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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향 기획연주회 “드라마틱 클래식, 러시아” 28(금) 19:30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대구시향, 무소륵스키와 차이콥스키 작품 한 무대서 선보여...
여름밤, 러시아에서 불어온 시원한 클래식 바람!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3년 06월 17일
ⓒ GBN 경북방송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은 오는 28일(금) 저녁 7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기획연주회 “드라마틱 클래식, 러시아”를 연다. 무더운 여름밤을 달래줄 러시아의 시원한 클래식 음악들로 채워질 이날 공연에선 무소륵스키와 차이콥스키 작품을 선보인다. 19세기 동시대를 살았던 러시아의 대표적인 작곡가 무소륵스키와 차이콥스키. 그러나 이들이 추구했던 음악 성향은 판이하게 달랐다. 이번 연주회는 이 두 작곡가의 특색 있는 작품을 통해 러시아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느껴볼 좋은 기회다.

첫 무대는 미국 작곡가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로 조용히 막을 올린다. 이 작품은 호국 보훈의 달 6월이 지나기 전에 조국을 위해 희생한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 한 번 기리는 추모의 뜻으로 엄숙히 연주될 예정이다. 짓눌린 슬픔을 극대화 시킨 장중하고 비극적인 선율 때문에 이 곡은 추모 연주회의 단골 레퍼토리로 꼽히는데, 작곡자인 바버의 장례식을 비롯해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서거를 알린 라디오 방송, 아인슈타인의 장례식, 2001년 9·11 테러 사건 희생자 추모식, 2011년 일본지진 희생자 추모 음악회 등에서도 울려 퍼졌다. 이 밖에도 10여 개 이상의 영화에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었으며, 그 중에도 베트남 전쟁의 비극을 그린 영화 ‘플래툰’의 삽입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 GBN 경북방송
이어 본격적으로 러시아의 클래식 음악들을 만나볼 차례다. 먼저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 중 한 사람으로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보였던 무소륵스키의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이 연주된다. 무더위를 식히는 납량 특집처럼 클래식 음악에도 무시무시한 요괴와 마녀가 등장하는 특이한 작품이 있는데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이 그 주인공이다.

현악기와 관악기의 휘몰아치는 연주로 긴장감 넘치게 시작되는 이 곡은 대담하고 극적인 진행으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러시아에서는 우리나라의 하지에 해당되는 음력 6월 24일이면 ‘성 요한제’를 지내는데, 전설에 따르면 성 요한제 전야에 악마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무소륵스키는 이 전설 속 어둠의 혼령들이 벌이는 성대한 지옥의 향연을 음악으로 묘사해 놓았다.

그런데 이날 연주할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은 무소륵스키 사후 관현악의 대가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새롭게 편곡한 버전이다. 무소륵스키도 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차례 편곡하였으나 원본 자체는 피아노 스케치에 불과했고 결국 그는 세 종류의 판본만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이후 원곡의 가장 뛰어난 부분들만 뽑아내 다시 구성하고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까지 더하여 오늘날의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을 만들어낸 이는 림스키-코르사코프다. 이렇다 보니 이 곡을 과연 무소륵스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공연 후반부에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여섯 작품 중 가장 인기 있는 “교향곡 제5번”을 연주한다. 앞서 만난 무소륵스키와 달리 차이콥스키는 독일 낭만주의에 영향을 받은 음악들을 주로 작곡했다. 광활하고 화려한 슬라브적인 정서는 차이콥스키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지만, 이 같은 러시아 특유의 감성을 그는 독일 낭만주의 안에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차이콥스키의 교향곡은 러시아 민족주의적인 면모를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본질적으로는 낭만주의 전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1888년, 최전성기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을 앓고 있던 차이콥스키는 서유럽을 떠돌던 긴 방랑생활을 청산하고 오랜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이 곡을 써 내려갔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완성한 다음 자신의 지휘로 초연하였는데 대중들의 환호와 달리 평론가들과 차이콥스키는 이 작품에 혹평을 가했다. 그럼에도 청중들의 뜨거운 반응 속에 연주는 연이은 성공을 거둠으로써 결국 차이콥스키도 ”교향곡 제5번“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곡은 마치 슬픔을 온몸으로 표현하듯 통곡하고 있어서 매우 강렬하다. 여기에 내적으로 침잠하는 철학적 깊이가 느껴지고, 애절하면서도 달콤한 선율은 무척 세련됐다. 또 구성의 교묘함, 관현악의 현란한 묘기와 화려한 음색 등은 이 곡의 가치를 더한다. 제1악장에서는 전곡을 관통하는 ‘운명의 동기’와 폴란드 민요풍의 리듬적인 선율이 인상적이고, 제2악장에서는 대중음악에 종종 차용된 적 있는 익숙한 선율이 귀를 파고든다. 제3악장에서는 독특하게 왈츠를 시도하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피날레에서는 금관악기의 거친 연주로 힘찬 행진곡풍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GBN 경북방송

