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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진의 역사산책(49회)

페르시아 창업주 키루스와 문무왕의 탄생이야기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5년 07월 08일
ⓒ GBN 경북방송

※오늘의 주제는 어떤 것인가요?

네, 오늘은 꿈 이야기를 하나 해 볼까요? 중국에서는 꿈은 ‘주사야복(晝思夜復)’이라고 해서 낮에 생각한 것이 꿈으로 나타난다고 했어요. 그러나 꿈은 평소의 생각들이 복잡하게 섞여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예지몽, 그러니까 무엇인가 일어날 일을 암시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어요.

옛날에 샤먼인 무당들은 선몽 혹은 신탁을 받기 위한 여러 가지 기술을 개발했었어요. 요즈음도 활용되고 있어요. 가령 격리, 기도, 단식, 자신의 신체절단하기, 희생재물로 사용된 동물의 가죽 위에서 자거나 다른 신성한 것과 닿은 채 자기, 신성한 장소에서 자기 등이 있었어요. 우리 무속에서도 풍어제를 지낼 때 무당이 배 위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가 있어요. 선몽을 받기 위해서지요.

※예지몽이 있기는 있는가 봐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꿈이 꼭 들어 맞았다고 하잖아요. 과연 예지몽이 있기는 있는 건가요?
네, 재미있는 예지몽 이야기를 하나 해 볼까요? 기원전 15세기 무렵 이집트 신왕국 시대의 투트모시스 4세는 왕자일 때 사막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깜빡 잠이 들었데요. 그때 꿈속에서 만난 스핑크스는 그에게 “나는 모래 속에 묻혀 있다. 괴로워 죽겠으니 모래를 파내고 나를 꺼내다오. 그렇게만 해준다면 나는 너를 이집트의 왕으로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데요. 잠에서 깬 왕자는 즉시 부하를 불러 꿈에서 본 곳의 모래를 치우도록 명령했는데, 정말로 그곳에 스핑크스가 묻혀 있었다잖아요. 몇 년 후 스핑크스는 약속대로 그를 왕으로 만들어주었데요. 이 이야기는 스핑크스의 앞발 사이에 서 있는 ‘꿈의 비문’에 적힌 내용이예요.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꿈과 신탁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해요. 고대 그리스도 동양 못지 않게 신탁, 즉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들려오는 정보를 매우 중하게 여겼어요. 소크라테스와 관련해서도 재미있는 신탁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어요. 어느 날 소크라테스에게 신전의 무녀들이 “소크라테스는 그리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다”라는 신탁을 전했다고 해요. 무녀의 예언처럼 그는 실제로 가장 현명한 사람으로 후세에 그 이름을 남겼잖아요. 뿐만 아니라 죽음이 임박했을 때 소크라테스에게 ‘우아하고 아리따운 여인’이 그의 사형집행일을 알려주었다고도 해요. 그 덕에 소크라테스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 했으면서도 ‘악법도 법이다’란 유명한 말을 남기고 행복하게 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리따운 미녀가 있는 저 세상으로 갔으니까요.

※꿈을 믿는 편인가요?....

네 저는 꿈을 어느 정도 믿어요.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늘 꿈을 관찰해 왔어요. 꿈 속에는 많은 정보가 들어 있는 것이 분명해요. 꿈을 잘 활용하면 상당히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무의식이 의식 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말도 있잖아요.

※오늘 이야기할 꿈 주제를 한 번 들어볼까요?

네 오늘 제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꿈은 삼국통일의 대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한 김유신과 김춘추를 엮어준 사건에 대한 꿈이예요. 잘 아시다시피 김춘추가 김유신의 누이 문희와 만나는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 같이 기록되어 있어요. 이들의 만남을 왜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기록해 놓았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김춘추와 김유신이 신라사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일 것이다.

이 두 영웅이 만남으로서 한국사의 물줄기가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들의 만남이 없었다면 아마도 신라가 삼국통일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었다면 한국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을 것이다. 그 만큼 이들의 만남은 한국사가 전개되는 과정의 극적 요소지요.

