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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리'의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기행문 -8-

이식쿨 호수, 부라나 성터, 카라오마을 암각화
황명강 기자 / test@test.com입력 : 2017년 08월 15일
오늘은 수도인 비슈켁을 떠나 휴양지로 유명한 이식쿨 호수로 향하는 날이다. 버스 밖의 풍경은 완전히 신세계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누런 들판과 황토색이 압도적이었다면, 키르기스는 초록색으로 가득하다. 이 나라의 국토 면적은 남한만 하며, 인구는 6백만. 인구밀도가 매우 낮아서 지방에서 사람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소득이 그리 높지는 않은 나라이지만, 중앙아시아에서는 드물게 민주주의 혁명이 성공하여 민주주의가 정착한 국가라는 자부심이 있다. 키르기스 인들은 말고기를 귀중한 음식이라 여겨서 손님이 오면 일단 말고기부터 대접한다고 한다. 또 말의 젖을 이용한 크미즈 라는 막걸리 비슷한 희뿌연 색으로 보이는 마유주도 유명하다고 하니, 버스에 탄 주당들은 애가 탄다.

ⓒ GBN 경북방송

이시쿨 호수를 가는 길에 부라나 성터를 들려본다. 이 부라나 탑과 그 옆에 있는 나지막한 언덕은 발라사군이라는 옛 도시(9-11세기)의 흔적이다. 부라나 탑도 원래는 45미터 높이의 미나렛으로 사용되었으나 여러 차례의 지진, 특히 15세기의 마지막 지진의 영향으로 탑의 윗부분이 무너져 현재의 높이인 25미터가 되었다. 이 때 도시 자체도 무너져서 폐허가 되고 만다.

이 탑과 관련 있는 전설에 의하면 이 성의 왕이 자신의 어린 공주가 18살이면 죽는다는 예언을 듣고 공주를 어린 시절부터 탑에 유폐시켰다고 한다. 공주는 홀로 외로이 커 가던 중 어느 날 하인이 가져다 준 음식에 숨어있는 독거미에 물려 죽고 만다. 바로 18세 되던 해였으니, 왕의 슬픈 곡성으로 탑이 무너졌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듣고도 참 썰렁한 전설이 아닐 수 없다. 무슨 라푼젤도 아니고 자기 딸을 왜 유폐시키는 거야 하며 투덜거렸다. 아마도 이 불쌍한 공주에게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로 만들어 줄 능력이 있는 마법사가 없었나 보다. 앞에 남아있는 팔각으로 솟아있는 평평한 부분은 불탑의 남은 부분으로 본다고 한다.

ⓒ GBN 경북방송

사람들이 밖에 둘러진 계단을 통해 부라나 탑에 올라가려 하는 동안, 우리는 전시관과 옆에 있는 언덕에 올라가 보기로 한다. 전시관에 그리핀이나 용이 그려진 것처럼 보이는 돌이 있으나 그 용도는 모르겠다.
옆에 펼쳐진 노란 야생화 밭에는 유명한 장군들의 얼굴 모습인 발발이 있다. 기원전부터 돌에 이런 얼굴을 새기는 것이 전통이라는 데, 분위기는 아이들이 새긴 어른의 이미지 같아서 재미있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석상을 찾아 함께 사진을 찍는다. 이어 옛날의 성터에 올라가서 부라나 탑을 한 번 보고, 쏜살같이 내려오기.
아직도 탑에 올라가려는 줄이 길지만, 탑의 내부를 보니 그 계단 높이가 심상치 않아 포기한다. 역시나 올라갔다 온 사람들은 내려올 때 기겁했다며 다리의 통증을 호소한다. 이제는 가자 이시쿨로!

가이드가 이시쿨 호수를 배경으로 한 ‘하얀 배’라는 소설을 이야기하자, 다른 교수님이 그 말을 받아서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신다. 한국인 작가와 고려인 3세의 섬세한 관계를 이 호수와 고려인의 강제이주사라는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고 하니, 귀국하면 한 번 읽어 봐야겠다. 버스에 올라 한참을 가니, 저 멀리 왼쪽에는 아직도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천산산맥이 있고, 오른쪽에는 푸른빛이 눈에 선한 이시쿨 호수가 보인다.

ⓒ GBN 경북방송

푸른빛을 보자마자 일행들은 열광한다. 설산을 배경으로 그토록 큰 호수가 있으니 마치 이 평화로운 곳에 곧 양떼를 몰고 오는 목동이 등장할 것 같다. 우리의 목표는 이시쿨에서 유람선을 타며 점심을 먹는 것이다. 재빨리 배에 올라 음식물이 차려진 식탁에 돌진한다. 호수에서 직접 잡은 메기인지 농어인지 하는 물고기 튀김과 생선국과 야채들이다. 생선냄새가 좀 비리기는 했지만 선상에서 이게 어디냐 하며 맥주를 국 삼아서 열심히 먹었다. 식사 후 정신을 차리고 2층 데크에 올라와 보니 이시쿨이 저 멀리까지 보이며, 바람이 상쾌하다. 설산을 배경으로 한 호수의 모습이 아주 평온한 이상세계 같다. 호수의 저 편에는 또 까만 구름이 숨어 있어서 조만간 비가 내릴 것 같다.