이날 지휘를 맡은 대구시향 황해랑 전임지휘자는 “6월이 끝나기 전 다시 한 번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을 추념하는 시간을 다함께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바버의 작품을 첫 곡으로 선곡했으며, 가장 러시아다운 음악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무소륵스키와 독일 낭만주의로 러시아의 정서를 표현하고자 했던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공연의 레퍼토리를 설명했다.

대구시향 기획연주회 “드라마틱 클래식, 러시아”의 관람을 위한 입장료는 일반 1만원, 학생은 5천원이다. 단,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는 공연일 반드시 학생증을 지참해야 한다. 공연일 오후 3시까지 전화(1588-7890) 또는 인터넷(www.ticketlink.co.kr)으로 예매하면 20% 할인(중복할인 제외)을 받을 수 있다. 초등학생(8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1. 공연 개요
대구시립교향악단 기획연주회
Dramatic Classic, Russia
드라마틱 클래식, 러시아

극적인 선율, 강렬한 전율!
무소륵스키와 차이콥스키의 화려한 음색이 만나
더 큰 감동을 선사할 드라마틱 클래식, 러시아!

ⓒ GBN 경북방송

● 지 휘 : 황해랑(Haerang Hwang) _ 대구시향 전임지휘자(Resident Conductor)
● 일 시 : 2013. 6. 28. Fri. 7:30 PM
● 장 소 :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 입장료 : 일반 10,000원 (일반 10인 이상 단체 예매 시 30% 할인)
학생 5,000원 (학생 요금은 초등~대학생 본인에 한하며 공연 당일 학생증 반드시 지참)
● 예 매 : 티켓링크 1588-7890 www.ticketlink.co.kr
※ 공연일 오후 3시까지 전화(1588-7890) 및 인터넷 예매 시 20% 할인, 중복할인 불가
● 예매처 : 교보문고 대구점(053-425-3501 동성로 교보빌딩 1층 안내데스크)
● 문 의 : 대구시립교향악단 053-606-6313~4

● 프로그램

○ 바버 - 현을 위한 아다지오
A. Barber - Adagio for Strings

○ 무소륵스키 -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
M. Mussorgsky - “Night on Bald Mountain”

Intermission

○ 차이콥스키 - 교향곡 제5번 E 단조, Op.64
P. I. Tchaikovsky - Symphony No.5 in E minor, Op.64
I. Andante - allegro con anima
II. Andante cantabile con alcuna licenza
III. Valse ; Allegro moderato
IV. Finale ; Andante maestoso - allegro vivace

공연의 일시, 장소, 곡목 등은 내부 사정에 따라 사전 공지 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2. 지휘자 프로필

황해랑(Haerang Hwang) _ 대구시립교향악단 전임지휘자(Resident Conductor)

계명대학교, 경북대학교, 미국 University of Hartford 대학원 지휘과(Diploma), Aaron Copland School of Music 지휘과(M.A.), 동 대학원 작곡과(M.A.), South Carolina 주립대학(USC) International Conductor's Institute(Certificate).