유신과 춘추는 여덟 살의 나이 차이가 있었어요. 그런 두 사람을 묶어 준 사람이 바로 김유신의 누이 문희였지요. 『삼국유사』에 기록된 이들의 만남을 한 번 볼까요.

처음에 문희의 언니 보희가 꿈에 서악(西岳)에 올라가서 오줌을 누었더니 오줌이 서울에 가득 찼었다. 이튿날 아침에 아우 문희에게 꿈 이야기를 했더니 문희는 듣고 청했다.
“내가 이 꿈을 살까?”
“어떤 선물을 줄래?”
“비단치마를 주면 되겠어?”
“좋아”
문희가 옷깃을 벌리고 꿈을 받을 때 보희는 말했다.
“어젯밤 꿈을 너에게 준다.”
문희는 비단치마로써 꿈 값을 치렀다.

이렇게 해서 꿈을 산 문희는 김유신이 정략적으로 데리고 온 김춘추와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되고 임신을 하게 되고, 그래서 낳은 아이가 바로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문무왕이지요. 이 이야기는『삼국사기』문무왕조에도 나와요.

※꿈에서 서악에 올라 눈 오줌이 서울을 가득채운 것이 길몽이었군요?

네 대단히 길몽이었던 셈이지요. 고대인의 사고에서 물은 생명력의 근원이지요. 우리가 풍수를 논할 때도, 물은 재물을 상징해요. 물이 풍부하지 않은 공간은 풍수상 길지가 아니지요. 물이 없으면 생명이나 곡식이 자랄 수 없잖아요.
특히 여인의 오줌발이 세거나, 양이 많다는 것은 대단한 생명력을 상징해요. 우리나라에는 마고여신에 관한 전설이 많이 전해져요. 마고여신은 한마디로 모든 생명의 어머니인 지모신 혹은 태모신이지요. 그런 마고여신 전설에는 거의 예외 없이 오줌이야기가 등장하는 데 대부분 그 양이 많거나 오줌발이 셌다는 것이지요.

※보희의 꿈도 그런 마고할미의 전통상에서 나온 것일까요?

그렇게 볼 수도 있으나, 오늘 제가 보희의 꿈 이야기를 들고 나온 것은 다른 연결고리를 말씀드리려고 해서예요. 그것은 신라왕족의 뿌리와 관련해서 설명될 수 있기에 더욱 중요한 이야기예요.

※무슨 말씀인지요? 보희의 꿈 이야기와 신라왕족의 뿌리가 연결될 수도 있다니요?

네, 그것은 보희가 꾼 오줌 꿈 이야기가 페르시아 전설에 전해지는 이야기와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예요.

※그래요. 한 번 들어 볼까요?

여성이 오줌을 누었는데 그 오줌이 도시를 덮었다는 이야기는 다름 아닌 페르시아의 기초를 다진 키루스(Cyrus)대왕의 출생담에 나와요. 이 이야기는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나온다.
스키타이인들의 아시아 지배를 종식시킨 미디아(Media)의 왕 키악사레스는 바빌로니아 지역을 제외하고는 아시리아인들을 모두 정복했어요. 그런 대제국 미디아가 멸망에 이르게 된 이야기는 참으로 극적이다. 키악사레스에게서 왕위를 물려받은 아스티아게스(재위 기원전585~550)는 기원전 549년 외손자인 페르시아의 왕 키루스 2세에게 살해되었다. 이로써 미디아는 멸망하게 되었다. 이들의 극적인 인연을 헤로도토스가 기록해 놓았어요.

