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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리'의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탐방기 -2-

둘째날 - 침간산 차르박호수, 김병화 박물관
황명강 기자 / test@test.com입력 : 2017년 07월 18일
둘째날(6월29일) - 침간산 차르박호수, 김병화 박물관


잠에서 깨자마자 금강산도 식후경, 뷔페로 내려갔다. 이 호텔의 아침 뷔페 메뉴는 꽤 다양하다. 나의 사랑 사과 주스와 갖가지 치즈, 한국의 타락죽과 비슷한 우유를 넣고 끓인 죽 등 어느 나라 사람이 와서 먹어도 문제가 없는 메뉴이다. 아침식사 후 오늘의 행선지는 3,309미터의 높이를 자랑하는 침간산과 만년설이 녹은 차르박 호수이다. 여행 와서 피곤하니까 오늘 하루는 피곤을 좀 풀며 쉬라는 의도로 구성된 코스란다. 정말 그럴지 의심이 되긴 하지만 일단 따라가 본다.

잠시 후 차창 밖으로 멀리 바라다 보이는 눈이 쌓인 산이 등장하자 다들 환호성을 지른다. 바깥온도는 간단히 37도. 모두들 버스의 왼쪽 오른쪽 창문을 통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오늘은 여행지에서의 첫 날이란 흥분이 있는 것. 침간산은 천산 산맥의 지류로 나무가 별로 없이 이끼로 덮인 듯이 황토색과 녹색의 앙상블이 멋지다. 타슈켄트에서 2시간 정도 되는 거리여서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휴양지로 꼽힌다. 겨울에는 리프트를 타고 천연의 스키장을 즐길 수도 있다.

↑↑ 침간산 리프트
ⓒ GBN 경북방송

오늘의 첫 미션은 리프트 타고 침간산 중턱까지 오르기. 그런데 이 리프트란 물건이 만들어진지 무려 20년이 넘은 데다가, 안전장치라곤 고작 허리를 가로지르는 쇠꼬챙이처럼 생긴 바 하나밖엔 없다. 발밑은 훤하니 그냥 뻥 뚫려있다. 한국에서나 외국에서나 이런 과감한 리프트는 처음 본다. 덕분에 김 박사님과 리프트에 동승하고도 이야기 하나 꺼낼 수 없는 긴장감이 들었다. 땅에서 점점 멀리 올라가며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허공에 떠 있는 내 다리를 흔들 때는 식은땀이 났다. 심지어 뒤로 돌아보며 사진 찍는 것은 바로 리프트에서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한 느낌. 간신히 정상에 올라 리프트에서 내려오니, 긴장 탓에 온 몸이 휘청한다. 이 리프트를 만든 사람은 익스트림 스포츠의 추종자임이 분명하다.

침간산 중턱에서 훤히 내려다보는 맛에 여기저기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여러 컷의 사진을 찍고 난 후엔 내려갈 일이 걱정이다. 다행히도 빠르진 않기에, 발밑이 텅텅 비어있다는 것이 걱정될 뿐,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 오금이 저려 내려오는 덕에 풍경 사진 촬영을 하며 손이 덜덜 떨렸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 익스트림 스포츠의 현장에서 꽤 여러 사람이 덜덜 떨다가 카메라 렌즈뚜껑이니 수첩이니 하는 것들을 멀고 먼 상공에서 휘휘 떨어뜨렸다고 한다. 지금쯤 침간산에 사는 사슴은 운 좋게 카메라와 렌즈뚜껑을 장난감 삼아 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후에 버스는 다시 길을 달려 우리를 푸르른 하늘색과 꼭 닮은 호숫가에 내려다 준다. 일명 차르박 호수의 베스트 샷이 가능한 지역. 모두 이 호수의 하늘을 닮은 물빛에 감탄하며 조별 사진을 찍느라 분주히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을 모집한다. 마트에서 파는 블루 하와이라는 음료를 커다란 호수에 가득 풀어놓은, 자연적이지만 너무나 인공적으로 느껴지는 물빛이다.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인 이 나라에서는 이 차르박 호수가 피서와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여름에 핫한 곳이다.

