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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진의 역사산책(18회)- 여신의 성기를 바위에 새긴 조상들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4년 06월 09일
ⓒ GBN 경북방송

오늘의 주제는 어떤 것인가요?
네, 오늘은 아주 신기하고도 특이한 유적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2000년 이상 된 조상들의 신앙 유적인데요. 커다란 바위 위에 새겨진 여신의 여근(성기)을 소개할까 합니다.


ⓒ GBN 경북방송
양산 천성산의 대형 바위에 새겨진 마고 여신의 성기

바위에 여신의 여근(자궁)이 새겨져 있다구요?
네, 바위에 여성의 성기를 새긴다는 것은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가지요. 하지만 고대의 바위신앙을 살펴보면 성기신앙 뿐 아니라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표현해 놓은 것들도 있어요. 식물과 동물이 신들의 성행위 결과물이라는 고대인의 의식이 숨어있지요.

어디에 그러한 유적이 있나요?
경주에서 경부선 하행선을 타고 통도사를 지나 신양산 톨케이트를 막 지나서 왼쪽에 보이는 산자락, 그러니까 천성산(원효산)의 서남쪽 자락에는 고대인들의 바위신앙 흔적이 유달리 많다. 이곳은 경남지방에서 부산 금정산 못지않은 바위신앙 군집지역이다. 이곳의 상당히 너른 지역의 바위에는 석정(石井)과 알터가 조성되어 있다.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오기 전부터 행해지던 고유 신앙의 중심지였음을 알 수 있다. 신라의 고승 원효가 요석공주를 만나 파계하고 천성산으로 공부를 하러 내려왔던 골짜기가 바로 이곳 어딘 가였다. 골짜기 입구

산막동은 요석공주와 그녀를 돌보던 시종들이 함께 머물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대형바위에 여신의 여근이 새겨져 있다. 엉덩이가 상당히 큰 여신이 성기를 하늘을 향해 당당히 드러내고 있다. 지름이 1미터는 족히 된다. 요즈음에 어떤 조각가가 바위에 이런 조각을 하여 작품이라고 전시한다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요? 외설스럽다고 비난받을 것이다. 시대에 따라 가치관은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바위는 한동안 신성성을 부여받고 신앙의 대상으로 경배 받았다.

ⓒ GBN 경북방송

기원전 22000~18000년, 로셀

그렇습니까. 사진을 보니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했네요? 신기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하네요. 바위에 여신의 성기를 새기다니.
-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왜 조상들은 바위에 ‘큰 여신(大母神)’의 성기를 조성하고 거기에 기도를 올렸을까?
사실 성기 숭배는 일반적으로 지모신 혹은 대모신 숭배와 관련 있어요. 선사시대의 유적이나 유물을 보면 구석기부터 대모신 숭배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여신들은 구석기시대에 이미 등장하여 최고신의 대접을 받고 있었다. 인류는 모든 것을 낳는 어머니 여신을 먼저 상상했던 것이다.

독일 남부에서는 맘모스의 어금니로 만든 여신상이 발견되었는데, 약 3만 5천 년 전의 것이다. 그 여신상보다 일만 년 정도 늦게 제작된 여신상이 프랑스에서 발견되었다. 프랑스 로셀(Laussel)지방에서 출토된 구석기 시대의 여신상이다(사진). 가슴과 엉덩이가 풍만한 이 여신은 성기를 드러낸 채 오른손에는 달을 상징하는 들소 뿔을 들고 있다. 그리고 왼손은 부풀어 오른 배에 올려놓고 있다. 우리는 이 여신상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여신이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것을 보자. 소뿔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소뿔에는 13개의 금이 그어져 있다. 그것은 달의 변화수를 표시한 것이다. 이 여신의 달의 변화, 즉 생성과 소멸·탄생과 죽음을 관장했다. 우리는 이 여신상에서 당시 인류가 이미 천체의 움직임과 생명의 변화가 연결되어 있다는 추상적 사고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유사한 구석기시대의 대모신은 오스트리아 다뉴브강, 프랑스 남부, 이태리 북부, 체코슬로바키아, 시베리아 등에서도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인류가 처음으로 숭배한 최고신은 여신이었던 셈이네요?
-맞아요. 인류는 처음 여신을 생각해 내었지요. 구석기시대에 남신 보다 여신이 더 중시된 것은 여성의 생식능력 때문입니다. 성숭배 문화의 초기에는 여성 성기 숭배가 우세했어요. 그 결과 최초의 신은 ‘이 세계와 우주를 생성하고 지배하는 어머니 신’이었다. 당시 인류는 이 세계는 어머니가 자식을 낳고 양육하는 방식으로 생성되고 유지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한 여신숭배의 전통은 신석기시대 초기까지 강하게 유지됩니다.

그렇다면 한동안 인류는 여성상위 시대에 살았겠네요?
당시의 남성는 여성에 비하면 초라한 존재였어요. 생명을 잉태하는 것도 여성이었고, 낳는 것도 여성이었을 뿐 아니라 남성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여성이 원할 때 섹스의 상대가 되어 주는 것뿐이었어요. 그러한 문화적 배경에서 위대한 여신이 탄생했던 것입니다. 위대한 여신의 자궁은 모든 생명뿐만 아니라 우주도 탄생 시켰어요.

