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희 작가, 산문집 ‘조금씩 자라는 적막’ 출간
서정적 감각의 문학성과 비판정신 깃든 수준급 작품 수록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2년 06월 05일
|  | | | ↑↑ 산문집 '조금씩 자라는 적막' | | ⓒ GBN 경북방송 | |
2012년 들어 드물게 작품성과 시대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산문집이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한국편지가족총회장을 역임했으며 ‘은시문학회 회장’, ‘현대수필영남지회장’을 맡고 있는 남주희 작가의 ‘조금씩 자라는 적막’(도서출판 그루)이 지난달 세상에 나왔다.
20여년의 문단활동으로 이미 3권의 시집을 낸 남주희 작가의 산문집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독자의 시선을 묶는다.
해설을 쓴 김우중 평론가는 “남주희의 수필은 예리하고 강인한 비판적 언어와 경쾌한 문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런데 그런 비판 정신에는 분노가 깔려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순수를 지향하는 정신세계가 서정적 감각으로 우리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고 있는 것이 문학성을 훨씬 높이고 있다.”라며 남작가의 작품세계를 높이 평가했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구문화방송 아나운서를 지낸 남주희 작가는 시인으로 뿐만아니라 수필계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품 소개)
당신 멋져요!
남주희
하루를 풀어놓으면 참 쓸 게 없다.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허둥대다 그날그날을 마감하기가 일쑤다. 열심히 한다고 해도 예상은 빗나가게 마련이고, 결과는 그럭저럭 일 때도 허다하다.
새해 벽두부터 안하무인격인 한통의 글을 받았다. 내용인 즉 감성에 휘둘리지 말고 철두철미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끌어달라는 지엄한 명령조의 글이다. 문장 사이사이에 날카롭고 가당찮은 표현도 더러 있다. 윗사람을 향하여 쏘아붙이는 어투가 직선적이고 까칠하다. 전체를 위하는 대의의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나름대로 자위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애썼다. 작은 단체지만 전국회원이 700여명이나 되는 식구를 거느린 지가 햇수로 13년이 넘었다. 여성단체에서 흔히 일어나는 소소한 감정의 문제가 뜻밖에 크게 불거져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비일비재하기에 나는 여성 특유의 감성 쪽으로 유도하여 마음을 달래는 편이다.
딱 부러진 이론으로 잘잘못을 따지려 들면 큰 소도 잃고 작은 소도 잃는다는 평소지론을 나름대로 실천하는 편이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상당히 치밀하게 덤비는(?) 능력도 갖추어야 질서라는 큰 테두리를 이어나가기는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남성은 뇌로 판단하고 여성은 감성을 중시한다고. 또한 남성적 사고는 직선적 내지는 집중적 사고방식인 반면, 여성은 논리적이고 계산적인 말에는 흥미를 잃는다는 것이다. 사실에 근거를 두고 조직적으로 파고드는, 요즘 유행하는 말 '조사하면 다 나온다’ 식의 엄포성 말 재간은 나도 없다. 그러하기에 복 많이 받으시라는 새해 덕담은커녕 칼바람 같은 매서운 문체로 어정쩡한 내 정신상태를 강타하지 않았는가. 내 아킬레스건은 아직은 싱싱하니 언제고 두드려도 좋다고 생각하니 사는 게별것 아닌 듯 보이기도 한다.
잡보장경(雜寶藏經)을 들여다 보면 '꼬집거나 따지지 마라'는 말이 있다. 때에 따라 적절하게 생각하면 참살이의 지혜를 주는 고귀한 글귀다. 세상살이에 든든한 편을 만들어주는 말씀이다. 현명한 머리싸움이란 결국 배려와 책임을 전제로 한 조심스러운 접근이 있어야 한다. 너무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틈새만 들락거리다 보면 인간관계가 좀은 불편해진다.
행위의 온당성과 적합성만으로 따지려들면 온갖 천문학적인 행티로 덤벼내야 하는 머리 아픈 수식어가 따라야 한다. 냉철한 표현만으로 관계를 소통시키려면 한마디로 재미가 없다. 차기만 차지 단맛이 없어 삼키기가 힘이 든다. 삶이라는 긴 여정에 서로가 지치는 요즈음. 바늘 하나 꽂을 '마음 밭'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느슨히 상대방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우린 배워야한다. 서로가 갈구하는 사랑. 꽉 찬듯하면서도 나한테만은 유독 허기진 이 단어를 품으려면 뿔 난 이성을 절반쯤 덜어내야 한다. 따끈한 심장에서 갓 구워낸 말 한마디로 서로를 격려하며 아름답게 생을 치장하는 일. 아량과 틈을 주는 시간이 길어졌으면 좋겠다. 경쟁시대에 무슨 영양가 없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징소리는 은은하게, 낮게 울려 퍼지는 데에 묘미가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 이 세상엔 만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낯을 세우고 수없이 생을 도듬질해 봤자 돌아서면 어리석었던 일 투성이다.
툭하면 벼랑을 세우는 못난 사람에게도 '당신 멋져요'라는 센스 있는 추임새를 들고 먼저 다가앉자. 새해엔 그래서 좀 헐렁해지자. 하기야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 주자'라는 말로도 통한다 하니 아무렴 어떠랴.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2년 06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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