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26 오전 01:45:4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세계속의 경북관광

'이예리'의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탐방기 -3-

우르겐치, 히바에서의 이찬칼라 미나렛 마드라세 등 관람
황명강 기자 / test@test.com입력 : 2017년 07월 27일
3일째 / 6월 30일 우즈베키스탄



어제의 휴식을 뒤로 하고, 오늘부터 고대로의 보물찾기는 시작된다. 덩치가 큰 나라답게 타슈켄트-우르겐치 구간을 항공으로 이동하여, 마침내 목적지인 히바에 도착했다. 히바는 머나먼 페르시아 시대부터 카라쿰 사막으로 향하는 입구로 아무다리아 하구를 따라 발달했다. 히바는 호라즘 주에 위치하고 있으며, 처음에는 이란계 주민이 사는 작은 오아시스 마을로 출발했지만 11-13세기 지역의 이름을 딴 호라즘 왕국 내에서 번성하였다.

ⓒ GBN 경북방송

13세기 징기스칸이 이 지역에 호라즘과의 교역을 요청하며 사절단을 보내왔을 때 당시의 지방관은 그 사절단의 목을 베는 발칙함을 보였다. 눈치가 없으면 코치나 있던지,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아도 참 유분수지 싶다. 이후 세계사의 분수령이 된 6년간의 전쟁을 거쳐 중앙아시아의 주요 도시가 몽골 제국에 편입되었다. 이후 17세기 히바는 아무다리야 강의 수로가 바뀜에 따라 오아시스의 거점도시가 되어 화려한 역사를 만들었다.

오늘날의 히바는 그 풍파 많은 역사와는 달리, 고요하고 정적인 고대 도시처럼 보인다. 히바의 옛 성인 이찬칼라를 향해 걸어간다. 내성으로 지어진 이찬칼라에는 아직도 교회당인 모스크, 학교인 마드라사, 기도를 알리는 첨탑인 미나렛 등 갖가지 다양한 역사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어, 도시 자체가 박물관 도시라 불린다.

내성인 이찬칼라와 외성인 디샹칼라 사이에 보통의 마을 사람들이 몰려 살았다. 내성에는 칸의 궁전과 주요한 건물들이 위치해 있고, 사회지배층이 주로 살았다. 가이드가 우리를 처음 데려간 곳은 9세기의 학자 무하마드 알 호라즈미의 동상이다. 호라즘 출신의 유명한 학자라 알 호라즈미라고 부른다고. 이 지방에선 끝에 붙는 부분을 보면 어디 출신인지 금방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사람의 이름을 따서 알고리즘이라는 명사가 만들어졌다.

ⓒ GBN 경북방송

서문인 아타 다르바자를 거쳐 내성에 들어가니 아치형의 나무문이 달린 가게들이 주르륵 나온다. 건축물과 조화되는 형태와 색을 가져서 마치 요정이 튀어나올 것 같이 귀엽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집처럼 보인다고 할까. 가게에서는 갖가지 토산품과 더불어 히바의 특산물이라는 커다란 양가죽 모자를 팔고 있다. 곱슬곱슬한 양모가 강조되어 머리만 큰 사람처럼 보인다. 굉장히 더울 것 같았는데 막상 써 보니 태양빛을 차단해주어 그리 덥지는 않다. 그래도 사자머리는 될 수 없다.

오른쪽의 호텔 표지를 따라가면 보이는 건물이 무함마드 아민 칸 마드라사이다. 19세기 중앙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신학교로 재판소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120개의 방에서 학생들은 약 15년간 공부를 해야 이맘이 되었다고 하니 아이구야 소리가 절로 나온다. 지금은 호텔로 변신하여 그 들어가는 입구에 사람들이 왕좌 같은 걸 가져다 놓고, 소품을 이용해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호기심 많은 우리 일행들도 걸려들어 즐거워하고 있다. 이 마드라사 옆의 푸른 타일로 장식된 커다란 원통형의 건물이 칼타 미노르 미나렛이다. 19세기 건물인데 발주자인 아민 칸이 3년 후에 전사한 관계로 완성되지 못한 건물이다. 현재는 26미터의 원통같이 보이는 데 호텔 옆에 바싹 붙어있어 사진으로 한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 GBN 경북방송

이제는 오래된 궁전이란 뜻의 쿠냐 아르크를 볼 차례다. 이는 17세기 칸의 궁전으로 여러 시설물이 있고 테라스에 박힌 커다란 나무 조각의 기둥이 아주 인상적이다. 덧대어진 테라스의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문양이 페르시안 카펫의 문양과도 닮아있어서 아주 멋지다. 벽은 청색과 백색, 천장은 주황부터 고동색에 이르는 색으로 구성되어 있어 깊이를 더해준다.

