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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진의 역사산책(24회)

천전리 암각화에는 고깔모자를 쓴 용의 그림이 있다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4년 08월 18일
ⓒ GBN 경북방송

오늘의 주제는? 네, 울주군 언양읍 천전리에 있는 ‘천전리 암각화’를 보신적이 있지요? 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에 걸쳐 제작된 이곳 암각화에는 다양한 상징기호들이 있습니다. 생산을 담당하는 지모신의 자궁이라듣가, 대지의 우물을 상징하는 마름모꼴 모양, 남근, 신상, 물고기․ 뱀 등 지하신의 사자, 사슴 등 사냥감..... 이곳은 화랑들이 풍류도를 닦던 신성한 공간이기도 했다. 때문에 그곳에는 화랑의 이름이 적혀있다. 천전리 암각화와 그 옆에 있는 대곡리 암각화박물관을 한 번 들러서 우리 조상들의 삶 속으로 여행을 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 GBN 경북방송

천전리 암각화에 보이는 ‘고깔모자를 쓴 용’

그런데 이곳 암각화에는 아주 특이한 그림이 하나 있다. 전면의 우측 하단에 있는 ‘고깔모자를 쓴 용’이 그것이다. 오늘은 그 용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용이 고깔모자를 썼다고요?
네, 분명히 고깔모자를 쓴 용이 있습니다. 학자들 모두 그렇게 생각합니다. 모자를 썼을 뿐 아니라, 등 쪽에는 날개도 두 쪽 달려있다.

그런 특이한 용 그림이 있습니까. 다음에 가면 꼭 한 번 찾아보아야겠습니다. 그런 용은 누가 새겼을까요?
고구려의 고분 벽화에도 많은 용 그림이 있지만 이와 같은 모습의 용은 없다. 고대인들이 그린 용 그림이 많지만 고깔모자를 쓰고 날개가 달린 용은 흔치 않아요. 따라서 그런 특이한 용 그림은 그러한 용 그림을 그리던 문화권에서 이주해온 사람이 그렸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이 용 그림에 관해서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었나요.
네, 조철수라는 학자 분은 이 용의 문화사적 기원을 메소포타미아에서 찾았어요. 조철수에 따르면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문화가 인도와 인도네시아, 중국의 해안 지역을 거쳐 울산까지 오게 되었다고 해요.

그와 같은 용 그림이 남방문화에 나타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메소포타미아 문화에 보이는 용 그림이 인도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중국 남해안을 거쳐 울산으로 들어왔다고 할 수도 있지만, 뱀=용에 관한 의식은 중국 동북지역에 있었던 신석기문화인 사해문화에 처음 나타나는데, 기원전 5200년경에 이미 뱀용을 숭배한 유물과 유적이 있어요. 그러니 북방에서 뱀용문화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럼 다른 방향에서 고깔모자를 쓴 용을 그린 사람들을 찾아야 갰네요?
제 생각에는 고깔모자를 쓴 용 그림을 그린 사람들은 신라왕족일 것입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고깔모자를 쓰는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구당서』와 『신당서』 신라전을 보면 “신라국은 본디 변한의 후예이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여기서 변한이라 함은 ‘고깔모자를 쓴 한’이란 의미다.

신라인들, 특히 김씨왕족이 고깔모자를 쓴 집단과 관련 있다는 말씀은 지난 시간에도 몇 번 언급하신 것 같은 데요?
네 맞아요. 신라 김씨왕족의 조상은 흉노의 우현, 그러니까 동쪽 지역, 지금의 돈황지역(하서회랑)에 살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우선 문무왕 비문에 그들의 조상이라고 나오는 ‘제천투후 김일제’라는 인물이 돈황지역 출신으로 사카족과 몽골리안의 혼혈일 가능성이 높아요. 2009년 인가요. 중앙대학교의과대학에서 유라시아 대륙의 고인골, 그러니까 사람의 뼈 2000여 구의 DNA를 조사 분석했어요.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결과가 나왔어요. 신라왕족의 부계는 스키타이와 모계는 서흉노 혹은 스키타이와 가장 가깝다는 결과가 나왔지요.

유전학적 결과가 놀랍네요?
네, 제 생각에는 이제 생각을 바꿀 때가 되었어요. 신라왕족들의 조상이 중국 서북지역에 있는 천산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동으로 이동하여 경주까지 들어왔다는 것을 인정해야 되요. 사실 그들은 실크로드 동서를 오가며 살던 사람들이었어요. 천산주변에 살면서 고깔모자를 쓰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사카족이예요.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이씩 적석묘 고분에서 발굴된 고깔모자를 쓴 황금인간이 출토되었는데, 그 고분은 기원전 5~4세기의 사카족 무덤이다. 이들 사카족의 무덤 조성방식은 신라의 적석목곽묘의 그것과 동일하다. 이란 고원에 있는 유명한 ‘비시툰 비문’에는 다리우스(기원전521~486)왕이 동쪽으로 진출하여 잡아들인 소국 왕들의 모습이 새겨져있는데, 사카족왕만 고깔모자를 썼다. 이는 고깔모자를 쓰는 것이 당시 사카족 고유의 풍습이었음을 의미한다.

