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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진의 '역사 산책'(4회)-천지교합으로 태어난 박혁거세 신화 새로 읽기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4년 01월 23일
ⓒ GBN 경북방송
※오늘의 주제는?
오늘은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 신화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내몽골 암각화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박혁거세 신화는 두 계통이 전해지고 있어요.

하나는, 경주 양산 부근의 나정(蘿井) 곁의 알에서 태어난 것이고(천강신화), 다른 하나는 선도산 성모가 된 사소부인에게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즉 하나는 신화적 사고가 반영된 것으로 천지의 기운이 결합해서 태어났고, 다른 하나는 신화적 요소가 있지만 인간 여인에게서 탄생했다. 둘 다 인간 아버지가 없이 태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왜 신화적 인물이나 영웅들은 아버지가 없이 태어날까요?
네 그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어요. 하나는 그 인물이 보통사람과 다른 신성한 인물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적 전통이 반영된 것으로 신석기 초기의 여명기는 모계사회였는데 그 사회에서는 엄마는 분명하지만 아버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죠. 따라서 그 시대에 태어났다고 하는 성인이나 문화영웅은 모두 아버지 없어요. 동이족의 시조이기도 한 복희․주나라의 선조 후직 등이 그런 경우다. 그러한 전통이 부계사회가 된 뒤에도 신화적 인물의 탄생에는 아버지가 없는 것으로 각색되어 전해지게 된 것이죠. 그래서 조선시대의 글 중에 ‘無父之子’란 표현이 있어요. 신화학에서는 ‘不夫而孕’이라는 표현을 쓰죠.

※어쨌든 신화를 보면 박혁거세는 북방에서 내려온 두 집단과 관련 있네요?
두 방향에서 내려온 이주민 신화가 반영되어 있어요. 하나는 북에서 내려온 부여계와 관련이 있고, 하나는 중국 북방 지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과 관련 있어요. 그렇다고 박혁거세 집단이 그들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고 할 수는 없어요.

※어째서 그런가요?
박혁거세 신화는 기원전 1세기 무렵의 신화라기보다는 신화가 편집되던 후대의 의식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초기 신라를 주도했던 집단들이 가지고 있던 여러 의식이 복합적으로 반영되었다고 보아야 해요.

※박혁거세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사소부인은 어떤 부인이죠?
글쎄요. 먼저 전설을 간략하게 살펴볼까요.
사소부인은 원래 중국 제실(帝室)의 딸이었다고 해요. 그녀는 신선술법을 배웠는데 신라에 와 돌아가지 않고 살았데요. 그래서 아버지인 황제는 서신을 소리개에 매어 부쳤다고 해요. 그 내용인즉슨 “소리개가 머무는 곳을 따라 집을 지어라”. 사소부인이 편지를 보고는 소리개를 날려 보내니 선도산으로 가 앉더래요. 그래서 그곳에 터를 잡고 지선(地仙)되었어요. ....그 사소부인이 처음 진한 땅에 와서 두 성자를 낳아 동국의 첫 임금이 되었는데, 그분들이 혁거세와 알영부인이라고 해요. 삼국유사 감통편에 나오는 이야기죠.

이 이야기는 『삼국사기』 경순왕 조에도 있어요. 거기에는 김부식이 송나라에 사신으로 따라가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한 기록이 보인다. 송나라 우신관에서 본 여자 신선의 상을 보고 관반학사 왕보는 “옛적에 어느 제실의 女가 있어 남편도 없이 아이를 배어 남에게 의심을 받게 되자 곧 (배를 타고) 바다에 떠서 진한에 이르러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이는 해동의 첫 왕이 되고 제실의 여자는 지선(地仙)이 되어 길이 선도산에 있다 하는 바, 이것이 그 상이다.”고 했다고 한다.

※그녀는 정말 중국제실의 황녀였을까요?
글쎄요. 정황상으로 보았을 때 사소부인을 중국제실의 황녀라고 한 것은 중국 역사책인 『삼국지』에 ‘진한이 마치 진나라의 유민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기록한 것을 가지고 만든 것 같지만, 사실이 아닐 것이다. 또한 혁거세 신화에 말이 등장한다든지, 소리개가 북방샤머니즘과 관련된 동물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차라리 부여 등 북방계 이주민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부여를 세운 동명이나 고구려를 세운 주몽신화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북방샤머니즘에서 소리개는 신의 뜻을 전하는 새다.

