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진의 '역사 산책'(6회)-삼족오가 고구려 왕실의 문장이 아니라면 고구려 왕실의 문장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 입력 : 2014년 02월 06일
오늘은 어떤 주제인가요? 네, 지난 5회와 연결된 문제인데요. 지난 회에서는 삼족오는 고구려 왕실 문장이 아니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고구려의 왕실 문장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고구려에도 왕실 혹은 국가 문장이 있었을까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나라 혹은 부족마다 문장 혹은 기(旗)는 있었어요. 문장이나 기는 각기 그 집단을 가장 잘 상징할 수 있는 것으로 도안을 했어요. 가령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의 태극 문양은 음(陰 : 파랑)과 양(陽 : 빨강)의 조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우주 만물이 음양의 상호 작용에 의해 생성하고 발전한다는 대자연의 진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일본의 국기인 일장기는 다른 말로 ‘히노마루’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해의 원’이란 뜻이다. ‘해가 뜨는 나라’ 일본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는 초기 연방에 참여한 13개 주를 나타내는 13개 선과 최종적으로 연방에 참여한 50개 주를 나타내는 흰색 별로 구성되었다. 중국의 오성홍기는 왼쪽의 큰 별은 중국 공산당을 네 개의 작은 별은 노동자, 농민, 학생 및 지식인을 나타낸다.
고구려 왕실에 문장이 있었다면 어떤 상징을 담은 문양이었을까요. 고구려에 왕실 혹은 국가 문장[국기]이 있었다면 그것은 자신들이 천손족임을 나타내는 상징기호였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삼국사기』고구려본기에는 주몽이 천제인 해모수의 아들로 나온다. 그가 부여에서 남쪽으로 달아날 때 큰 강이 나타나자 “나는 천제의 아들이요, 하백의 외손”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다. 또한 광개토대왕비문에도 주몽은 천제의 아들(天帝之子)로 기록되었다. 따라서 고구려에서 문장을 채택했다면 이러한 의식(천손의식)을 반영한 도안을 사용했을 것이다.
천손의식이 반영된 도안이 발견되었나요? 네, 마침 우리가 살고 있는 경주에서 발견된 고구려 유물 중에 그런 것이 있어요. 경주시 노서동에 있는 고분군 중에 가장 남쪽에 있는 호우총에서 발견된 청동그릇에 문장[국기]으로 의심되는 기호가 새겨져 있어요. 호우총에서 발견된 호우(壺杅-청동그릇)는 광개토대왕 사후 그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그릇 이예요. 고구려에서 광개토대왕을 기념하여 415년(장수왕 3)에 만들었다는 명문이 밑바닥에 새겨져 있어 그러한 사정을 알 수 있다.
그 청동그릇은 고구려에서 제작되어 신라로 보내졌던 것이다. 당시 신라와 고구려의 관계는 신속관계였다. 당시 고구려가 상국의 위치에 있었다. 참고로 1946년에 발굴된 호우총은 광복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 최초로 정식 발굴한 고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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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호우의 명문 위 중앙에 # 문양이 보인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천손의식을 나타낸 문장이지요? 네, 호우[사진]를 보면 상단 중앙에 우물 정(井)자 비슷한 도안이 보이지요. 새겨진 위치로 보아 그것은 무언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어요. 저는 그 기호가 바로 천손 사상을 반영한 고구려 왕실문장으로 추정해요. 궁륭(#)처럼 보이는 이 문양은 다른 고구려계 유물에도 자주 등장한다.