뉴욕 Prime Symphony Orchestra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미동북부 가톨릭연합음악제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Prime Youth Orchestra 음악감독, 뉴욕 RYC Youth Orchestra 음악감독, Queens College Chamber Orchestra 지휘자, Queens College Orchestra 부지휘자, 동아대학교 오케스트라 지휘자, 미국 Henderson University 음악학부 조교수, 대구시립예술단 사업본부장, 대구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 역임.

현. 대구시립교향악단 전임지휘자, 계명대학교 음악․공연예술대학 겸임교수 재직 중.

3. 곡목해설

○ 바버(1910~1981) - 현을 위한 아다지오

유독 추모식 때면 자주 연주되는 작품들이 있다.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도 그 중 하나이다. 이 곡은 특히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서거를 알린 라디오 방송을 비롯해 아인슈타인의 장례식, 2001년 9·11테러 희생자 추모식, 2011 서울시향의 일본지진 희생자를 위한 음악회 등에서 연주됐다. 이렇듯 공교롭게도 추모 음악회의 단골 레퍼토리가 된 “현을 위한 아다지오”는 바버가 일부러 추모의 의미를 담지는 않았을 테지만 곡의 처연한 멜로디가 짓눌린 슬픔을 극대화 시키고 종국에는 이 슬픔이 온몸에서 빠져 나가는 듯 감정을 정화시켜줌으로써 추모식에 애용되고 있다.

이 곡을 쓴 미국의 현대 작곡가 바버는 1910년 펜실베이니아 주(州) 웨스트체스터에 태어났으며 7세에 첫 작곡을 했고, 10세에 오페레타 “장미나무” 작곡, 12세에 오르가니스트였을 정도로 일찍이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14세부터 21세까지 필라델피아의 커티스 음악학교에서 작곡(로자리오 스칼레로 사사)과 지휘(프리츠 라이너 사사)를 배운 그는 1935년 퓰리처상, 구겐하임 장학금, 미국 로마대상 등을 받고 이탈리아 로마의 아메리카 아카데미로 2년간 유학을 떠났다. 이 시절 쓴 곡이 “1악장의 교향곡(1935)”과 “현을 위한 아다지오(1937)” 등이며 곧 그는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원래 “현을 위한 아다지오”는 1936년 그가 작곡한 “현악4중주 제1번” 중 제2악장으로 이 현악4중주곡은 ‘프로 아르테 4중주단’에 의해 로마에서 연주됐었다. 이때 작품의 제2악장 아다지오의 연주가 끝나자 사람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바버는 ‘아다지오’의 성공을 예감하고 1937년 제2악장만을 독립시켜 현악 합주용으로 편곡했다. 때마침 세계적인 명 지휘자인 아르투로 토스카니니(A. Toscanini)가 바버에게 작품을 의뢰해 왔고, 그는 미리 편곡해 두었던 “현을 위한 아다지오”와 “관현악을 위한 에세이” 두 악보를 토스카니니에게 보냈다. 그런데 얼마 후 이 악보들은 어떤 설명도 없이 바버에게 반송되어 왔고, 그는 토스카니니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악보를 본 토스카니니는 작품에 매우 흡족해 했고, 암보 능력이 워낙 특출 났기에 평소처럼 악보를 모두 암기한 다음 별 뜻 없이 바버에게 원본은 돌려보낸 것이었다. 이런 사정과 함께 토스카니니가 이미 “현을 위한 아다지오”의 초연 계획까지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바버는 금세 오해를 풀었다고 한다.

