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배 교수 음악산책(70)-시한부(時限附)로 사라져 가는 경주중학교 구 교가
진혜인 기자 / gbn.tv@daum.net 입력 : 2012년 02월 06일
|  | | | ↑↑ 안종배 교수 | | ⓒ GBN 경북방송 | |
1948년 필자가 경주중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당시 음악선생으로 계시던 한준길 (경주시사 2권 208쪽 참조)선생님이 트럼펫을 가지고 마장(馬場)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마장이란 일제 때 승마를 배우던 곳으로 학교 뒤편에 있었다. 그곳에서 선생님이 주신 악보를 처음 보고 트럼펫으로 불었다.
이것이 ‘장할 손 신라천년’으로 시작하는 경주중학교 교가(작사 손종섭)이다. 이 교가는 당시 인문중학교가 하나밖에 없었던 탓으로 경주시민들도 애창을 했으며, 더욱이 격렬하게 대립하던 좌우익 학생들을 아우르게 해준 노래였다. 6. 25 전쟁 때는 학생들에게 애향심과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었으며, 필자가 음악선생으로 봉직하던 1957년까지 학생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격랑의 세월을 흘러온 경주중학교 교가가 안타깝게도 지금은 구 교가로 사라질 날 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학교를 막론하고 교가는 학교의 상징이며 자랑이다. 그러나 경주중학교 구 교가는 자랑스러운 역사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작품의 우월성이라고 할 수 있다. 노래는 말(言語)의 음악회라고 한다. 그래서 노래를 작곡하는 일은 노랫말(詩)이 가지는 음악적 흐름을 발견하는 작업이며. 정확한 억양의 흐름이 노래의 생명이 된다. 경주중학교 구 교가와 고등학교 교가는 두 곡이 모두 명곡이다. 그리고 경주중학교 구 교가는 청소년의 발랄한 기질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명곡이며, 고등학교 교가(조지훈 작사, 윤이상 작곡)는 청년의 기상을 빼어나게 표현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가는 20세기의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청년의 기상을 용약성을 가지고 표현되어 있으며, 가사 중에 ‘고등학교’라는 부분이 노래의 정점을 이루고 있다. 이는 윤이상이 본시 고등학교 교가로 작곡했다고 단정 지워 주는 증거이다. 여기에 억양(抑揚)의 흐름이 판이하게 다른 ‘중학교’라는 노랫말을 부치는 것은 큰 잘못이다.
경주중·고등학교는 학교법인 수봉재단의 단일 학교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교가를 통일하는 일은 수긍이 간다. 그렇지만 구 교가의 음악적 가치를 가늠할 때, 분명히 자랑스럽고 소중한 보물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장할 손 신라천년 문화 옛 터전/남산과 마주 솟은 우리 경중교/이 품에 자라나는 배움 동무들/꾸준히 일어나세 큰 직분 큰 사명을/우리는 조국의 아들이어니.
시한부로 사라져 가는 경주중학교 구 교가를 싱그럽게 자라나는 중학생 품으로 다시 돌려주는 학교당국의 영단을 간곡하게 바라는 바이다. 안종배<경주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경남대학교·일본 나고야예술대학 명예교수> |
진혜인 기자 / gbn.tv@daum.net  입력 : 2012년 02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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