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진의 역사산책(22회)
조상들은 왜 피리에 13개의 구멍을 뚫었을까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 입력 : 2014년 07월 30일
|  | | | ⓒ GBN 경북방송 | |
오늘은 어떤 주제입니까?
우리 문화유산에 남은 13수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함경북도 웅기군 굴포리 서포항에서 청동기시대의 유물이 발견되었습니다. 뼈로 만든 피리인 이 유물은 기원전 1,500년 이전에 만들어졌는데요, 구멍을 13개나 뚫어 놓았어요.
그래요. 왜 피리에 구멍을 13개나 뚫었을까요. 13개를 뚫으면 연주할 수 없지 않습니까? 손까락은 10개 잖아요?
그렇죠. 손가락이 10개이니 13개의 구멍을 열고 닫으며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고려사』 당악조를 보면 ‘9공 피리, 그러니까 구멍이 아홉게인 피리가 있고 속악조에는 7공 피리가 있었어요. 그렇다면 13개의 구멍을 뚫은 이유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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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시대 피리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네, 13수의 비밀은 달에서 찾아야 합니다. 달의 변화수에서 13이 나왔어요. 무슨 말이냐 하면 서쪽하늘에 초승달이 뜨고부터 13일이 지나면 보름달이 뜨잖아요. 그 변화수에서 13을 생각해 낸 것이죠.
그렇군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듣고 보니 그럴 듯 한데요. 문명사의 관점에서 보면 달은 인류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요. 우리만 해도 정월대보름은 농사의 시작을, 8월 보름은 추수하는 시기를 나타내며 하늘과 조상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날로 정해놓고 있잖아요. 아직도 추석에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추석명절을 지내러 고향에 가잖아요.
|  | | | ⓒ GBN 경북방송 | | 프랑스 남부 도르도뉴로셀의여신(기원전22,000~18,000년)
달과 관련된 문화를 한 번 간략하게 살펴볼까요?
달은 지구와 그 위의 생명체들, 그리고 조수와 인간 내부의 조수(몸 속의 물)에 물리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이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경험해 왔을 뿐만 아니라 의식적으로도 인지해 왔다. 여성의 생리 주기와 달의 주기의 일치는 인간의 삶을 구조화하는 물리적 현실이며,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키면서 관찰되어 온 신비한 현상이다. 우리가 월경을 ‘달거리’라고 하는 것도 달과 인체와의 관련성을 인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천체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사이에 삶을 구조화하는 어떤 관계가 있다고 하는 기본적인 관념은 달의 주기가 지닌 힘을 깨달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식이 발전하여 ‘천인감응설’, 즉 하늘의 움직인과 인간사회가 관련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달은 인류에게 ‘생생력(生生力)의 상징’의 원형이자 원점이다. 달은 대지모의 어머니이고 대모(Great Mother)의 어머니이다. 인류는 영생도 풍요도 달에 걸어서 빌고 또 빌어 왔다. 이러한 인식은 이미 구석기시대부터 있어왔다. 구석기인들도 달의 변화에서 생명의 변화를 읽었다. 그들든 식물이나 동물들이 달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태어났다가 죽고 다시 태어난다고 생각했다. 부활이나 윤회의 의식이 이미 구석기시대에 어렴풋이 싹트고 있었다. 신범순 교수는 “수의 역사에서 13은 무엇보다 선사시대 이후 여성의 신성한 생명력의 리듬을 대표하는 숫자”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13수를 불길한 수로 여기지 않나요? 네, 맞아요. 하지만 그것은 기독교 문명이 서양에 확산된 이후예요. 숫자에 마력이 있다고 믿는 것은 동서양이 마찬가지예요. 동양에서 4가 죽을 사(死)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꺼리듯이 서양에서도 13을 꺼린다.
왜 서양에서는 13수를 불길한 숫자로 생각하죠? 서양에서 13이 불길하다는 미신이 생긴 배경은 예수의 최후의 만찬과 관련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 전날, 열두 제자와 만찬을 함께하며, 유다의 배신을 모두에게 일러주었다. 이때 모인 사람의 수가 예수를 포함한 13명이다. 또한 예수가 죽은 날이 금요일이라는 설이 있다. 그래서 13이라는 숫자와 금요일이 겹치면 불행과 저주가 일어난다는 미신이 생겨났다.
오늘날에도 서양에서는 13명이 함께 식사를 하면 그해 안에 한 명이 죽는다는 미신이 있다. 또한 대부분의 병원에는 13호실이 없으며, 고층 빌딩과 엘리베이터에도 13층 표시가 없는 곳이 많다.
‘13일의 금요일’이라는 공포 영화는 서양인들이 가지고 있는 그러한 심리적 공포를 자극하기 위해 만든 영화이다. 이러한 13일의 금요일 미신이 서양에서는 현재에도 흥밋거리이다. 영국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13일의 금요일, 13시 13분에 영국의 13세 소년이 벼락을 맞은 사건이 화젯거리가 되었다. 서양에서 불길하다고 여겨지는 숫자 13이 여러 번 겹쳤는데도 다행히 이 소년은 큰 부상 없이 목숨을 건졌기 때문이다.