“현을 위한 아다지오”의 초연은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1938년 11월 5일 NBC 교향악단에 의해 이뤄져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토스카니니는 1940년 남미 순회공연에서도 내내 이 곡을 연주했고, 녹음은 1942년 카네기홀에서 있었다. 덧붙여 미국 작곡가의 작품을 토스카니니가 지휘한 것은 사무엘 바버가 최초였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현을 위한 아다지오”는 원곡을 능가하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 레너드 번스타인도 종종 연주했다. 그리고 이 작품은 10여 개 이상의 영화에서 배경 음악으로 사용돼 영화 음악으로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베트남 전쟁의 진실과 거짓을 다룬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플래툰’의 삽입곡으로 가장 유명하다.

장중하고 비극적인 선율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 곡은 1981년 1월 23일에도 울려 퍼졌는데 바로 작곡자 사무엘 바버의 장례식에서였다. 그리고 “현을 위한 아다지오”는 바버에게 음악적 영향을 주었던 외삼촌이자 작곡자 시드니 호머와 외숙모이자 성악가 루이스 호머에게 헌정됐다.

몰토 아다지오 4/2박자. 현악 5부로 구성되었지만 제2바이올린과 첼로가 2부로 나뉘어져 7성부로 연주된다. 조용한 화음반주로 제1바이올린이 명상적인 주제를 연주한다. 이 주제는 5도 아래에서 비올라로 나타나고, 바이올린은 다른 선율로 응답하여 대위법적으로 진행해 간다. 이윽고 주제를 첼로가 노래하며 점점 힘을 증대시키면서 베이스를 제외한 모든 악기로 정점을 이룬다. 잠시 휴지부를 둔 다음 다시 약하게 제1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주제를 재현하면서 조용히 연주를 끝낸다.

(연주시간 약 8분)

○ 무소륵스키(1839~1881) -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

해마다 여름이면 무더위를 식혀주는 다양한 공포물들이 등장한다. 클래식 음악 중에도 무시무시한 요괴와 마녀가 등장하는 독창적이고 특이한 작품이 있는데 무소륵스키의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이 그것이다.

이 작품을 만든 러시아의 작곡가 무소륵스키는 차이콥스키와 동시대를 살았지만 낭만주의를 추구했던 차이콥스키와는 달리 발라키레프(M. Balakirev), 보로딘(A. Borodin), 퀴(C. Cui), 림스키-코르사코프(N. Rimsky-Korsakov)와 함께 러시아 5인조로 불리며 19세기말 국민음악파를 이끌었다. 국민음악파는 서유럽의 낭만파 음악에서 벗어나 민족의 전통 선율과 리듬을 사용함으로써 음악의 주체성을 찾기 위해 19세기 무렵 러시아와 동․북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무소륵스키의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은 그의 대표적인 관현악곡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 자주 연주되고 있는 판본은 무소륵스키 사후에 림스키-코르사코프가 1881년부터 1883년까지 관현악으로 편곡한 버전이다. 물론 악상의 대부분은 무소륵스키의 것이지만 원본 자체는 피아노 스케치 정도에 불과했다. 이것을 다시금 전체적으로 구성하고 화려한 관현악법으로 구현해 낸 것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솜씨였다. 따라서 이 곡을 과연 무소륵스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무소륵스키 자신도 이 곡을 위해 수차례 개정과 편곡을 반복했다. 원래 이 곡의 원형은 그가 1867년 작곡한 “민둥산의 성 요한제의 밤”이다. 이는 무소륵스키가 고골리의 희곡 「성 요한제의 전야」로 오페라를 구상하며 쓴 것으로 작곡가 겸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였던 발라키레프에게 헌정할 생각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발라키레프는 이 곡을 날카롭게 혹평하였고 결국 연주는커녕 오페라조차 완성되지 못했다. 한동안 출판도 되지 못한 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공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던 이 악보는 1867년 모스크바 악보출판사인 ‘무지카’를 통해 첫 번째 판본으로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4년 뒤인 1871년, 무소륵스키를 비롯한 ‘러시아 5인조’에게 합작 오페라 “믈라다”의 작곡 의뢰가 들어왔고, 이때 그는 다시 한 번 이 곡을 성악과 피아노용으로 편곡해 사용하고자 했지만 이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지 않은 무소륵스키는 오페라 “소로친스크의 시장”의 제3막 중 제1장과 제2장 사이에 삽입될 간주곡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 곡을 다시 한 번 ‘젊은이의 꿈’이라는 제목의 합창 관현악곡으로 개정하였다. 오페라의 줄거리와 상관없이 술 취한 청년의 꿈속에 나타난 악마의 향연을 묘사하고 있는데 이 오페라 또한 미완성으로 남아 이 곡을 알릴 기회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무소륵스키가 남긴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은 “민둥산의 성 요한제의 밤” 원곡 버전과 오페라 “믈라다”의 편곡 버전, 오페라 “소로친스크의 시장” 중 ‘젊은이의 꿈’까지 세 종류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교항시 “민둥산의 하룻밤”은 무소륵스키가 직접 오케스트레이션을 붙인 원곡 버전과 이 세 종류의 판본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만 뽑아내 자신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편곡한 림스키-코르사코프 버전 이 두 종류로 나뉘며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버전은 1889년 프랑스 만국박람회 연주회에서 초연되었다.

