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진시인의 두번째 개인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이 출간되었다.
2018년 첫시집 '눈물 이후'를 내고 시인은 부끄럽고 두렵다는고 소감을 말했었는데 두번째 시집을 낸 소감도 여전히 두려운 마음이 많다고 한다. 여전히 겸손하고 시에 진심임이 느껴진다. 시인은 스스로를 가짜시인이라고 시집에 적었다. 직업이 시인이 아니어서!
현대에 시인을 직업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장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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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BN 경북방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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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시집은 관계에 대한 시들로 대상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 등을 가슴으로 바라본 흔적들이 가득하다.
두번째 시집을 낸 소감과 독자들께 들려주고 싶은 얘기 등을 시인에게 들어봤다.
●두번째 개인 시집을 출간하신 소감은 어떠신지요?
ㅡ 시를 쓰는 사람에겐 한 편의 시를 완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집을 묶어내는 일이 최고의 순간이라 여깁니다. 첫 시집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설레고 두려운 마음이 공존합니다. 한 편의 시보다는 한 권의 시집이 시인의 본모습에 더 가깝기 때문인데, 그간의 제 삶과 삶에 대한 태도를 독자들에게 그대로 내보여야 하기 때문이겠지요.
●독자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으시다면?
ㅡ 이번 시집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들의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기쁨과 슬픔을 이야기 합니다. 시집을 통해서 가족이거나 타인, 어떤 경우엔 스스로에게 주고받은 상처를 들여다보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시를 쓰실 때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생각, 기본, 의식)이 있으신지요?
ㅡ 가능한 한 시를 쉽게 쓰려고 합니다. 독자와 소통할 수 없는 시는 쓴 사람만의 전유물일 뿐입니다. 감동은 시를 읽는 순간 불현듯 밀려오는 것이지 해석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문학이든 예술이든 문화 대중들 스스로 즐길 수 있을 때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무것이나 시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시와 시 아닌 것의 경계에 가장 근접한 시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제 시를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만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동안 시가 독자들과 너무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새로운 시를 쓰신다면 대상이 되는 생각하시는 소재가 있으신가요?
ㅡ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 그리고 어두운 곳을 들여다보고 빛을 들이는 일이 또한 시인의 책무라고 생각 합니다.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시집은 서정성 짙은 참여시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시를 통해 어둡고 소외된 곳에 따뜻한 시선을 주고 함께 아파하고 치유해야 할 환부를 세상의 양지로 드러내 보이고 싶습니다.
●편하게 하시고 싶으신 얘기도 부탁드립니다.
ㅡ 시가 읽혀지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서정이 메말라가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세상이 각박할수록 우리는 더 따뜻해져야 합니다. 시처럼 살아야 합니다. 삶도 힘든데 시까지 어려워서야 되겠습니까. 저마다 품은 감성들을 말로, 글로 표현하는 우리 모두가 시인이면 좋겠습니다. 김사장 이사장 하는 사회보다 김시인 이시인 부르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배웅
진료 소견서를 받아 들고 가는
4번국도는 어느 행성으로 가는 긴 활주로 같았다
불쑥 이정표들이 나타나
손짓을 하더니 금세 길의 뒤편이 된다
집과 동네와 사람들이 멀어져 간 사이드 미러에
저녁이 배웅처럼 따라붙는다
길가 쉼터에 차를세우자
코스모스 화단에 걸터앉던 엄마
온통 붉은 서쪽을 바라본다
노을 쪽에서 온 사람처럼
노을 쪽으로 가는 이처럼
노을처럼
사위어 가는 당신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그러쥔 옷섶에서 구름의 멍울들이 잡히고
눈 뜨면 그 속에 가득한 별들
하늘 하나를 통째로 품고 사는 사람이 있었다
몸 속 먹구름이 어느 기억을 지나고 있는지
내 눈동자 속으로 뚝뚝 떨어지던 별
입술로 미끄러져 내린 당신 별은
밤새도록 짜다
권상진 시인
2018년 첫 시집 '눈물 이후'
2021년 합동시집 '시골시인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