곧 우리는 19세기에 지어진 타쉬 하올리 궁전으로 이동하여 그 호화로운 구성을 즐겼다. 마당에는 6각형의 높은 노대가 있어서 그 목적을 물어보니, 유루타라는 유목인의 천막을 설치하여 왕이나 당시의 손님들이 사용했다고 한다. 날씨가 매우 덥지만 그래도 유적지의 첫날이니 다들 힘을 내어, 전망대로 이동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목은 매우 작은 통로로 되어 있으며, 그 당시의 건축기술을 보여준다. 짚과 진흙을 섞어서 벽을 만들어 두껍게 발라서, 건물 안은 어두컴컴하고 빛이 들어오지 않아 시원하다. 안간힘을 쓰고 컴컴하고 좁은 계단을 지나니 텅 뚫린 공간이 들어온다.

바로 이 곳에서 히바의 모든 모습을 360도로 촬영할 수 있다. 멀리 미완성의 미나렛과 여러 모스크의 모습이 다가온다. 푸르디 푸른 하늘과 황토색의 성벽이 대비를 이루며, 전체적으로 높은 건물이 없는 이 도시의 고적함을 잘 전해준다. 360도로 회전하면서 보니 복구가 잘 된 부분도 있지만 완전히 파괴되어서 흙벽돌만 흩어져 있는 부분도 눈에 띈다. 정문만 멀쩡하고 그 뒤에는 폐허다.

ⓒ GBN 경북방송

전망대를 내려가서 역사박물관으로 들어가니, 그 시대의 칸이 사용했던 여러 가지 물품과 왕비들이 사용했던 장신구, 전통의상을 착장한 아이의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아이들은 유목민의 일명 사자머리 모자를 써도 귀엽기만 하다. 왕비들을 묘사한 그림도 있었는데, 화려한 관에 얼굴을 드러내고 여러 겹의 의상을 걸친 모습이다. 이곳은 이슬람 지역이긴 해도 여성들이 얼굴을 가리고 있지는 않다. 박물관을 나와서 거리를 걷다가 음악 박물관에 맞닥뜨렸다. 음악 박물관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그 더운 날씨에도 학생들은 즐겁게 몸을 흔들어댄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이 레이저로 쏘는 듯한 햇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춤을 추는 학생들이 신기한 듯 카메라로 찍으며 구경하고 있다.

성내의 식당에 들어가니 맨 처음 나온 음식은 뿔롭, 기쁠 때나 슬플때나 우즈벡인들의 기념 행사에는 빠질 수 있는 양고기 기름을 이용한 노란 당근 장식의 볶음밥이다. 결혼이나 상을 당한 경우에도 항상 이 볶음밥을 우리 가마솥 같이 커다랗게 생긴 솥에 준비하는 데, 준비해서 요리하는 시간만 대략 하루 정도 걸린다고 한다. 뜨거운 녹차와 밥을 먹으니 더 더운 것 같기도 한데, 이것이 현지인들의 양생법이라니 따라야겠지. 이제는 점심식사 후 잠시의 휴식타임. 우리는 운 좋게 이찬칼라의 성벽이 바로 보이는 로비에서 가장 가까운 방을 배정받았다. 꿀맛 같은 휴식을 위해 몸을 털썩 침대에 누였으나 휴식은 짧게 지나가 버렸다.

다시 성문을 통과하여 이번에는 햇빛 쨍쨍한 하늘에 우뚝 선 이슬람 호자 마드라사와 미나레트를 본다. 이슬람 호자는 히바 최후의 칸의 대신으로 이 건물들은 1910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그는 개방의 중요성을 그 당시에 인지하여 여러 나라를 시찰한 후에 근대식의 학교와 병원 등을 히바에 지었다고 한다. 앞서가고 개혁적인 인물이 그렇듯이, 그는 보수파의 시기질투와 반발을 사서 암살당했다 한다. 그가 암살만 당하지 않았어도 근대화에 성공하여 히바의 역사는 좀 바뀌지 않았을까. 이 미나레트는 45미터에 달하며 올라가면 멋진 풍광이 있다고 하는 데 날이 너무 더워서 올라가긴 무리였다.
곧바로 햇빛을 피해 신학교로 사용되었던 마드라사 입성. 투각이 화려하게 된 목가구와 엄청난 양의 상감 장식이 사용된 호사스러운 육각 테이블등 많은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정면으로 보이는 파사드 옆의 빈 감실의 용도를 몰라 물어보니, 원래 기독교라면 성상이 배치된 자리이나, 이슬람이 성상 숭배를 금지하므로 비워놓은 공간이라고 한다.

