3권에 ‘입춘 나경에 대한 논의’가 실려 있다. 유희춘에 따르면, 함경도나 평안도 등 북쪽 지역에 행해지던 나경, 즉 벌거벗고 밭을 가는 세시 풍속이 있었다. 그는 이를 금지시켜야할 풍속이라고 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왕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사리에 어두워 괴이함에 미혹됨이 오래 되었다. 그 중 가장 말할 것도 없이 해로운 것이 신년의 나경이다. 매년 입춘 아침에 토관(土官)에 모이게 하여 관문의 길 위에서 목우(木牛)를 몰아 밭을 갈고 씨를 뿌리게 하여 심고 거두는 형태에 따라 해를 점치고, 풍년을 기원한다. 이때 밭을 가는 자와 씨를 뿌리는 자는 반드시 옷을 벗게 하여 차가운 기운을 몸에 닿게 하니 이는 무슨 뜻인가? 그러므로 노인들이 서로 전하기를 추위에 견디는 씩씩함을 보고 세난(歲暖)의 상서로움을 이룬다고 한다.”

2000년의 시차가 나지만 조선시대 풍습을 통해 농경문청동기에 등장한 벌거벗은 남가가 실제로 농사짓는 모습이 아니라 한 해의 풍년을 비는 제의를 행하면서 농사짓는 모습을 흉내 냈던 제사장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종자가 어떻게 전래되었으며, 어떤 원리에 의해서 자라는가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청동기의 한쪽 면에는 갈라진 나뭇가지에 새가 두 마리 앉아 있고, 다른 쪽에는 벌거벗은 남자가 쟁기로 밭을 갈고 있다.

여기서 나뭇가지에 앉은 두 마리 새는 우리민속의 솟대를 표현한 것이다. 솟대의 발생은 우주수(단군신화의 神檀樹)와 하늘새의 결합에서 비롯되었다. 우주수는 북아시아의 샤머니즘에서 삼계, 즉 하늘 ․ 지상 ․ 지하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이다. 하늘새 또한 이 삼계를 넘나드는 신령한 짐승이다. 이 하늘새는 족장이나 샤먼과 천신을 연결해주는 사자(使者)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그들이 천계로 오를 때나 지상으로 하강할 때 운반체로서도 기능한다.

일반적으로 청동의례용품에 그려진 이 새는 파종의 시기를 알리는 전령사쯤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새는 농경에 필요한 종자가 어떻게 전래되었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날아온 새이기도 하다. 농경이 확산되면서 씨앗의 전래 방법이 설명되어야 했는데, 이때 새가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렇다면 세상에는 씨앗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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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대전 괴정동 출토농경문청동기

그 해답은 조로아스터교의 성전(聖典)인 ‘아베스타’ 송가에 나오는 세상의 모든 씨를 모은 ‘신령스런 나무(聖樹)’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나무에는 새가 앉아 있는데, 나무에 앉아 있는 새는 그 가지를 벗기거나 떨어진 씨를 모아 하늘로 운반한다. 그러면 그 씨는 비와 함께 땅에 떨어져 새로운 식물이 되어 자라난다.

그렇다면 벌거벗고 쟁기를 가는 남자는 어떤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까? 그는 신단수(神檀樹) 신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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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내몽골 음산 암각화

인물의 머리를 자세히 보자. 뒤통수에서 뒤로 길게 두 가닥이 뻗어 있다. 이 두 가닥으로 뻗은 것에 대해서 학계에서는 아직 통일된 견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절풍으로 보는 사람, 단순히 두 가닥의 긴 머리장식으로 보는 사람, 깃털로 보는 사람 등 다양하다.

그러나 저는 이것을 나뭇가지로 보고자 한다. 청동기의 부분 사진을 자세히 보면 가지가 하나로 나와서 두 줄기로 갈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나뭇가지로 보는 이유는, 남자인 이 인물은 생명을 주관하는 인물로 농경의례에서 대지의 풍요를 기원하며 밭을 가는 장면을 표현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곡물 혹은 나무의 생명력과 동일시되는 인물이다. 그가 봄에 밭을 가는 의례를 행함으로써 대지에 생명의 에너지가 뿌려진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는 아무것도 입지 않고 밭을 갈고 있다. 즉 그는 목신(木神)이요 부활의 신이다. 그래서 목신의 상징으로 머리에 나뭇가지가 자라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러한 저의 주장을 보충해줄 자료가 있다. 내몽골 음산암각화에는 머리에 나뭇가지가 솟은 신인(神人)이 표현되어 있다. 음산 지역은 한반도로 문화가 전파되는 길목이다. 최근에는 경주시 석장동에 있는 암각화와 내몽골 암각화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 대전 괴정동에서 머리에 나무가 자라는 신인(神人)의 모습을 표현한 청동기가 출현하게 된 배경도 음산 지역의 문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5년 0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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