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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봉 시인"석류의 분만기"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07월 29일
↑↑ 정석봉 시인
ⓒ GBN 경북방송



















석류의 분만기

정석봉

진달래 피는 봄날
약국 다녀오는 옆집 순이 고개 숙인 눈길에
누이는 속 터진 봄, 모두 보내고
시집갈 때 다됐을 쯤 석류꽃을 보았다

자궁처럼 둥근 가마에 불꽃이 일었다
토함산모퉁이에

여름의 멍든 자국들이 부풀고
자예 누이의 배는 점점 불러왔다

새벽 초승달은
가을 고샅 따라 양수가 터졌다

석류나무가지를 떨치고 나오는 붉은 이파리들

힘겨웠던 속 알이 울음 터지는
아침,
목항아리
한 덩이 받아내는 어머니는
바다의 탯줄을 잘라주었다



작가 약력
정석봉 시인
경남 합천 출생
2010 시안 등단


* 시 감상
위 시는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혔던 슬픔 같은 토기들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문화재를 자예 누이를 통해서 바라보고 있다.
진달래 화창한 봄날에도 고분 속에 묻힌 토기처럼 누이는 잊혀져 있었다. 늦게 석류꽃 필 무렵 피워 올린 사랑은 다시 토기를 구워 내는 가마처럼 불꽃을 피웠고 그녀는 둥근 가마처럼 배가 불러 올랐다. 가을 초승달이 푸른 밤 잘 익은 석류가 붉게 터지듯 붉은 울음을 터트렸다. 어머니는 바다의 탯줄을 잘라준다. 바다처럼 넓은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1년 0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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