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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성 국회의원, [내가 아는 남재준 국정원장 내정자]

2008년 정수성 국회의원이 출간한 자서전 '외길인생'에 수록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3년 03월 04일
아래 글은 4성장군 출신인 경주 정수성 국회의원이 지난 2008년12월 출간한 자서전 ‘외길인생 그 40년을 넘어서며’에서 남재준 국정원장 내정자에 관해 적은 내용을 일부 발췌한 글입니다.



ⓒ GBN 경북방송



<남재준 육군참모총장>

앞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의 이름 석 자는 아직도 군에 전설로 남아있다. 어느 정도이냐 하면 남총장이 남긴 진기록만 이야기해도 몇 날, 몇 일이 걸릴지 모른다. 내가 1군사령관 시절 직속상관으로 모시면서 군의 개혁을 감행하는 것을 옆에서 도왔다.

그 한 사람으로 인해 군이 전면적으로 개혁되는 역사가 일어났고 현재 대한민국 군이 사회적으로 가장 청렴한 공조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모두 남총장님의 덕분이다.

간혹 남 총장처럼 청렴하게 생활하지 못한 사람은 남 총장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내가 바라보고 겪었던 남 총장은 육군 역사에 손꼽을 만한 대단한 장군이다.

그의 과업 중 가장 먼저 실행한 것은 장교단의 정신혁명이다. 장교단 정신혁명은 나 역시 중요 과업으로 삼아 사령관 재임 초기부터 실행한 것이다. 장교단 정신 혁명의 요체는 공사구분을 철저히 하고 잘못된 관행을 척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전투적으로 사고할 것과 도덕성과 청렴성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언행이 일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분은 위기가 있을 때 더욱 빛났다. 상부에서 인사 청탁이 있을 경우 거절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참여정부는 출범 당시 남재준 대장을 육군참모총장으로 발탁하고 ‘인사 청탁하면 패가망신합니다.’면서 희망적인 공약도 내걸었다.

젊은 장교들의 반응이 대단히 좋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군의 변화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구호와 달리 상부는 스스로 은밀하게 특정인의 진급을 청탁해 온 것이다. 이를테면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 선발자를 120%에서 더 나아가 150%까지 올릴 것을 요구했다.

“상부에서 직접 선발하겠다.”
“상부의 어느 실력자가 특정 장군의 진급을 요구했다.”
그럴 듯하고, 총장 입장에선 신상에 압박을 받을 만한 언사들과 요구사항들이었다. 상부에서는 패가망신 운운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청탁을 내 밀었던 것이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남 총장은 단번에 종식시켰다. 또다시 상부는 당해 장군 진급 선발 대상자의 20%교체를 요구했고 그것을 남 총장이 거부하자 그 후에는 점입가경이듯 특정지역의 인사 5명을 진급시키도록 요청했다. 물론 남 총장은 그것조차 거부한 것이다. 총장의 직책을 건 일이었다.

상부 일각과 정치권에서 군 인사에 개입하면 일부 군인들은 그들에게 줄을 대고자 한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 상관의 명을 소홀히 하고 항상 안테나를 非계선상에 세우기 때문에 그 폐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휘체계 문란의 전형이다.

전쟁에서 상관의 명령을 목숨처럼 중히 여겨야하는 군인들이 그보다 높은 분들에게 눈을 맞추면 전장에서 군령이 설 수 없고 결국 전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 역사에서 군왕이 인사권을 신하에게 맡긴 일이 없듯이 인사권은 외압에 의해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군은 자신의 직속상관 이외 어떤 다른 인물도 군 인사에 개입을 못하도록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그 만큼 정제된 것이다. 물론 나도 군 사령관 당시 외압에 굴하지 않고 군사들이 임무에만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간혹 지시는 거창하게 하고 자신은 실천하지 않는 잘못된 상관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남 총장은 자신이 몸소 실천해 보인 분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회식 때 부하들이 돈을 갹출하여 윗사람을 대접하는 관례가 남총장 아래에서는 결코 용납 되지 않았다. 무조건 가장 높은 사람이 식사대금을 지불해야 했다.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 중 아직도 회자되는 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총장 전역식 때의 에피소드이다. 일반적으로 장군이 전역하면 부대에서 마련해 준 귀빈차로 자신의 숙소로 이동한다. 그러나 남 총장은 달랐다. 전역식이 끝나자마자 준비되어있던 기사가 딸린 에쿠스 승용차를 사양하고 자신의 아반떼 승용차를 손수 몰고 군문을 떠나 귀가한 것이다. 당시 그 현장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던 많은 환송객들은 멍하니 할 말을 찾지 못했었다.

일종의 큰 사건 아닌 큰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이튿날 중앙지에 그 사실이 대서특필되자 예비역 장성들이 놀란 나머지 그 진위가 궁금했으리라. 그 참 여부를 묻는 전화가 육군본부에 쇄도했다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분의 생활 철학이 거기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남 총장으로 하여금 육군, 나아가서는 군 전체의 밝은 미래와 희망의 싹이 깊게 내린 것이다. 오늘 날 강군이 들어설 군대의 기층문화가 남 총장 代부터 바뀌게 된 것이다.

남 총장의 인간상과 직무와 관련한 일화들은 『신동아』 2007년 2월호에서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나는 전역 후 지금도 그와 자주 만나 시간을 보낸다. 골프나 술 등 잡기에 영 소질이 없는 그분인지라 우린 따뜻한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이러저러한 세상사를 얘기한다. 나는 그의 남달리 해박한 식견과 지적 정보량에 놀라곤 한다. 독서량도 엄청나서 동서고금의 병서 뿐 아니라 역사, 문화, 철학 등을 꿰뚫는다. 한학에 능하고 다방면의 박식함이 늘 나에게 큰 자극이 된다.

나는 어느 날 그분과 만나 평소와 다름없는 세계정세와 국가 안보에 대한 담론을 즐겼다. 그날은 특별히 ‘이 국가를 우리 후손들에게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하다가 우리는 의기투합하였고, 그 덕분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와의 만남을 통해 결국 내 인생의 세번째 터닝포인트를 맞게 된 것이다.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3년 03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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