사카족이 천산 동쪽으로 진출한 사실은 암각화나 고고학적 발굴로도 이미 충분히 증명되었다. 천산 동쪽에 있는 신강 호도벽현의 초기 철기시대의 암각화에는 고깔을 쓴 사카족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이들이 요서지역까지 진출한 흔적이 문헌에 보인다. 전국시대에 편찬된 것으로 보이는『산해경』에는 ‘동해의 안쪽, 북해의 모퉁이에 조선과 천독(天毒)이라는 나라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보이는 ‘천독’을 중국학자들은 천축(天竺)으로 해석하면서도 잘못된 기록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은 사카족이 천산 동쪽으로 이주한 고고학적 흔적이나 암각화가 발견되기 이전에 행해진 것이다.

또한 『일주서』라는 중국 책에는 ‘鹿人’이 요동에 있었다고 나오는데, 천산주변의 사카족 무덤에서는 황금으로 만든 사슴 장식이 많이 나오는데, 학자들은 사슴을 사카족의 토템이라고 한다. 이로보아 요동에 살던 녹인은 사카족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 천산 ‘키르키스탄 토크막 주변의 샴쉬 유적에서 출토된 황금 데드마스크. 신라 왕관에 보이는 나뭇가지 장식이 잔뜩 새겨져 있었다’

그렇다면 천전리 암각화에 보이는 ‘고깔모자를 쓴 용’은 신라왕족과 관련해서 그 비밀을 풀어야 겠네요?
네 맞아요. 왜 신라인들은 바위에 고깔모자를 쓴 용을 새겼을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고대인들이 가지고 있던 뱀과 용에 대한 생각을 이해해야 되요. 인류가 가장 먼저 신으로 생각한 동물 중 하나가 뱀이지요. 구석기부터 인류는 뱀을 모든 생명에너지의 원천으로 이해했어요. 서양에서도 기독교와 그리스에서 철학이 시작되면서 감성 보다는 이성이 주도하는 사회가 되었죠. 그때부터 뱀은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되었어요. 가령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를 상징하는 동물도 대형 구렁이였어요. 서아시아의 바알신도 구렁이였구요.

그렇다면 천전리 암각화의 고깔모자를 쓴 용은 어떤 의미로 새겼나요?
네, 쉽게 말하면 그것은 신라 중대 어떤 왕의 영혼을 상징하는 거로 볼 수 있어요. 시베리아 샤먼들의 복장을 보면 알 수 있어요. 그들의 무복에는 뱀을 표현한 끈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요. 무복에 있는 뱀은 바로 그 무당이 접촉할 수 있는 죽은 영혼이에요. 신라인들도 뱀이 사람의 영혼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어요. 박혁거세가 죽어 하늘로 승천했다가 떨어진 유체를 수습하려 하자 ‘커다란 뱀’이 방해했다는 전설에서 ‘커다란 뱀’을 박혁거세의 영혼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사실 뱀을 사람의 영혼으로 이해한 자료를 책으로 엮을 수 있을 정도로 자료가 충분합니다.

ⓒ GBN 경북방송

이집트 파피루스 문서에 보이는 왕관을 쓴 용의 모습

천전리 암각화에 그려진 ‘고깔모자를 쓴 용’을 왕의 영혼으로 볼 수 있는 다른 근거 자료도 있나요?
네, 천전리 암각화의 ‘고깔모자를 쓴 용’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는 의외의 지역에서도 발견돼요. (사진)은 이집트 왕릉에 그려진 것과 같은 주술적 장면이 묘사된 장례용 파피루스 문헌이예요. 이 장면은 죽은 왕이 지하 세계를 지나 여행하는 것을 묘사한 것이다. 그림 중앙에는 왕관을 쓴 날개달린 왕의 영혼이 지나가고 있다. 천전리의 용에도 날개가 달려있다. 그렇다면 천전리의 용도 저승으로 간 신라왕의 영혼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천전리의 고깔모자를 쓴 용은 천산 너머의 세계와 문화사적 고리가 연결되어 있음이 분명하다.(필자의 책,『실크로드를 달려온 신라왕족』, 일빛. 참고)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4년 0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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