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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칼럼]영천 시장님 저 굽은 소나무는 떠납니다.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3년 06월 08일
영천 시장님 저 굽은 소나무는 떠납니다.


정헌호(영천 대창면)

ⓒ GBN 경북방송
나이로 치자면 시장님 보다야 훨씬 많지만 고향의 수장이신 시장님에게 제가 들고 남을 말씀 드리는 것이 도리인줄 알기에 이렇게 제가 고향을 떠남을 고하는 것입니다.

내가 어제처럼 고향인 대창면 어방리 산 1-2 번지에서 살던 굽은 소나무, 용두산 용의 뿔을 자처하며, 아침 이슬을 마시며 살고자 하던 땅에서 이제 뿌리는 뽑히고, 가지는 잘라져서 경유 냄새 풀풀 풍기는 12톤 대형 트럭의 등에 실려서 이제는 고향을 떠납니다.

저의 아픈 호소에 그나마 제게 살 기회를 주신다고 산림과 직원들에게 6월 5일자 시장님의 관인이 찍힌 공사 중단을 명령하는 공문을 사업주들에게 집행을 하도록 했습니다만 사법권을 가진 공무원조차 제가 트럭의 등에 실리는 것을 막지를 못했습니다.

그 공무원들이 보는 앞에 저는 포크레인에 연결된 대형 밧줄에 묶여 트럭에 실렸으니까요.


ⓒ GBN 경북방송
저와 몇몇 다른 형제들이 똑 같은 처지를 당해 대형 트럭에 꽁꽁 묶여서 떠나는 것을 보니 시장님의 관인이 찍힌 공문의 효력을 의심도 해봅니다. 한 지방 자치단체 장의 관인도 제 형제 소나무들이 반출 되는 것을 막지 못하는 구나, 라는 생각이 퍼뜩 나의 뇌리를 스치기도 합니다.

설마 나처럼 굽은 소나무와 나의 형제들에게 원상복구를 명하는 공문이 우리들을 지켜 줄 것이라 믿은 제가 어리석다는 생각도 들고요.

오늘은 현충일입니다. 제게도 잊지 못할 또 다른 형태의 현충일인 셈입니다.

그러나 저러나 저는 뿌리가 뽑히고 가지가 잘라진 체 극심한 스트레스로 500년을 살 제 수명이 다른 땅에 정착을 하더라도 얼마를 더 살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이왕 나온 세상이라 저와 형제 소나무들에 관한 소문을 들은 대로 해보겠습니다.


ⓒ GBN 경북방송
제가 살고 있던 곳을 공사를 하려면 시청에 신고 된 서류에 맞추어 해야 하나 사업주들은,
1. 진입로 형질을 불법으로 변경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2. 허가구역을 붉은 색 깃발이나 흰색 페인트로 경계 표시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체 그러한 흔적이 없다는군요.
3. 경계가 불명확함에 따라 허가구역 밖의 제 형제 소나무들도 여럿 다치기 도하고 굴채가 일부 되기도 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4. 사업주들은 자연장지로 허가를 내어서 제가 살 던 산림을 훼손할 수 있다 고 했으나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자연장’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을 해놓았네요.

"자연장(自然葬)"이란 화장한 유골의 골분(骨粉)을 수목·화초·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을 말한다. 라고 되어 있음에도 굳이 산의 형질을 변경해 옹벽을 쌓고 계단식으로 장지를 조성한다고 설계를 내고, 저와 피를 나눈 형제들을 굴채해 외지로 보내야 하는지를.......저야 비바람 맞고 사는 처지라 돈이 필요 없습니다만 사람들 사회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돈이 꼭 필요해 그럴지도 모르지요 ........

아무튼 저는 떠납니다.
영천 제 고향을 떠납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남은 제 형제 소나무들이 또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장님 안녕히 계십시오.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3년 06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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