여성의 억압된 성이 개방되고 있는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미래는 여성이 주도하거나 남녀가 평등한 사회가 될 것이다. 미래 사회는 모계적 성격이 많이 반영되면서 여성에게 사랑받으려고 노력하는 남성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곧 불쌍한 남성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여성이 성 결정권을 확실하게 누리게 되면 선택받지 못하는 남성은 참으로 불행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동양에도 대모신 혹은 지모신이 있었나요?
그럼요. 인류는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비슷한 단계를 거치며 진화해 왔어요. 고고학적으로 보면 유럽쪽에서 먼저 발생한 여신상이 동으로 전파된 것으로 나타난다. 유럽과 서시베리아에서는 돌이나 맘모스 이빨에 여신상을 주로 새겼다. 그러나 그 여신상이 동시베리아와 만주, 한반도, 일본으로 전파되면서는 흙으로 만들어진다. 그 전환점이 되는 곳이 바이칼 북쪽의 마니아지역이다. 이곳에서 1만 5000여년 전 흙으로 구운 여신상이 발견된 후 동쪽에서 그와 비슷한 형상의 여신상이 출토되었다. 우리나라 동해안의 신암리 유적과 일본에서도 발견되었다.

이제 범위를 좁혀 우리나라 지모신(대모신)에 대해서 살펴볼까요?
우리나라 전설에도 대모신으로 창조여신의 풍모를 갖춘 여신이 있다. 그 여신은 천지를 창조할 만큼 위대한 여신이었으나 단군신화계통의 남성신에게 그 지위를 빼앗겼다. 하지만 그 여신의 흔적은 이 땅 여기저기에 지금도 살아있어요. 노고 혹은 마고할매 등의 이름으로 말이다. 이들 할매가 바로 한반도의 지모신이다. 예를 들면 지리산 노고단을 지키는 할매, 천왕봉의 마고할매가 있다.

지모신인 마고할매는 단군시대 이전의 여신이었습니까?
네 그러한 정황을 알려주는 이야기가 평양시 강동군 구빈 마을에 전해 내려오고 있어요.
“단군이 거느리는 박달족이 마고할미가 족장인 인근 마고성의 마고족을 공격했다. 싸움에서 진 마고할미는 도망친 후 박달족과 단군의 동태를 살폈는데 단군이 자신의 부족에게 너무도 잘해주는 것을 보았다. 마고는 단군에게 마음으로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마고여신에 대한 특별한 전설이 많이 남아 있나요?
네, 대표적인 것으로 지리산과 월출산 마고여신을 들 수 있어요. 마고여신 전설을 보면 그녀는 엄청난 몸집을 자랑하죠. 지리산 마고는 덩치가 얼마나 컸던지 삼베 구만 필로 치마를 해 입었다고 한다. 또한 월출산 마고가 오줌을 누면 강을 이루어 넘쳐흘렀으며, 한숨을 쉬면 그 입김이 태풍으로 바뀌었다. 남쪽 바다를 건널 때는 물이 다른 곳보다 깊어서 치맛자락을 적셨는데, 그 젖은 치마를 벗어 월출산에 벗어 놓았더니 온 산을 휘감아 버렸다고 한다.
경기도 양주의 노고산에도 노고할미가 살았다. 그녀 또한 덩치가 얼마나 컷던지 노고산과 불국산에 다리를 걸치고 오줌을 누었는데 문학재 고개에 있는 큰 바위가 오줌발에 깨져나갔다고 한다.

대단한 풍모의 마고할미네요. 몸집도 그렇고 오줌발은 왜 그렇게 셌을까요?
마고할미의 덩치가 컸던 것은 그녀가 만물을 생산하는 여신이었기 때문이다. 세상 만물을 생산할 정도면 얼마나 커야 했겠는가. 또한 그녀들의 오줌발이 셌던 것은 바로 그녀들의 생산력이 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 시절 남자들은 서로 오줌이 얼마나 멀리 날아가느냐를 두고 시합한 기억이 한 두 번씩은 있다. 오줌발이 세면 정력도 세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 GBN 경북방송

양산 천성산 마고할미 여근 모습, 외쪽 전방에 거북형상

양산 천성산 바위에 새겨진 여근이 바로 마고할미의 여근인가요?
그래요. 천성산 여근(女根)은 제가 발견했는데, 아직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천성산 여근 말고도 전국에는 유명한 여근 신앙 유적지가 많이 있어요. 가령 마고할미 전설이 전하는 월출산 구정봉 아래에는 대단한 크기의 여근굴이 있죠. 지금은 베틀굴이라고 하는 데요. 조선시대 들어 유교적 시선 때문에 이름이 바뀐 것 같아요. 경기도 안양시 삼막동 관악산 자락에 있는 삼막사에도 유명한 여근석이 있어요. 서울에 가면 국립민속박물관이 있는데, 그 마당에 여근이 삼막사의 그것을 모델로 했어요. 충청북도 충주시 산척면 송강리에 있는 여근석은 마고바위라고 부른다. 또한 제천시 송학면 무도리 여근석은 공알바위라 한다.

이제 여근 신앙에 대한 결론을 내려 볼까요?
제가 오늘 제시한 마고할미의 여근은 신석기시대 모계사회의 대모신 전통을 잇고 있는 신앙유적이다. 조상들은 생산여신으로서의 마고여신에게 자식을 낳게 해 달라거나, 농사가 잘 되기를 빌었던 것이다.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4년 06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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