현지인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는 13세기의 지도자 셰이드 알라우딘의 무덤을 거쳐서 금요일의 모스크라는 주마 모스크로 향한다. 이 주마 모스크는 고대의 아리비아 모스크의 정형적인 모습으로 돔 형식이 아니라 아파트처럼 평평한 구조로 되어있다. 신도들이 예배를 할 때 빛을 피할 수 있도록 나무로 된 지붕을 대어 놓은 간단한 구조이며 만남의 장소로도 사용되었다. 현재 중앙아시아에 이런 형태의 건축물은 이 주마 모스크만 남아있다. 안에 여러 개의 장식이 정교한 기둥 212개가 건물을 지지해주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며 10세기에 지어져서 18세기까지 여러 차례 증축을 거쳤다. 특이하게 건물 안뜰의 천정을 유리 온실처럼 해 놓아서 천정으로부터의 빛이 비추고 그 빛을 이용해 나무가 자라면서 실내를 신비한 분위기로 만든다. 천신강림의 분위기랄까. 대부분의 기둥은 새로 보수된 것이지만 10-11세기의 오래된 기둥도 21개 있다고 자랑이 많다. 그냥 화려한 장식 없이 나무 만으로만 만든 소박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다음은 타쉬 하울리 하렘이라고 해서 왕의 침실과 왕비의 침실이 있다. 휘장을 두른 금박 침대가 멋져 보이긴 하는 데, 방 자체는 좀 답답해 보인다. 왕이라도 코란 공부는 열심히 하셨는지 코란을 읽는 책 받침대가 멋지게 앉아있다. 도자기 수입도 열심히 하셨는지 한 쪽 벽면의 조그만 감실에는 중국 도자기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방들 자체 보다는 테라스의 돌로 된 멋진 조각이 새겨진 기둥과 테라스 천장의 호사스런 장식이 나에겐 인상적 이었다.

아랍 칸의 마드라사에서는 조로아스터 관련한 전시물이 일부 있었는데,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조로아스터교는 중동 박트리아 지방에 자라수슈트라 라는 선구자에 의해 기원전 7세기경에 세워진 샤머니즘을 제외하곤 최고로 오래된 종교이며, 폐르시아인의 민족 종교이기도 하다. 여기와의 연결성은 잘 모르겠지만, 최고신인 아후라 마즈다가 세계를 창조하였다고 하며, 선한 생각과 말, 행동을 통하여 인생을 완성하는 것이 교인의 의무라고 본다. 상당히 단순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기 쉬운 철학이면서도 사회 유지의 근본철학이 되는 걸로 보이며 수도원을 거부하고 현재의 생활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현대의 모든 종교는 일정 부분 조로아스터교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되어있으니 그 사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중앙 아시아에서 세금 문제에 우위를 가지고 있는 이슬람이 번성함으로써 그 교세가 쇠퇴하였고, 무엇보다 페르시아 인의 우위를 강조하는 부분이 있어 유태교처럼 세계종교는 되지 못했다 하니, 모든 것에는 흥망성쇠가 따르나 보다.
황명강 기자 / test@test.com입력 : 2017년 07월 27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메타세쿼이아 연두` / 정서희 시인..
무산중·고등학교 전교생, 박목월 생가 찾아 체험학습..
경주시맨발걷기협회 출범식 및 제1회 선덕여왕길 벚꽃맨발걷기 성료..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정남진에서 / 황명강 시인..
경주시, 2024년 주민공동체 공모사업 비전 선포..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문화유산 시리즈 5권 발간..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은 우리에게 맡겨주세요!..
경북교육청, 몽골 총괄교육청과 R컴퓨터 나눔 협약식 가져..
경상북도의회, 2024년도 청소년의회교실 본격 시동..
하이엠케이(주) 구미 알루미늄 소재 공장 착공식 개최..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어정역 계단에 물고기가 누워 있다 숙취에 절은 움직임에 .. 
황명강 시 정남진에서.. 
메타세쿼이아 연두 ..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