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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만 시인 네 번째 시집 ‘적소’(謫所)출간

동시집 ‘너 정말 까불래?’도 출간
진용숙 기자 / ysjin130@korea.com입력 : 2013년 05월 07일
ⓒ GBN 경북방송
뭉게구름처럼/둥둥 흘러가고 싶은 날이 있다/앞뜰에 내려놓은/가을 볕 한줌 짊어지고/
하룻길 천천히 걷다보면, 누군들/한 백년쯤은 살다가지 않으리/
빈 손 슬그머니 주머니에 넣고 느릿느릿 늙고 싶은 날이 있다’(서상만의 시 ‘느릿느릿 전문’)

↑↑ 한국의 대표 원로시인 서상만
ⓒ GBN 경북방송
서정시의 맥을 절절히 이어오고 있는 서상만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적소’(謫所.서정시학 刊)와 첫 번째 동시집 ‘너 정말 까불래?(아동문예 刊)’를 출간했다.

시집 ‘적소는 ’제 1부 ‘오한’ ‘홋이불’을 비롯한 19편, 제 2부 ‘한로’ ‘이름없는 부도’외 16편, 제 3부 ‘무명’ ‘외딴집’외 17편, 제 4부 ‘한 됫박의 고요’ ‘그 철길의 해바라기’외 16편 등 오랜 연륜이 내면의 감정을 선명하게 노정하는 시세계의 시 74편을 실었다.

서상만시인의 시를 읽으면 그의 시에서 노년의 일상과 그 영토에 터하고 있는 일상을 보게 된다. 전혀 낯설지 않은 감정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아파트 뒷 동 25층, 유독 그 집은/하루가 멀다 하고 베란다 창문을 열고/이불이며 옷가지들을 탈탈 턴다/혹 어떤 결백증이 있는 여인의 /일상이 돼버렸는지 몰라도/보기에도 버거운, 커다란 이불을 붙잡고 바둥거리는 모습(중략)

지금쯤 일을 끝내고 커피 한 잔으로/행복할 저 여인의 표정과/ 내 평생토록 털어내지 못한 먼지를 생각한다/멍하니, 야윈 볼에 남은/내 웃음소리에 내가 놀라 고개를 드니/봄볕에 한 자리 춘몽을 꾼 듯/나도 약간 어지럽다’ (시 북창에서 바라보다)

뒷동 아파트의 일상풍경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에는 앞서 살아가는 이의 깊은 연민이 내장돼 있다. 때문에 노년의 지혜에 바탕을 둔 자신의 연민 같기도 하다.

“서상만시인의 작품 모티브는 아내의 죽음과 여기에 기인하는 적막과 고요에의 경도는 가결한 언어의 표충과 달리 시인이 겪는 격렬한 상실감의 깊이를 웅변해 준다”고 해설을 쓴 김문주교수(문학평론가, 영남대)는 말한다.
또 그의 시편에서 우리는 서정의 오랜 전통 속에 깃든 사람살이의 다양한 감정들, 고요가 열망하는 방식들을 보게 된다. 고요한 서정의 오래된 미래가 그의 시에는 있다고 적고 있다.

바람 출렁이는/남한강 물소리 혼자 두고 와서/몸은 월계(月溪)에 있으니/밤새 무릎을 꿇어도/잠은 멀리 있네/창을 흔드는 바람소리에/누워도 등이 시리네/빈자리, 그 적막 가운데로/자꾸만 나를 밀어 넣는/남한강 물소리(시 문득 물소리 전문)

기척도 없는 무덤에 대고/뭐라 뭐라 뻔한 혼잣말/언뜻 나도/찬바람에 문을 닫은 저 강물처럼/말문을 닫았다(시 겨울 성묘 중)

아내의 상실과 깊이 연동된 이 시들은 서시인의 내면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이 시들에 대해 저자는 “나의 시집 ‘적소謫所’는 일상의 모든 사물들을 세상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았다. 그 곳은 내게 외로운 시가 자생하는 시간을 일깨워주었다. 그 적막에는 세상의 모든 것, 즉 추한 것, 아름다운 것, 심지어는 나 자신의 혐오스러운 것까지 존재하고 있다.

‘적소(謫所)’는 시에 병든 시인이 머무는 곳이기도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 언젠가는 입소해야 할 ‘고독의 병실’이기 때문이다. ‘적소(謫所)’에서 건져 올린 고요로움이 시끄러운 세상마음을 가라앉히는 독자의 산책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동시집 ‘너 정말 까불래?는 그동안 자유시를 써오면서 틈틈이 써온 동시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어디서 오셨을까?/저 손님.//제라늄 화분에 슬그머니/들어 앉아//물 한 모금 달라는/풀 한 포기’(동시 ‘낯선 손님’ 전문)

동심의 너무 잘 꿰뚫고 있는 시들에는 바다에 대한작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끝없이 넓고 푸른 바다와 넘실대는 파도, 안개 자욱한 부두나 맑게 빛나는 바닷가 마을, 그리고 저녁놀 곱게 물든 바다 풍경들이 시집 곳곳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바닷가 /모래톱에//꼭꼭 찍어놓은 /새 발자국,//언제 /다녀갔을까?//파도소리 너머/발자국 벗어놓고//어디로 훨훨/날아갔을까?’(동시 새발자국 전문)

하찮은 것에 대한 뭉클한 사랑, 잘못을 알고 뉘우칠 줄 아는 착한 동심, 엄마 사랑이 주는 끝없는 믿음과 행복,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세계인으로서의 자세 등 무지개처럼 고운 생각과 느낌들이 들어있어 이 시집은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고 있다.

겉치레만 번지르르한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시가 깊은 깨달음에 바탕을 두고 있어 울림이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감상을 돕는 글을 쓴 문삼석 아동문학가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참된 피와 살이 될 수 있는 이 작품집이 부디 많은 어린이들의 참된 친구가 돼 큰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 다.

서상만시인은 1941년 경북 포항 호미곶에서 출생했으며 1982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는 『시간의 사금파리』, 『그림자를 태우다』, 『모래알로 울다』 외 몇 권의 동인지가 있다.
진용숙 기자 / ysjin130@korea.com입력 : 2013년 05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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