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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배 교수 음악산책(106)-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 “진혼곡”에 얽힌 사연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2년 10월 22일
ⓒ GBN 경북방송

진혼곡(鎭魂曲)을 라틴어로 레퀘엠(Requiem)이라고 한다. 이는 가톨릭교회에서 사용하는 기도문을 가사로 한 망자(亡者)를 위한 미사곡을 말한다.

많은 음악가들이 이름난 진혼곡의 명곡을 남겼는데, 그 가운데서 모차르트의 진혼곡이 가장 유명하다. 그 이유는 모차르트 특유의 친근미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다음과 같은 사연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35년 10개월의 짧은 생애를 마쳤는데, 그는 타계하던 1791년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병세가 악화고 우울증까지 겹치었으나 오페라「마술 피리」의 초연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 GBN 경북방송
그러던 6월 어느 날 아침, 일면식도 없는 한 사나이가 모차르트를 찾아왔다. 그는 회색 옷을 차려입고 엄숙하고 무서운 표정으로 난데없이 죽은 사람을 위한 진혼곡의 작곡을 의뢰했다.

당시 모차르트는 경제적으로 몹시 궁핍한 처지에 있었기 때문에 작곡료를 받기 위해서라도 의뢰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상당한 액수의 작곡료를 요구했는데도 불구하고 요구액의 두 배를 줄 것을 약속하면서, 그 대신 작곡자나 의뢰인의 이름을 절대로 밝혀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었다.

그 사나이는 바로 당시 빈의 시투파하에 거성(巨城)을 가진 프란츠 폰 시투파하 백작의 집사였다. 시투파하 백작은 열성적인 음악애호가로서 스스로 플루트와 첼로를 연주하는 아마추어 음악가이면서 자신이 작곡가라는 것을 남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괴벽을 가진 귀족이었다.

시투파하 백작은 일 년 전에 죽은 아내의 기일(忌日)에 진혼곡을 만들어 자신이 작곡했다면서 바치려고 집사를 시켜 모차르트에게 의뢰했던 것이다.

모차르트는 질고(疾苦)와 싸우는 한편 다른 계약 작품의 완성을 위해서 노심초사(勞心焦思)하던 때에, 진혼곡 작곡마저 겹쳐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이때 자신의 임종이 가까웠다는 것을 예견했다는 흔적을 런던에 있는 친구 로렌초 폰테에게 보낸 편지에서 짐작할 수가 있다.

소생은 지금 머리가 혼돈해지고 감정도 메말라서, 엄숙한 표정으로 회색 옷을 입고 찾아 온 무서운 사나이의 모습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가 나에게 간청하고 독촉을 하면서 끈질기게 나를 책망하는 모습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 중략 -

나는 지금 숨쉬는 것조차 괴로운 처지입니다. 인간은 누구도 자신의 수명을 저울질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단념할 수밖에 없고 섭리대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진혼곡은 나의 백조의 노래입니다. 그래서 완성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편지를 쓴 지 2개월 후인 12월 5일 진혼곡은 미완성인 채로 모차르트는 타계했으며 제자인 쥐스마이어가 스승의 유언에 따라 완성을 하였다.

안종배<경주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경남대학교․일본 나고야예술대학 명예교수>
2012. 10. 22. ahnjbe@yahoo.co.kr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2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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