다른 학자들도 그 문양을 고구려 왕실 혹은 국가의 문장으로 보았나요?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문양을 우물 정(井)자로 이해하고, 그것이 주몽신화에 등장하듯이 물의 신 하백(河伯)의 자손임을 나타낸다고 봐요. 소설가 최인호는 『왕도의 비밀』에서 고구려계 유물에 보이는 #문양의 비밀을 찾아 나섰어요. 그는 '#'은 만주 지방과 요하지방부터 중국의 발해만 지역에 폭넓게 나타나는 동이족의 신화, 즉 '여왜와 복희'의 신화에 기반을 둔 기호로 이해했다. 즉 '#'은 여와의 달을 표시한다고 보았어요. 최인호는 오랜 시간 유물과 유적을 추적한 끝에 이 문양이 호태왕의 문장인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호태왕, 즉 광개토대왕의 충실한 신하였던 모두루의 묘실 벽에 새겨진 "天帝之子 河伯之孫 東明聖王"이란 글에서 답을 찾았다. 그는 호우총에서 나온 청동그릇에 보이는 '#' 문양을 '하늘의 아들이며, 하백의 손자'임을 내세우는 표지(標識)라고 했다. 즉 하늘과 물의 신의 직계 후손임을 강력하게 내세우던 문양이라는 것이다.
선생님의 생각과 비슷하네요? 하늘의 자손임을 나타내는 것은 맞지만 여왜와 관련해서 달의 자손이란 의미로 사용했던 것은 아니에요. '#'은 고구려인들의 북두칠성을 포함한 하늘 숭배의식과 관련해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 문양은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요? 네, 그 답은 무당이 굿을 할 때 쓰는 고깔모자에서 찾을 수 있어요. 무당들이 신당에 안치하는 무속화를 보면 칠성, 환인제석, 삼불제석만이 고깔모자를 쓰고 있어요. 무속화에서 고깔모자를 쓴 신령들[환인제석, 칠성, 삼불제석]은 삼한시대 하늘과 귀신을 섬기던 신성한 공간인 소도에 세워진 우주나무를 타고 하늘에 올랐을 때 만날 수 있는 하늘 주인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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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깔 弁자와 令자의 형성 과정(허진웅)-그림을 좀 크게 넣어 주세요. 우리 무속에 보이는 고깔모자는 유라시아문명사에 두루 보이는 고깔모자와 동일한 기원을 갖는다. 바로 그 고깔모자와 광개토대왕을 기념하는 청동호우의 궁륭문양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는 하늘을 섬기던 사람들의 우주생명관과 관련 있다. 즉 호우의 궁륭(#)은 하늘의 궁륭을 받드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칠성님 즉 환인[천제]의 자손임을 나타내기 위해서 사용한 문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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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 소전(小篆)체에 보이는 고깔 변(弁)자. 무속화의 천신과 무당들이 쓰던 고깔모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한마디로 고깔모자는 두 손으로 북두칠성을 받들던 사람들의 제사장[무당]이 쓰던 모자이다.
그러한 사정은 진나라 때의 소전체로 표기된 변(弁)자가 손으로 삼각형 모양의 하늘을 받들거나, 손으로 궁륭형(穹窿形)의 하늘을 받드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이때 궁륭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늘의 중앙은 높고 사방은 낮은 것을 상형한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궁륭을 두 손으로 떠받들고 있는 형상을 글자로 표현한 것이 고깔 변(弁)자이다. 따라서 고깔변자는 고깔모자를 쓰고 하늘을 받드는 사람, 즉 제정일치 시대의 군주나 제사장 등의 모습을 상형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 은 하늘을 나타낸다는 말이지요? 네,맞아요. 진나라 소전(小篆)체에서 궁륭을 받드는 모습(두 개의 삼지창 모양은 두 손을 나타낸다)이 고깔 변(弁)자인데, 두 손으로 받드는 궁륭을 보면 중앙에 호우총에 새겨진 문양(#)과 동일한 문양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로보아 고깔변(弁)자는 크게 보아 하늘을 받드는 것을 상형한 것이지만, 좁게는 하늘의 중심에 있는 북두칠성(북극성)을 받드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무속화에서 고깔을 쓴 환인제석은 바로 우리의 하나님으로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환인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고 보면 호우에 그려진 #이 어떤 의미를 가진 문장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호우총을 비롯해 고구려의 유적 유물에 새겨진 #은 고구려 왕실이 천손으로 하늘을 받들어 모시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했던 문장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호우의 #은 바로 하늘을 나타내는 궁륭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하늘의 자손이자 칠성의 자손이라는 한민족의 원형적인 의식을 담고 있는 상징이었다. |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  입력 : 2014년 02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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