유람선에서 내려 다시 카라오 마을의 선사시대 암각화 구경에 나섰다. 동북아 역사재단의 2010년 한국-키르기스스탄 공동 암각화 조사에 의하면 키르기스스탄에서 총 여덟 개의 암각화 유적지가 확인되었으며 1,893개의 암면에 총 3,256개의 형상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이 유적지들에서 석기 시대부터 청동기 시대까지 그 시대도 다양한 많은 암각화를 찾아볼 수 있다. 바위 면에 가장 많이 그리고 중심적으로 새긴 것은 산양이었고, 그 뒤에 많은 숫자가 사슴이다. 산양은 그 당시 중앙아시아의 부족들에게 가장 중요한 식량 공급원이자 기원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산양의 의미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는 중이어서 결론을 내기에는 부족하다.

또한 사슴은 시베리아나 알타이 지역에서 샤먼의 복장과도 중요한 관계가 있으며, 하늘신인 텡그리와 인간을 이어주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연구자들은 선녀와 나무꾼에서 선녀가 떠난 후 나무꾼이 사슴의 도움으로 하늘로 올라간다는 것에 주목하여, 사슴을 하늘과의 매개체로 보기도 한다. 키르기스족의 신화에서도 사슴은 그들의 선조를 위기에서 구해주고 키워준다. 이러한 유목민들의 신화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그들 사이에 사슴 토템신앙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으리라.

ⓒ GBN 경북방송

가이드의 설명은 길었지만 이 유적지의 크기가 워낙 큰 관계로 재빨리 다른 무리들에 합류하여, 사진 찍기에 열광한다. 바위에 새긴 뿔에 커다란 컬이 있는 산양이 이색적이다. 바위틈의 중간 중간에 작지만 주목 같은 붉은 열매가 달린 나무인지 풀인지 하는 것도 정겹다. 사람과 망아지 모양, 사슴 모양 등의 다양한 암각화 군은 눈으로 보기에는 희미한데 사진으로 찍으니 명확하게 보인다. 카메라의 눈이 사람의 눈보다 좋은 건지. 멀리 보이는 산을 배경으로 사람들은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이 바위 저 바위로 메뚜기 뛰듯이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다. 수염이 길게 난 저 동물은 염소가 틀림없으리라. 유목민들이 신성시하는 늑대 암각화가 있나하고 찾아가 보았으나 시간 부족으로 실패.

산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호랑이를 무서워한다면 초원의 유목민들은 그들의 가축을 해칠 수 있는 늑대를 가장 두려워한다. 또한 늑대는 초원의 청소부이자 수호자, 하늘인 텡그리와 교감하는 동물이라 신성시되는 존재이다. 예전에 키르기스 족은 아이가 태어나면 박제한 늑대의 입에 잠시 넣었다 꺼내서 늑대가 아이를 지켜주기를 기원했다고 한다. 한 시간을 토끼가 뛰듯 한 끝에 종료 휘슬이 울렸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 아니라, 점심에 맛만 본 이시쿨 호수로 가야할 시간이다.

이시쿨 호수를 끼고 있는 리조트로 직행이다. 이시쿨 호수에 나가보니 밑 부분이 모래가 아니라는 것만 다를 뿐 호수인데, 진짜 바다와 다름이 없이 파도도 일고 있다. 심지어 관광객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곳에는 모래도 깔려 있다. 물맛을 보니 약간 찝찌름한 정도다. 그래도 소금기가 많지 않아 물에 젖은 상태에서 그냥 말려도 피부에 들러붙거나 하지 않는다. 숨어있던 새까만 구름이 천천히 이시쿨에 비를 뿌린다.

이시쿨은 세계 3대 호수 중의 하나로 해발 1600미터의 고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겨울철에도 어는 법이 없어서 따뜻하다는 뜻의 이시와 호수를 뜻하는 쿨을 붙여서 지명이 되었다. 이 호수에는 전자기력이 풍부하다고 주장하는 도인들이 많으니 건강에 도움을 얻고자 하시는 분들은 수영을 하시던지 주위를 산책하시던지 암튼 2-3시간은 호수 주변에서 보내시기를 권한다. 멀리 보이는 각기 떨어진 별장들과 천산산맥을 보니 마치 스위스의 호수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기온이 서늘해서인지 커다란 장미가 색색으로 피어 있다. 호수와 장미, 그리고 흰눈이 잘 어울린다. 이시쿨에서는 다른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쉬는 법을 배우기.
황명강 기자 / test@test.com입력 : 2017년 0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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