우리문화에 나타나는 13수는 어떤 것이 있나요? 앞에서 말한 3500년 전 뿔피리가 있고,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는 13층 석탑이 있죠. 13층탑은 우리나라에 2기가 현존한다. 하나는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정혜사지 13층 석탑이다.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경에 만들어졌으며, 국보 제40호로 지정되었다. 통일신라 시기의 13층탑으로 망덕사 동서 쌍탑이 13층이었다고 하나 지금은 사라졌다. 또 하나는 북한 묘향산 보현사에 있는 13층 석탑이다.
13층 석탑은 당시 중국의 13층 전탑을 모방한 것이 아닌가요? 네 그런 측면도 인정하지만, 양식의 독자성이나 뿔피리의 예에서 보듯이 우리 독자문화의식도 인정해야 한다. 중국의 13층 전탑이든, 한국의 13층 석탑이든, 일본 나라현의 단잔진자(談山神社)에 남아 있는 13층 목탑이든 부처님의 사리나 불경을 모시는 탑의 구조를 13층으로 한 것은 달의 변화수를 반영한 것이 분명하다. 달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은 불교교리인 ‘무상’ · ‘윤회’와도 잘 부합한다. 13층탑이 조성된 배경이다.
중국인들도 13수를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중시했나요? 물론 13층탑이 세워진 배경을 중국문화사에 보이는 13중천(重天) 개념과 연결할 수도 있다. 중국인들은 13층 하늘에는 천제가 거처한다고 믿었다.
그러한 중국인들의 인식이 반영된 유적이 발견되었다. 중국 산시성 린펀시 타오스향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가 발견되었다. 기원전 2100년경 조성되었다. 이곳을 중국학자들이 천문대 터라고 보는 이유는 13개의 기둥이 서있던 자리가 발견되었기 때문인데, 그것은 하늘이 13개 층으로 되어있다는 문헌자료와도 부합된다.
다른 지역에도 13과 관련된 문화가 있나요? 네 몽골에도 있습니다. 몽골의 서부지역에 많이 보이는 13오보가 그것이다. 우리의 서낭당과 비슷하며, 이정표와 경계표의 의미도 갖는다. 몽골의 오보(단독, 5, 13, 군집오보) 중 13오보는 중요한 제사장소나 사원 주변에 많이 세워진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문헌에는, ‘오보는 토지와 주민을 보호하는 신령이나 땅과 물에 사는 용들의 거주지 및 그들에게 제사지내는 장소로 건설된 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몽골의 무당과 13수도 관련이 있다. 몽골무당문화에 남아 있는 13은 오랜 전통을 가진 시베리아 샤머니즘과 관련된 수로 보아야 한다. 몽골의 소수민족의 하나인 브리야트족 무당들은 신이 내린 뒤에 스승 무당에게 굿을 배우면서 13번의 ‘차나르 굿’의식을 치른다. 이 굿은 보통 사나흘 걸리는 큰 굿으로 13번의 차나르를 무사히 마쳐야만 큰 무당이 될 수 있다.
몽골에서는 무당이 되는 것이 쉽지 않군요? 왜 굿을 열 세 번이나 해야 되죠? 왜 13번의 굿을 해야 큰무당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달의 변화수와 관련 있다. 달은 빛이 사라진 3일 동안 저승세계를 여행하고 다시 떠올라 13일의 변화를 겪으며 보름달이 된다. 달이 13번 변해서 보름달이 되듯이 신입무당도 13회의 차나르를 통해 큰무당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달은 생명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관장한다. 13오보의 신앙대상 또한 달과 관련 있다. 앞에서 제시한 청대의 문헌에서 13오보의 핵심 신앙대상은 땅과 물에 사는 용이라고 했다. 동양문화사에서 용신신앙은 달과 관련 있다. 따라서 13오보의 원초적 기원은 달과 관련한 용신신앙에서 찾아야 한다.
또 다른 자료도 있다. 청나라 제실에서 토지신에게 제사 지낼 때 사용하던 신목인 소나무도 가지가 13개 층으로 구성되었다. 13층 하늘을 의식한 것인데 그것은 달의 변화수를 의식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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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찬키요 태양관측대-기원전300
또 다른 문화권에도 13수가 중요했나요?
네 알고 보면 13수는 전세계적으로 존중받았습니다. ‘마야에서는 13개의 하늘이 층층이 배열되어 있으며, 가장 낮은 층이 지구다. 상계의 신 열세 명이 각 층에 나누어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야인들은 400년 주기인 박툰이 13회 지나면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생각했다. 지난 2012년 12월 21일은 그 주기의 최종일이었다. 그래서 당시 지구종말설이 유포되었던 것이다. 아즈텍인들의 천상도 13개의 천국으로 구성되었다고 생각했다.
결론을 내려 볼까요? 제주신당의 원조라는 북제주군 송당리에 있는 ‘송당본향당’에서는 음력 정월 13일과 2월 13일, 그리고 7월 13일과 10월 13일에 제사를 지낸다. 그들이 13일을 선택한 것도 13수 문화의 잔재라고 볼 수 있다. 3500년 전 조상들이 뿔에 13개의 구멍을 뚫은 것은 피리로 달의 생명원리를 노래하기 위해서였다. 조상들은 3일간의 지하세계, 즉 명부에 머물다가 부활하는 달, 그리고 13일의 성장을 통해서 보름달이 되는 모습에서 생명의 순환원리를 읽었던 것이다. |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  입력 : 2014년 0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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