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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진의 역사산책(48회)

48머리에 나뭇가지를 달고 청도기에 나타난 사람 - 청동기시대 군장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5년 06월 22일
ⓒ GBN 경북방송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져 오셨나요?

네, 오늘은 청동기시대로 돌아가 볼까 합니다.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셈이지요. 문자가 사용되지 않던 당시의 생활상을 알기 위해서는 땅 속에 묻혀 있던 유물을 분석하거나 암각화 등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오늘은 기원전 4~3세기경에 제작된 청동의기를 통해서 조상들의 의식세계로 한 번 들어가 볼까 합니다. 대전지역에서 출토된 것인데요. 농경을 주로 하던 당시 조상들이 어떤 의식을 치르면서 농사를 지었는지를 알 수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그 그림들을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면 매우 흥미로운 해답을 얻을 수 있어요.

ⓒ GBN 경북방송

앞 사진을 보시면 오른쪽에 벌거벗은 남성이 있어요. 그는 두 손으로 따비를 잡고 한 발을 따비 위에 올려놓고 있잖아요. 성기를 드러낸 채 밭을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죠. 따비 아래에는 밭고랑이 표현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밭을 가는 장면임이 틀림없어요. 밭고랑 아래에는 두 손으로 괭이를 치켜든 사람이 보이구요. 왼쪽에 보이는 사람은 손을 내밀어 항아리에 무언가를 담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요. 이 그림을 전체적으로 파악해 보면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추수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짐작돼요.
뒷면에는 나무 위에 새가 앉아 있어요. 오늘날 솟대를 그려놓은 거죠. 이 그림을 이해함으로써 당시의 농경의례를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오늘은 이 청동의례용품을 통해서 청동기시대 조상들의 생각을 풀어본다는 것이지요?

네, 이 청동의례용품을 통해서 우리는 조상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곡식이 어떤 원리에 의해서 자라고 열매를 맺는지를 설명하고자 했는가를 알 수 있어요.

※먼저 벌거벗고 밭을 가는 남자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상징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이 인물의 모습을 자세히 보세요. 세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어요. 하나는 머리에 깃털 같은 것을 쓰고 있다는 것이고, 둘은 그가 벌거벗고 밭을 간다는 것이며, 셋은 그의 성기가 특별히 크다는 것이다.

※그러한 특징들에는 각각 의미하는 바가 있겠네요?

네, 이 인물이 밭을 가는 행위는 실제로 농사를 짓는 행위라기보다는 상징적인 행위죠. 쉽게 말하면 대지의 여신과 성적 접촉을 하고 있어요. 그의 두 가랑이 사이에는 힘이 넘치는 남근이 뚜렷하게 표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풍농과 다산을 기원한 성신앙 풍습을 나타낸 것이다.....우리나라 관동․관북 지방에는 예로부터 나경(裸耕), 그러니까 벌거벗고 밭을 가는 풍습이 있었어요.

정월대보름날 숫총각으로 성기가 큰 남자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가 되어 목우(木牛)나 토우(土牛)를 몰고 밭을 갈며 풍년을 비는 민속이었어요. 땅은 풍요의 여신을 상징하고, 쟁기는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다산력을 지닌 대지 위에 남자의 성기를 노출시킴으로써 뿌린 씨앗이 잘 자라 풍성한 수확을 기대했어요.

※동물과 같이 자연도 성행위를 통해서 씨앗이 자란다고 생각을 했군요?

그렇죠. 이러한 행위를 유감주술이라고해요. 다시 말하면 비슷한 행위는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고 믿는 주술행위지요 이와 같은 나경은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있어요.

※그래요. 한 번 들어볼까요?

일본의 관서지방과 인도네시아에서도 농부가 밭을 갈 때 발가벗은 상태로 괭이질을 하거나 씨앗을 뿌린 후 부부가 직접 성 관계를 가지는 풍습이 있다.
또한 자바․수마트라․호주 등지의 원주민과 미국 인디언은 봄에 씨를 뿌리고 그 씨가 싹이 틀 때 부부가 밭에 나가 성관계를 하는데, 이 성관계 자체가 곡물의 성장과 풍농의 원동력이 된다고 믿는다. 이러한 풍습들은 농경문 청동기의 밭에서 따비질하는 남성의 모습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성 숭배 문화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인류는 성행위를 통해서 자식이 태어난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자연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곡물이나 생명이 태어난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것은 직관으로 시작한 최초의 종교였다고 할 수 있죠. 그러한 관념은 농경 작업이나 어로 작업에 반영되어 다산, 풍요 및 풍어를 기원하는 생산주술을 낳았어요. 곧 여성과 경작지의 동일시, 남근과 쟁기의 동일시, 농경 작업과 생식행위의 동일시가 그것이죠.
ⓒ GBN 경북방송


※제사장인 천군(天君)의 머리에 표현된 것은 새의 깃털이 맞나요?

