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옥 시인"밥상 위의 명태 한 마리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0년 12월 19일
|  | | ↑↑ 명태 조림 | ⓒ GBN 경북방송 | |
밥상 위의 명태 한 마리
- 이영옥 -
그는 침침한 백열등 밑에서 저녁을 먹는다 굳어버린 혓바닥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다 밥상이 곤두박질 칠 때 마다 늙은 아내는 깨진 것들을 천천히 쓸어 모았다 그를 지탱하던 의식들은 이빨 나간 그릇처럼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치욕은 아내의 손톱 밑에 파고 든 양념찌꺼기 같았다 한바탕 울분 뒤에 몰아쳐 오는 적요는 언제나 쓸쓸하다 그는 잘 씹히지 않는 명태를 우물거리며 바다 속의 깊은 적막을 우려낸다 하루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명태 한 마리의 온전한 고독이 필요할테지 관자놀이의 힘줄이 불끈 일어선다 내 영혼은 얼마나 더 능멸당해야 잠들 수 있나 꿈에서 조차 그는 말을 더듬는다 그는 마른 명태처럼 딱딱해진 생각들 탕탕 두들겨 북북 찢어 놓고 싶었다 환멸에서 생비린내가 났다 백양나무가 바람 든 뼈를 끌고 방안으로 들어 왔다 누런 이파리들의 밭은기침에서 튀어나오는 죽음의 파편들 그는 온몸에 어둠을 퍼 담고 고즈넉하게 저물어 간다 처마 밑의 마른 명태는 먼지를 한 겹 두른 후 하루 더 희망을 품기로 했다
작가 약력
이영옥 시인 경주 출생 부산대학교 사회교육원 소설 창작과 수료 제 5회 동서커피문학상 시 부문 금상 수상 제 22회 근로자예술제 문학부문 대상 수상 2002년 경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4년 개간지 <시작> 신인상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사라진 입들>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0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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