러시아에서는 우리나라의 하지에 해당되는 매년 음력 6월 24일이면 남부 키예프에 있는 ‘트라고라프’라는 산 위에서는 성 요한의 제사를 지내는 전통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그 전날 밤에 악마들이 지상에 내려와 잔치가 벌였다고 한다. 바로 이 전설에 따라 성 요한제의 밤을 묘사한 곡이 “민둥산의 하룻밤”이다. 무소륵스키는 악보 첫 머리에 다음과 같은 표제적 설명도 남겨 놓았다.

“지하 정령들의 소동. 먼저 어둠의 혼령이 나타나고 이어 체르노보크(어둠의 신)가 등장한다. 혼령들이 체르노보크에 대한 찬미와 어둠의 제전. 그리고 성대한 지옥의 향연, 그 시끄러운 잔치가 한창일 때 들려오는 마을 교회의 종소리. 어둠의 혼령과 체르노보크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면 어느새 동이 튼다.”

곡은 자유롭게 다루어지고 있으나, 일단 3부 형식을 하고 있다. 바이올린이 자잘한 어떤 조짐을 나타내는 음형을 연주하면서 곡은 시작된다. 이내 어둠의 요정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묘사하고, 목관이 음산하게 절규하면 금관은 어둠의 요정 주제를 연주하면서 일단락 짓는다. 똑같은 것이 반복된 다음, 기괴한 리듬의 연주에서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무곡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목관과 현이 주고받으며 나아가고 거친 움직임이 되었을 때, 금관의 압도적인 팡파르를 시작으로 시끄러운 음악이 된다. 흐름이 진정되면 어둠의 신 ‘체르노보크’의 출연을 알리는 금관의 행진곡이 울려 퍼지고 악상은 엄숙한 찬미의 노래와 의식의 모양을 나타낸다. 점점 고조되어 탐탐을 곁들인 타악기의 강한 합주로 절정에 이른 뒤 주부로 회귀한다. 처음과 같은 악상이 갖가지 장식을 덧붙여서 충실히 재현되고, 악마들의 난무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교회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약음기를 단 바이올린이 조용히 선율을 연주하면 클라리넷이 새벽을 알리는 달콤한 선율을 반복하고 이것을 현과 하프가 반주하면서 사라지듯 전곡을 마친다.

