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마다 그러했듯 간결하고 함축적인 시들이 돋보이며 서정시 본연의 문장들이 행간을 장식하고 있다.
서상만 시인은 팔 학년하고도 오반이 되기까지 시의 길을 걸어왔지만, 그 헤맴의 끝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 세월이 시의 생명을 깨우는 자양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있어 시의 가장 큰 질료는 고향 바다와 부모님, 그리고 아내를 통한 삶과 사랑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었다는 사상만 시인. 이번 시집 내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뭇별이 지는 밤
꽃잎들 맘먹고
따라지는 소리
심산(深山)에 차고
잎 살에 닿은
밤바람 소리-
벙어리 노인네
잠귀에 고여도
되새김하느라
봄 옳게 못 모신
노박이* 주제가
감창(感愴)이나 했으리’
(詩 ‘반추(反芻)’ 전문)
팔십 평생 너머 문학이란 울타리에 갇혀 한 번쯤은 훨훨 날아 볼 그 무엇이 있을 법도 했지만 늘 허튼 꿈만 꾼 것 같다는 시인의 넋두리는 과거의 상흔과 현재의 통증이 맞물려 하나의 시 세계가 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대에 詩로 출발, 30대 산업전선, 40대에 다시 시로 돌아왔고 50대에 들어서는 10여 년간 아내의 병간호로 절필에 가까운 생활을 하다 아내를 떠나 보내고 60대에 진정한 시인이 된 이 노경(老境)의 詩人이 만들어낸 시어는 갈피마다 인생의 중대한 진실을 품고 있다.
시를 정리하는 단계라던 시인은 해마다 새로운 시들로, 기도와 같은 달관의 시들로 독자들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오랜 문단 생활에도 불구하고 학연 지연 등 인연의 옹색함을 자신의 불행으로 여겼다지만 정규 시인 수업을 받아 본 적이 없어 그 누구의 시와도 무관한 시는 오히려 독창적인 기법으로 자리잡아 진정성을 나타내는 미학의 성취가 되고 있다.
시집을 낼 때마다 “있는 시 다 긁어모았다”던 시인은 날이 갈수록 희망과 열정과 의지가 샘솟는 것 같다. 시를 읽다 보면 시간이 빚어낸 층위에 연두가 번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시적 승부 근성이 여전히 살아 있어 그냥 지나가는 하루해가 아깝다던 시인의 ‘푸른 비망록’ 에는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치열한 사유 없이는 불가능한 성과가 아닌가 싶다.
시 해설 대신 본인이 쓴 ‘시인의 시강록(詩講綠)에는 사람의 일이란 하루 앞을 몰라서 여기까지는 금년 몫, 저기까지는 내년 몫, 다음은 또 그다음으로 쪼개가며 욕심부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밤새 귀뚜리가 운다
가을걷이 못한 몸
혹, 울음이 쌓이면
詩가 될까 싶어날개를 더 비벼본다’ (詩 ‘무명(無名)’전문
'달 그림자여, 어둠을
애달파 하지 마라
꿈길 같은-
은빛 적막에 너도
물끄러미 늙어가는
고독한 만마(輓馬)라니' (詩 ‘저녁 풍경’ 전문)
이번 시집에는 짧으면서도 감동을 주는 단시와 인생의 깊이 있는 이해를 이루어 낸 다소 긴 시도 있어 사유의 깊이를 짐작케 한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시, 삶에 충실한 시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크다는 서상만 시인은 1941년 경북 포항 호미곶에서 태어났으며 1982년 월간 ‘한국문학’으로 등단했다.
▲ 시집:『시간의 사금파리』(시학사, 2007). 『그림자를 태우다』(천년의시작, 2010). 『모래알로 울다』(서정시학, 2011). 『적소謫所』(서정시학, 2013). 『백동나비』(서정시학, 2014). 『분월포芬月浦』(황금알, 2015). 『노을 밥상』(서정시학, 2016). 『사춘思春』(책만드는집, 2017). 『늦귀』(책만드는집, 2018). 『빗방울의 노래』(책만드는집, 2019). 『월계동 풀』(책만드는집, 2020). 『그런 날 있었으면』(책만드는집, 2021). 『저문하늘 열기』(책만드는집, 2022).『포물선抛物線』(시선사, 2023).『생존연습生存練習』(미네르바, 2024). 『평생平生바다』(미네르바, 2025), 『푸른 비망록備忘錄』(미네르바, 2026)이 있으며 시선집 『한국서정시 100인선-푸념의 詩』(시선사, 2019)가 있다.
▲동시집:『너, 정말 까불래?』(아동문예, 2013). 『꼬마 파도의 외출』(청개구리, 2014). 『할아버지, 자꾸자꾸 져줄게요』(아동문예, 2016)를 출간했다.▲수상: 월간문학상, 최계락문학상, 포항문학상, 창릉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본상.(現)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미당문학회 자문위원. 한국시인협회, 새싹회, 한국펜 회원, 한국아동문학회 이사. 한국산림문학회 회원. 남부문학 동인(전) 롯데제과(주) 부산지점장(부산,경남,제주), 대전지점장(충청,남북). 한일제관(주)이사. 롯데칠성음료(주)이사. (사)한국문인협회 제25대 감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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