※사소부인은 어느 정도 설명된 것 같고, 나정에서 태어난 혁거세 신화를 한 번 풀어볼까요?
혁거세 신화는 기본적으로 천강신화로 북방형으로 분류되는 신화죠. 물론 알에서 태어났다는 난생적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아시다시피 동명이나 주몽신화에도 난생적 요소가 보여요.

※혁거세 신화가 북방에서 내려온 사람들의 의식을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하네요?
네.

※하지만 북방 이주민 중 어떤 세력과 관련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잖아요?
네, 사실 진한 사로국을 주도한 세력에 관한 기록은 크게 보아 세 부류가 있어요.
1. “진한은 진국의 후예다”-『삼국지』 한조
2. ‘진한은 중국 진(秦)나라 노역을 피해온 사람들이다’- 『삼국지』 한조와 『후한서』 동이열전
3. ‘사로 6촌은 고조선 유민이다’-『삼국사기』

※박혁거세 신화를 새롭게 풀 수 있는 단서가 있나요?
네, 박혁거세 신화와 유사한 상징을 담은 암각화가 내몽골에서 발견되었어요.
어쩌면 진나라 망명객이 그곳 신화를 가지고 왔을지도 모르죠. 그것이 박혁거세 신화를 편집할 때 반영되었구요.


ⓒ GBN 경북방송
내몽골 음산지역에 보인는 청동기시대 암각화

※실제로 진나라에 속했던 북방인들이 신라로 들어왔을까요?


ⓒ GBN 경북방송
경주 안압지에서 나온 우물 정(井)자가 새겨진 기와, 통일신라

『후한서』동이열전에 “진한의 늙은이들이 직접 말하기를 ‘진나라 사람들이 노역을 피하여 한국으로 망명해오자 마한이 그들의 동쪽 땅을 분할하여 주었다..... 말이 진(秦)나라 말과 비슷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들 망명인들은 진시황이 만리장성 축성에 백성들을 동원하자 그 노역을 피해서 이주한 북방인들일 수 있다.

※그들과 혁거세 신화를 연결시킬 수 있는 고리가 더 있나요?
-최근 들어 경상도 지역에만 나타나는 암각화가 내몽고 음산 지역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경주 시내를 흐르는 남천과 북천이 만나는 합수지점인 석장리 암각화의 일부 그림이 내몽고 음산 지역의 그것과 유사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내몽골 암각화와 혁거세 탄생신화를 비교해 볼까요?
-신화 내용을 먼저 볼까요. “양산 아래 나정 곁에 전광과 같은 이상한 기운이 땅에 드리웠는데 한 백마가 그곳에 꿇어앉아 절하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 가보니 붉은 알이 하나 있었다.” 여기에서 전광과 같은 이상한 기운 ․ 말 ․ 나정 ․ 알이 중요한 신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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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결합

이때 하늘에서 땅으로 뻗은 ‘이상한 기운’은 남성 내지 남성적인 것의 상징이며, 이상한 기운이 땅으로 뻗은 형상은 그대로 천지교합의 신혼(神婚)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우물은 지모적 여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천부지모)

박혁거세의 탄생신화를 이해할 수 있는 암각화가 내몽고 오르도스 지역에 있다. (사진)에서 보듯이 내몽고 암각화에는 여러 겹의 마름모꼴 무늬에 말이 자신의 정액(精液)을 쏟아 붓고 있다. 암각화를 보면 말 위의 사람은 성기를 들어낸 채 벌거벗고 있다. 이는 이 그림이 생식과 관련된 의례를 표현하고 있음을 말한다. 말이 네모꼴로 표현된 대지의 우물[여기서는 대지의 자궁]에 자신의

ⓒ GBN 경북방송

신석기시대 지모신을 표현한 도자기

생명력인 정액(精液)을 뿌리고 있다. 이 때 말 위에 벌거벗은 남성은 바로 천상의 신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이 그림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 박혁거세 신화와 비교해 보면 마름모꼴의 도형은 나정에 상응된다. 말이 사정(射精)하는 모습은 혁거세 신화에 등장하는 백마와 하늘에서 땅으로 뻗은 ‘이상한 기운’과 상응된다. 내몽고의 암각화를 참고해서 박혁거세 신화를 이해하면, 박혁거세는 하늘의 남성적 기운(태양의 빛 혹은 북극성의 자광(紫光)이 대지의 자궁(나정)과 결합한 결과 붉은 알이 탄생했고 그 알에서 혁거세가 태어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화상으로 볼 때 혁거세집단이 북에서 내려온 이주민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4년 0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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