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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어느 선한 의사와의 아름다운 동행

손진은 저, 『우리 이웃, 김종원』
진용숙 기자 / ysjin130@korea.com입력 : 2014년 09월 22일
ⓒ GBN 경북방송


‘할아버지 의사 김종원’이라는 이름은 경북 동해안 지역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몸에 안고 온 인간 김종원을 만날 기회는 그동안 없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경주대 손진은 교수가 김종원 탄생 100주년을 맞아 고아들의 아버지, 포항의 슈바이처로만 알려진 김종원 박사의 전 생애를 되짚어 펴낸 평전 ‘우리 이웃, 김종원’(보이스사 간)은 세간에 알려진 김종원의 면모 이상을 전달한다.

김종원은 6・25 전쟁 당시 북한군과의 교전 과정에서 초토화된 포항에 전쟁고아들과 임산부들을 위한 ‘미 해병 기념 소아진료소’가 개원되자 소장으로 자원하고 나서 현재 선린병원의 초석을 놓게 되었는데, 그런 결단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인간 김종원의 면모를 만지듯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지난 2년간의 취재와 인터뷰, 자료 발굴을 바탕으로 압록강변인 평안북도 초산에서 태어난 병약한 소년의 두 차례의 투옥과 민족의식에 눈을 뜨는 과정, 소아과 의사로의 결단, 평양의전과 평양의대 교수시절의 일화, 정치보위부에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세 아들을 북에 남기고 이산가족으로 살아온 과정, 삶의 철학과 정신 등 생생하고도 구체적인 내용들을 담았다. 뿐만 아니다.

이 책에는 ‘미 해병 기념 소아진료소’ 시절의 모자보건활동이 의학사적으로 다른 병원보다 30년이나 빨리 시행된 한국 최초의 의료사업임도 밝혀놓았다. 더불어 손으로 직접 기록한 개소 1년간의 진료실적도 발굴했다.

손만 대면 낫는 할아버지 의사라는 세간의 평가 뒤에 숨겨진 일화, 평생 동안 수입을 3등분해서 구제비, 생활비, 저축으로 썼는데, 항상 생활비를 당겨서 구제비로 썼다는 것도 가계부의 기록을 통해 밝혔다. “인생 끝난 뒤에 남는 것은 남에게 준 것뿐”이라는 생의 좌우명, 일상생활 취미와 기호에 이르기까지 인간적인 면모를 담았다.

이 책에는 천재의사 김종원은 없다.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과 목표를 정한 후 일관되게 실천하는 모습, 그리고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민족과 인류를 위한 비전과 꿈을 키워나갔던 인물의 끝없는 노력만 있다.

그는 밤새 자신을 기다리는 아이 엄마와 아가를 위해 새벽 5시부터-통행금지가 해제되었던 1980년 8월부터는 7시부터-밤 9시까지 35년이나 지각 한 번 안 하고, 폐렴과 열사병에 걸려 신문지를 말아 코에 막아가면서까지 어린이를 진료했다.

서영욱 전 동산병원장은 이는 한국이나 세계 의료사에서 유일무이하며, 그런 일관된 노력과 어린이 사랑만으로도 그는 이미 한국의 슈바이처라 증언한다. 아울러 그는 40개 성상 이상을 일구고 발전시켜 온 선린병원을 조건없이 한동대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기증했다.(의과대 설립은 무산되어 실현되지는 못했다.)

이러한 삶과 정신은 우리 세대가 물려받아야 할 유산이자 정신인데, 그것을 우리는 오히려 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게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다.

오직 어린이의 고귀한 생명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인술을 펼친 인간 김종원의 삶은 오늘날 우리에게 ‘진정한 이웃의 의미’를 묻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간 김종원’ 정신의 부활을 꿈꾼다.

독자들은 평생을 이웃을 위해 헌신했던 그의 면모를 따라가면서 책을 다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마치 김종원의 하얀 의사 가운을 만지는 느낌이 될 것이다.

보이스사 간, 25000원.
진용숙 기자 / ysjin130@korea.com입력 : 2014년 0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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