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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시인 열 다섯 번째 시집 ‘새가 울고 갔다’ 출간

인간 삶을 통찰하는 웅숭깊은 노경(老境)의 언어 즐비
진용숙 기자 / ysjin130@korea.com입력 : 2026년 03월 09일
 
ⓒ GBN 경북방송

 경주에서 활동중인 김성춘 시인이 열다섯 번째 시집 ‘새가 울고 갔다(시와반시)’를 출간했다.
제3부로 나뉘어 61편의 시가 실린 이번 시집에는 인간 삶을 통찰하는 웅숭깊은 노경(老境)의 언어가 즐비하다.
 
“사랑하는 친구 멀리 떠나보낸 가을 아침./ 강아지풀 하나/ 몸 흔들며 바람처럼 흔들리며/ 어디론가 가고 있다/ 완행버스를 타고/ 자신의 남은 시간을 생각하며/ 몸 흔들며 바람처럼 흔들리며/ 차창 밖엔/ 바람소리 새소리 낙엽 구르는 소리 가득한 가을/ 돌아보면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세월/ 이제 마른 몸으로 흔들릴 뿐/ 꿈꾸듯 잠시 눈부시게 타오르다/ 캄캄한 우주 멀리 사라져 가는 생/ 저 강아지풀 하나/ 지금 나이가 팔 학년 하고도 삼 반이다.”(‘강아지풀’ 전문)

‘사랑하는 친구를 떠나보낸 가을 아침, 캄캄한 우주 멀리 사라져 가는 생’이란 시구를 유추해 보면 생사의 경계를 넘은 친구를 애잔하게 그리는 마음을 드러낸다.

‘몸 흔들며 바람처럼 흔들리며 어디론가 가고 있다’에서는 모두의 생(生)이 이와같음을 은빛 정서로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한 차원원만 더 아래로 내려가면 친구는 물론이요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처지로 비유된다.

‘다시 만나는 그 순간까지 강아지 풀의 위태로운 비행은 멈추지 않을 것’. 이같은 작품의 흐름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가리키고 있어 노경(老境)의 정서가 달관(達觀)의 경지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올해 83세인 김 시인은 여전히 푸른 서정을 노래하고 있다.
지난해 불의의 낙상으로 병원 신세를 진 시인은 ‘강아지풀’로 은유 되는 모든 생이 강아지 풀의 형상임을 말한다.

‘분명,
이건 위선된 짓이라고,
이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판단하고
과감하게 내가 팽개친
오늘 그 별것 아닌 일
눈치보지 않고 팽개친 그 일
참 잘한 일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분명,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로
아름답지도 않은 밍밍한 일로
아내와 괜히 말다툼하고
나이값도 못하는 병신 아니냐고
그 창피함 때문에 미안한 마음에
실수하는 척
내가 먼저
아내의 손 슬쩍 잡아준 그 작은 일
참 잘한 일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시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전문)

시인의 내면을 무심하게 털어놓은 것 같은 이 시의 제1연은 외부의 일을, 제 2연은 내부의 일로 다루고 있다. 표현하면서도 표현하지 않는 이 작품의 미덕은 등단 50년을 넘긴 시력이 그 근거인 것 같다.
ⓒ GBN 경북방송

팔순을 넘긴 김성춘시인은 항상 여일하다.

시퍼런 벼 포기와 구름 사이로 새가 있고 오래된 팽나무와 길고양이가 있는 ‘별의 화석’, ‘새가 울고 갔다’에 담긴 언어들은 필부의 언어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경지를 보여 준다.
이같은 언어들이 노경(老境)의 시세계를 더욱 활기차게 열어가고 있다.
김재홍 문학평론가(시인)는 ‘시단의 우뚝한 원로가 된 그의 작품을 통해 영혼의 맑은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시가 눈에 띈다며 ’봄 편지‘를 소개했다.

소식 궁금했습니다
당신없이도 명자꽃 산다화 붉게 피고
당신 없어도
천지에 봄은 왔다가 소리없이 떠났습니다.
만약 봄이 사랑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우리는 언제나 함께 있을 것 입니다
당신 없어도 이 봄 누가 기억하리오
당신없이도 봄은 왔다가 봄이 떠니고
바람은 먼 곳에서 다시 오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나는
먼 계절을 부릅니다
당신 없이도
오늘 산다화 붉은 한 통
당신 창 앞으로 택배로 띄웁니다.

사랑합니다사랑할것입니다! (’봄 편지‘ 전문)

“이것이 서정시의 시간”이라는 김재홍 평론가는 띄어쓰기가 되어있지 않은 마지막 연은 사랑을 향해 숨가쁘게 뛰어가는 시적 화자의 내면을 시각화 한 것이라 적고 있다. 

김성춘 시인은 1974년 제1회 심상으로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물소리 천사’, ‘방어진 시편’, ‘길 위의 피아노’ 등 열다섯 편의 시집과 산문집 ‘경주에 말을 걸다’를 펴냈다.
최계락 문학상, 바움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을 받았다.
 
진용숙 기자 / ysjin130@korea.com입력 : 2026년 03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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