“아스티아게스에게 만다네라는 딸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는 딸의 방뇨(放尿)로 도시가 물에 잠기고 나아가 아시아 전역에까지 범람하는 꿈을 꾸었다. 그는 해몽가들에게 이 꿈을 이야기하고 그들로부터 꿈의 의미를 자세히 듣고는 대단히 놀랐다. 그리하여 아스티아게스는 딸이 결혼할 만큼 나이가 차자 그 꿈을 두려워하여 자신의 지위에 어울리는 미디아인 중에서 사위를 고르지 않고 캄비세스라는 이름의 페르시아인에게 딸을 주었다. 이 남자는 가문도 좋고 성격도 조용했다. 아스티아게스는 그 청년이 미디아의 중류층보다 훨씬 낮은 처지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다네가 캄비세스에게 시집간 그해 아스티아게스는 다시 꿈을 꾸었다. 이번에는 이 딸의 음부에서 포도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 이것이 아시아 전역을 뒤덮는 꿈이었다.

그는 이 꿈을 꾸고 해몽가들로부터 이 꿈의 의미를 전해들은 후, 이미 임신 중인 딸을 페르시아로부터 불러들여 딸을 엄중히 감시하게 했다. 그는 딸이 자식을 낳으면 그 아이를 죽여 없애려 했다. 왜냐하면 해몽가들이 이 꿈으로 판단하기를, 딸의 소생이 마침내 그를 대신하여 왕이 되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만다네에게서 마침내 키루스가 태어나자 그를 죽이려했다. (그러나 그 아이를 죽이도록 명령받은 소치기가 죽은 자신의 자식을 키루스라고 속이고 그 아이를 살렸다. 그 후 키루스는 부모가 있는 페르시아로 돌아가 왕이 되어 미디아의 왕이자 자신의 외할아버지인 아스티아게스를 쳐서 멸망시켰다.)”
위에 소개한 키루스왕의 탄생과 관련된 꿈 이야기는 통일신라기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다만 키루스왕의 탄생 이야기에서는 꿈을 미디아의 왕이 꾸었는데 신라에서는 조금 다르게 반영되었을 뿐이다. 방뇨(放尿)로 인해서 도시에 오줌이 가득 차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양쪽이 동일하다. 그러나 키루스의 어머니인 만다네의 음부에서 포도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 이것이 아시아 전역을 뒤덮은 꿈은 분리되어 의상이라는 위인과 연결되었다. 미디아와 페르시아에서는 한 인물의 탄생과 관련된 꿈이 신라에서는 두 인물의 탄생으로 분화되어 나타나요.

※의상스님과 관련된 꿈 일화는 어떤 것입니까?

아시다시피 의상스님은 당나라로 유학을 가잖아요. 그는 중국 종남산 지상사에 머무는 지엄스님을 찾아가죠. 그런데 지엄스님은 의상이 오기 전날 밤 기이한 꿈을 꿔요. 꿈에 큰 나무 한 그루가 신라[海東]에서 나서 가지와 잎이 넓게 우거져 중국에까지 와서 덮었데요. 그 나무 위에는 봉황새의 보금자리가 있었는데, 올라가보니 한 개의 마니보주가 있었고 빛이 멀리 비치고 있더래요. 꿈을 깬 후 놀랍기도 하고 이상해서 깨끗이 소재하고 기다렸더니 의상이 오더래요. 의상을 보자 지엄은 특별한 예로 영접하고 조용히 다음과 같이 말했데요. “내가 어젯밤 꿈에 꾼 것은 그대가 나에게 올 징조였구나.” 그래서 두 스님은 스승과 제자의 깊은 인연을 맺게 되었고, 의상은 『화엄경』의 미묘한 뜻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게 되었고 훌륭한 학승이 되었는데, 의상이 그런 큰 인물임이 이미 스승의 꿈에 예지몽으로 나타난 것이 신기하지 않나요?

※그러네요. 통일신라 시기에 등장하는 두 인물―문무왕과 의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멀리 서아시아의 미디아의 외손자인 페르시아 왕 키루스의 출생담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 이야기는 문화 전파에 의해서 페르시아에서 신라까지 전해졌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천산을 넘은 주민이 신라까지 가지고 왔을 수도 있지요. 저는 신라 김씨왕족들의 혈맥이 천산주변의 사카족과 관련이 있다고 믿어요. 어쩌면 지금 우리가 잃어버린 역사의 끈이 이 이야기 속에 숨어 있지 않을까요.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5년 07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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