↑↑ 차르박 호수
ⓒ GBN 경북방송

간단하게 서양식 함박 스테이크를 흉내 낸 요리를 먹은 후에, 바닷가가 아닌 호숫가의 모래 위에 자리를 잡았다. 산정호수와 같이 산을 바라보며 호수에서 물놀이를 즐긴다고나 할까. 학생들은 미리 준비한 어여쁜 수영복을 입고 바나나 보트와 워터 스포츠를 즐긴다. 물은 기분 좋을 정도로 차가운데, 설산에서 만년설이 녹아 내려온 물이라 소금기가 없어서, 샤워도 간단히 하면 된다. 잠시 후 물놀이에 지친 우리는 옆 텐트를 빌린 현지인 가족에 주목했다. 만국에 통하는 손짓 발짓을 통해 우릴 긴 판자를 올려놓은 그네에 태워준다. 아 그런데 그네를 타자마자 너무 세게 밀어서 그네를 고정하는 철봉 위까지도 그네가 왔다 갔다 한다. 위협감을 느낀 우리는 내려달라고 냅다 소리를 질렀고, 몇 분이 지난 후에야 휘청거리며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이 공포의 그네는 절대 앞으로 타지 않으리라. 그래도 간이 큰 척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옆집의 가족과 헤어졌다. 호수 주위를 산책한 후에는 다시 버스 탑승이다.

↑↑ 김병화박물관
ⓒ GBN 경북방송

다음 목적지는 고려인의 강제이주 역사와 발전상을 보여주는 김병화 박물관. 이 박물관에는 우즈베키스탄에 거주하는 고려인, 일명 까레이스끼의 역사가 서려있다. 1930년 당시 소비에트 연방 내에 살던 고려인 17만 여명은 영문도 모른 채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지대로 끌려가야 했다. 고려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은 채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로 내몰렸으며 이 과정에서 10%가 넘는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중앙아시아에 도착한 고려인들은 시민권도 가지지 못한 상태여서 2차 대전에 참전할 수도 없이 후방에서 심한 노역에 시달렸다. 하지만 당시 중앙아시아에서 재배하지 못했던 벼와 밀 등을 관개농업을 통해 재배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근면하고 협력하는 민족이라는 것을 인정받음으로써 사회에 굳건히 뿌리내리게 되었다. 박물관에 도착하자 자그마하게 생기신, 예전에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셨던 선생님 한 분 나와서 우리에게 고려말을 쓰시며 설명을 해 주신다. 동포를 오랜만에 본다며 매우 반가와 하며 맞아주시며, 하나라도 더 자세히 알려주려고 애쓰신다.

↑↑ 단체사진
ⓒ GBN 경북방송

김병화 콜호즈, 즉 협동농장의 원래이름은 북극성 이었는데, 김병화 선생님이 두 번 금별훈장을 받고 사후에 그 분의 이름을 따서 명칭을 바꾸었다. 우리는 김병화 선생님의 흉상에 이중 영웅이라는 표시를 읽고 무슨 뜻인지 몰라 갸우뚱 했었는데, 최고의 훈장인 금별을 두 번 받았다는 의미라고 부연설명을 해 주신다. 약 300만 평에 이르는 황무지를 오로지 노력과 근면만으로 개간하여 관개농업을 실시함으로써 오늘날 농업 기본을 마련하였다고 하여, 나이 든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모두 이 분을 존경한다고 한다. 이 과정을 생각해보고 또한 타지에서 그렇게 힘들게 노력했던 역사를 박물관에서 보고나니 눈물이 나온다. 다행히도 현지의 고려인들은 사회의 구성원임을 인정받고 사회적 지위도 평균 이상이라고 하니 안심이 되기도 한다. 한-우즈벡간의 수교 전까지는 조국이 우리를 버렸다는 생각이 많던 고려인들도, 요사이는 고려인 3세까지 한국에 입국 비자가 나오고 우리 정부에서 요양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힘씀에 따라 고국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 선생님과 감동 어린 단체 사진을 찍고 다시 타슈켄트로 향한다.
황명강 기자 / test@test.com입력 : 2017년 0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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