(연주시간 약 12분)

○ 차이콥스키(1840~1893) - 교향곡 제5번 E 단조, Op.64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의 교향곡들은 러시아 민족주의적인 면모를 포함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독일 낭만주의 전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해 차이콥스키의 교향곡을 통해 광활하고 화려한 슬라브적인 정서를 분명히 느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민악파로 알려진 무소륵스키나 림스키-코르사코프 등의 음악과는 차이를 보인다. 다시 말해 차이콥스키는 철저히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고집하며 낭만주의에 영향을 받은 음악들을 주로 작곡했다. 평소 브람스를 동경하였던 드보르작이 독일 낭만주의를 바탕으로 보헤미아의 정서를 표현했던 것과 같이 차이콥스키도 러시아의 정서를 이와 같은 방식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러시아 출신의 연주자나 오케스트라가 가장 잘 연주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통 보기 좋게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현란하고 격정적이면서도 유달리 러시아색이 짙은 “교향곡 제4번”과 비극성이 정점에 달한 “교향곡 제6번” ‘비창’ 사이에 위치한 “교향곡 제5번”은 그래선지 곡의 성격도 제4번과 제6번의 중간 정도에 있다. 이 곡을 쓰던 즈음 차이콥스키는 작곡가로서 최고의 전성기에 있었다. 유럽에서도 인기가 좋아 자주 해외여행을 했는데, 이 작품은 서유럽을 떠돌던 긴 방랑생활을 청산하고 오랜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만든 것으로 “교향곡 제4번” 이후 11년 만이었다. 1888년 3월, 모스크바 북쪽 클린 시 근방의 ‘프롤로프스코예’라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정착한 그는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여독을 풀면서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해 6월, 후원자였던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그가 새로운 교향곡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담겨 있으며, 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한 “교향곡 제5번”은 8월 26일에 완성됐다. 같은 해 11월 17일 상트페테르부르크필하모니 협회의 연주회에서 차이콥스키의 지휘로 초연 됐는데, 대중들은 큰 환호를 보냈지만 평론가들의 반응은 나빴다. 더군다나 차이콥스키 스스로도 이 작품에 대해 “지나치게 꾸며낸 색채가 짙고,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조잡한 불성실함이 있다.”며 혹평을 가했다. 그러나 작곡가와 평단의 냉혹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청중들의 반응은 뜨거웠기에 연이은 성공을 거둠으로써 결국 차이콥스키도 ”교향곡 제5번“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곡의 전반적인 느낌은 일견 슬픈 것 같지만, 그보다는 내적으로 침잠하는 철학적인 깊이가 느껴진다. 또 애절하면서도 달콤한 멜로디가 선사하는 아름다움은 무척 세련됐다. 베토벤이나 브람스 같은 작곡가들도 인간의 내적 슬픔을 자주 그렸는데 이들이 슬픔의 극복과 관조에 주력했다면 차이콥스키는 마치 슬픔을 온몸으로 표현하듯 통곡하고 있어서 더욱 강렬하다. 따라서 차이콥스키의 교향곡만큼 인간의 슬픔을 그토록 처절하게 울면서 그린 작품도 흔치 않다. 그리고 이 곡은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여섯 작품 중 가장 변화무쌍하고 열정적이다. 차이콥스키의 독특한 특성인 선율의 어두운 아름다움과 구성의 교묘함, 그리고 관현악의 현란한 묘기와 화려한 음색 등은 이 곡의 가치를 한층 드높여주고 있다. 이 밖에 순음악 형식을 취하면서도 표제음악적인 요소가 짙고, 여기서 나타나는 것은 고뇌하며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운명의 마수에 걸려 막다른 골목에서 허덕이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은 처참함마저 느껴진다. 한편, 이 곡에 드러난 극도의 감성과 광분하는 정열, 회환과 낙관 사이의 갈등은 차이콥스키 본성이기도 했다.

