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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목월백일장 장원 작품


진용숙 기자 / ysjin130@korea.com입력 : 2023년 04월 10일


  북소리

김선정(고양예술고등학교 2학년)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입을 옷은
하늘에 뜬 북이다
 
어머니는 매일 밤 파란 양복을 다린다
아버지는 낮이 되서야 빨간 조끼 빨간 모자
빨간 두건을 입는다
 
출근 시간에 뜨는 북은
아버지를 술병과 문지방에 주저앉혔다
 
아버지가 커다랗게 우뚝 선 철근을
발급으로 둥둥 두드렸을 때
어머니는 철근이 기울어지고 있다고
아버지가 우리 가족만큼 무거워 보인다고
손수건을 구겼다
 
아버지가 태양을 두드리는 날에
어머니는 다시 파란 양복을 다릴 수 있을까
 
북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작아지는 아버지
땀을 쫙 빼고 사흘 굶은 개처럼
갈빗대가 잔뜩 움츠려 들었다
 
북 하나에 달린 아버지의 가느다란 심장과
매일 뜨거워졌다가 차가워지는 아버지
 
온통 낡아만가는 하늘은 파랑
아버지는 파랑의 옷을 껴입고
내쉬는 입에서 영혼을 내뱉고는
둥둥 북을 울렸다

 
대학.일반부 장원 작품

박물관

김명래(강원도 춘천시 만천로)

 
천길 물 속으로 소금처럼 녹아내리는
달빛을 꺼내
 
주름진 발목으로 검은 날갯죽지
한 켠을 찍는
붉은 낙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유리관 아래 부호들은 허공으로 날아가
도량에 가 닿습니다
 
긴 목이 늘어난 새의 울음으로
불링문자는 안개에 가려지고
 
염화미소에 닿을 수 있을지라도
웅숭거리며 솟아나는 빗살무늬들은
붉은 깃으로 날아오를 것입니다
 
이를 드러내며
낙숫물처럼 툭 툭 떨어지는데
자박 자박 걸어가는데
 
빈 유리관 속으로 들어가 나올 줄 모르는
달빛 한 점은, 긴 역사의 숨소리는
제 살을 밀봉하며 진흙별 속으로
저물고 있습니다

 
고등부 장원

북소리
이선우(서울 마포구 상암동)

 
수도관이 터진 시내 중심가
드르르륵 드릴로 아스팔트를 걷어내는
아버지의 온 몸이 함께 울린다
 
마치 고수가 북을 치듯이
북채를 꽉 쥐고서
땅을 두드려 나가는 아버지
 
봄꽃들이 수북이 떨어지는 동안
등가죽을 타고 흐르는 식은 땀
그래도 쉬지 않고 일을 계속한다
 
때론 돌맹이가 튀어 오르고
몸을 다칠 때도 있지만
그것이 인생이라고 웃은 아버지
 
하루의 작업이 끝나고 돌아오는
고된 발자국 소리가 북소리가 되어
웅웅 골목길을 울리는 듯하다
 
잠든 아버지의 손 가만히 잡아 본다
마음속에 북채 하나가 자리 잡는다

중등부 장원

대나무
이예승(경주시 황성로)

 
하늘을 휘어잡는 푸른 댓잎 속에
어린 죽순 속에
햇살 바람 별빛까지
칸칸이 채워 넣었다
 
당피리 단소 소쿠리 세피리
모두 대나무가 죽어서
다시 태어난 것들
강건한 그들의 속살
 
섬세하게 쪼개어
자존심을 굽히고 편 것들
한번 다시 태어나겠다고
몇백번 죽어
 
제 뼈를 깎은 아픔을 생각한다
아둥바둥 내가 붙잡은 동아줄
텅빈 내 시도
이렇게 마디가 많다

 
초등부(고학년)장원

벚꽃길
김호준(경주 현곡 금장초등학교 5학년)

 
학교가는 길이
벚꽃길 되면
학교가기 싫은 마음이
위로가 되는 것 같고
 
출근길이
벚꽃길이 되면
힘든 일이 괜찮아
지는 것 같고
 
모든 다른 일상이지만
벚꽃길을 지난
학생과 어른의 마음은
똑같다

  
초등부(저학년)장원

엄마
이나윤(포항 해맞이초등학교 3학년)

 
내가 공부하면
엄마는
선생님 되고
 
내가 배고프면
엄마는
요리사 되고
 
우리집 더러우면
엄마는
청소부 되고
 
내가 아프면
엄마는
의사선생님 된다
 
무엇이든 되는
우리엄마는
변신쟁이
진용숙 기자 / ysjin130@korea.com입력 : 2023년 0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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