네 일반적으로 이것을 절풍으로 보는 사람, 단순히 두 가닥의 긴 머리장식으로 보는 사람, 깃털로 보는 사람 등 다양하지요. 그러나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저는 그것은 나뭇가지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요.
ⓒ GBN 경북방송

청동기의 부분 사진을 자세히 보면 가지가 하나로 나와서 두 줄기로 갈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나뭇가지로 보는 이유는, 남자인 이 인물은 생명을 주관하는 인물로 농경의례에서 대지의 풍요를 기원하며 밭을 가는 장면을 표현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곡물 혹은 나무의 생명력과 동일시되는 인물이다. 그가 봄에 밭을 가는 의례를 행함으로써 대지에 생명의 에너지가 뿌려진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는 아무것도 입지 않고 밭을 갈고 있다. 즉 그는 목신(木神)이요 부활의 신이다. 그래서 목신의 상징으로 머리에 나뭇가지가 자라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보는 거죠. 그는 신단수(神檀樹) 신의 아들인 셈이예요. 그러니까 단군인 셈이죠. 중국역사책 『삼국지』 한조를 보면 단군(檀君)을 천군(天君)이라고 했어요.

이러한 저의 주장을 보충해줄 자료가 있다. 내몽골 음산암각화에는 머리에 나뭇가지가 솟은 신인(神人)이 표현되어 있다(사진). 음산 지역은 한반도로 문화가 전파되는 길목이다. 최근에는 경주시 석장동에 있는 암각화와 내몽골 암각화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 대전 괴정동에서 머리에 나무가 자라는 신인(神人)의 모습을 표현한 청동기가 출현하게 된 배경도 음산 지역의 문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다른 면의 나무 위에 앉은 새는 오늘날의 솟대의 원형으로 보이는데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네 맞아요. 여기서 나뭇가지에 앉은 두 마리 새는 우리민속의 솟대를 표현한 것이다. 솟대의 발생은 우주수(단군신화의 神檀樹)와 하늘새의 결합에서 비롯되었다. 우주수는 북아시아의 샤머니즘에서 삼계, 즉 하늘 ․ 지상 ․ 지하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이다. 하늘 새 또한 이 삼계를 넘나드는 신령한 짐승이다.

이 하늘 새는 족장이나 샤먼과 천신을 연결해주는 사자(使者)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그들이 천계로 오를 때나 지상으로 하강할 때 운반체로서도 기능한다.
(『삼국지』동이전 변진조에 “장례에 큰 새의 깃털을 사용하는데, 이는 죽은 자가 날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경주국립박물관에 가면 신라나 가야 지역 고분에서 출토된 오려형토기가 많이 보인다. 특히 오리는 인간이 쉽게 넘나들 수 없는 물을 건너 땅과 하늘의 세계를 오갈 수 있기 때문에 신성한 동물로 여기며 영혼의 전달자로서 선택되었다.

일반적으로 이 새는 파종의 시기를 알리는 전령사쯤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새는 농경에 필요한 종자가 어떻게 전래되었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날아온 새이기도 하다. 농경이 확산되면서 씨앗의 전래 방법이 설명되어야 했는데, 이때 새가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렇다면 세상에는 씨앗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을까?
그 해답은 조로아스터교의 성전(聖典)인 ‘아베스타’ 송가에 나오는 세상의 모든 씨를 모은 ‘신령스런 나무(聖樹)’에서 찾을 수 있어요. 그 나무에 새가 앉아 있는데, 나무에 앉아 있는 새는 그 가지를 벗기거나 떨어진 씨를 모아 하늘로 운반하죠. 그러면 그 씨는 비와 함께 땅에 떨어져 새로운 식물이 되어 자라난다고 생각했어요. 재미있는 발상이죠.
우리와 유사한 문화를 가진 시베리아의 샤먼 사상에서도 새가 많이 등장한다.

일본의 도작문화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지붕이나 문 위에 설치한 나무로 만든 새인데, 이 새는 벼 등 곡물의 영(靈)을 운반하거나 악령으로부터 지켜주는 상징(신의 사자)으로서 한국계 문화의 예로 여겨지고 있다.

※네 오늘은 대전에서 출토된 농경문청동기를 통해서 조상들의 생각을 들여다 보았는데요. 참 흥미로웠습니다. 간단하게 결론을 내려주시지요?

네 농경문청동기를 통해서 우리는 기원전 4~3세기경 한반도에 살던 조상들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조상들은 봄이 되기 전에 풍년을 위한 의례행위를 했는데, 나경, 즉 발가벗고 밭을 가는 특이한 의례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또한 그러한 풍습이 조선시대까지 계승되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풍습은 조선시대 왕이 행하던 선농제에도 남이 있었지요. 선농제라고 해서 왕이 직접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고, 친경권농(親耕勸農)하는 행사도 겸하였어요. 그러한 풍습이 아주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러한 풍습은 최근 대통령들에게도 전해져 벼농사 철이 되면 대통령이 벼를 직접 심기도 하잖아요.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5년 0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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