제1악장 안단테-알레그로 콘 아니마(느리게-빠르고 활기차게, 영혼을 담아서) E 단조 4/4박자. 서주가 있는 소나타 형식이다. 처음에 등장하는 클라리넷의 무겁고 어두운 선율은 우울한 ‘운명’의 발자취를 암시하는데 이 교향곡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악상으로 네 개의 악장에 걸쳐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이 주요 악상의 선율을 일반적으로 ‘운명의 동기’라 부르는데 “교향곡 제4번”처럼 격렬하고 압박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암담하고 약하며 나쁜 조짐을 암시한다. 주부로 들어서면 6/8박자로 바뀌고 제1주제가 클라리넷, 바순으로 나타난다. 어두운 아름다움이 진하며, 리듬적인 선율은 폴란드 민요에서 차용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주제는 여러 가지로 변화되어 등장하고 그 끝에 강한 악센트가 섞여있다. 유려하고 밝은 연결구를 지나 제2주제가 D 장조로 부드럽게 연주된다. 전개부는 제1주제를 중심으로 발전한다. 전형적인 재현부가 진행되고 제1주제를 집요하게 되풀이하는 종결부로 악장을 마친다.

제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 콘 알쿠나 리첸짜(느리게 노래하듯이 다소 자유롭게) D 장조 12/8박자. 3부형식이다. 현의 도입에 이어 호른이 주선율을 독주한다. 이 멜로디는 달콤하고 단정하면서도 애상의 느낌을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이 선율은 대중음악에도 차용된 적이 있어 친근함을 자랑한다. 이윽고 오보에가 노래하는 부선율에 현이 새김질하듯 부드러운 음형을 덧붙인다. 이것이 확산되어 활동적으로 바뀌고 정점에 이르면 크게 펼쳐지면서 진정된다. 중간부는 속도를 좀 더 빨리해 모데라토(보통 빠르기)가 되고 선율은 클라리넷을 시작으로 다른 악기까지 확대된다. 점점 힘을 더해 정점에 이르고 주선율까지 더해져 격렬한 흥분의 회오리를 만든다. 중간부가 끝나면 본래의 속도와 박자의 주선율에 이어 부선율이 활약한 뒤 조용히 끝난다.

제3악장 왈츠 ; 알레그로 모데라토 A 장조 3/4박자. 일반적으로 교향곡의 세 번째 악장에는 미뉴에트(고전주의)나 스케르초(낭만주의 이후)가 오지만 차이콥스키는 여기에 왈츠를 두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우아한 선율을 중심으로 하는 몽환적인 왈츠에 이어 중간부에서는 섬세하게 새김질하는 선율이 활약한다. 종결부에는 제1악장의 첫 선율인 주요 악상이 바순의 연주로 끼어들어 꿈이 현실로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제4악장 피날레 ; 안단테 마에스토소-알레그로 비바체 E 장조 4/4박자. 긴 서주가 있는 론도 소나타 형식이다. 서주는 제1악장 서주의 선율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장조로 바뀌어 현악 합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서 현이 반주하는 관악 합주로 장엄하게 나타난다. 주부는 강렬하고 호화스런 제1주제가 나타나고 이것에 우아하고 사랑스런 추이(흐름에 따라 변화하는)의 주제가 나타나 발전되어 반복된다. 제2주제는 섬세하게 쪼개진 리듬 위에 목관이 노래하고 크게 발전된 후 금관이 거칠게 서주의 주요 악상을 연주하면서 제1, 제2주제에 의한 전개부로 들어간다. 재현부는 형식대로 진행되어 장대한 정점을 이루고 강렬한 팀파니의 연타 속에 끝난 것처럼 전 관현악이 잠시 쉬다가(연주를 마친 것이 아니므로 여기서 박수를 치는 것은 금물) 유연한 반주 음형이 나타난다. 이것을 타고 주요 악상이 당당하면서도 들뜬 음향으로 현란한 종결부를 장식한다. 곡은 점점 빨라지고 6/4박자로 변형된 주요 악상의 강한 합주로 끝맺는다.

(연주시간 약 50분)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3년 0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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