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묵 시인"신바람 만두"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2년 12월 09일
 |  | | | ↑↑ 최은묵 시인 | | ⓒ GBN 경북방송 |
신바람 만두
최은묵
겨울 우체국은 걸어가는 게 좋다
풀칠하지 않은 봉투에 편지를 담고 스치는 신바람 만두집 수증기 휩싸인 사연들 층층마다 익어 가면 만두피에 쌓인 다섯 남매 한 이불에 따뜻했던 단칸방 아랫목 새 장판에 둥글게 검은 도장 찍힐 때마다, 차례로 형과 누나는 새 주소지 찾아 이불을 빠져나갔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아궁이는 연탄 대신 기름보일러로 바뀌었다 까맣게 타버린 아랫목 도장 곁에 아들 손잡은 어머니 오래오래 말이 없었는데 그게 울음 참는 거란 걸 왜 그땐 몰랐는지
우체국 가는 길 신바람 만두집에 잠시 멈춰 신바람은 편지봉투에 담아 어머니께 보내고 만두는 내가 먹고
작가 약력
최은묵 시인
대전 출생 2007 『월간문학』신인작품상 제9회 「수주문학상」대상 제4회 「천강문학상」대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 감상
편지를 붙이러 가는 날은 눈이라도 오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좋은 소식 한 가지라도 담아서 아직 봉투입구도 풀칠하지 않은 봉투 후후 불며 붙이러 가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종종거리지요.
길가에 김을 허옇게 퍼내고 있는 만두집, 그 따뜻한 김만큼이나 어머님을 그립게 하는 만두입니다. 어머니가 무척 좋아하셨던 만두지만 자식들이 다섯 남매나 되니 언제 양만큼 드신 날이 있었겠습니까. 만두집 앞에 발을 멈추고 신바람이나마 봉투에 가득 담습니다.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살지만 연탄 때던 시절 까맣게 눌었던 장판이며 한 이불 밑에 묻었던 다섯 남매의 다정한 다리들도 생각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아들을 떠나보내는 날 어머님이 아들 손잡고 오래오래 말을 못하셨던 것은 울음을 참느라 말을 못하신 건데 자식은 언제나 때 늦게 알지요.
아직도 우체국 창구에는 연하장이 다정한 안부 전하는 손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예쁜 그림이 있는 연하장이면 더욱 좋고 전화로라도 어머님께 전해 드리면 어떨까요? 편리하고 잘 돌아가는 석유 보일러보다 연탄보일러 시절의 그 따뜻하고 정다웠던 얼굴이 환하게 떠오르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김광희) |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2년 12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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