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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배교수 음악산책(202)

러시아 민요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4년 09월 22일
ⓒ GBN 경북방송

러시아 민요

볼가강의 뱃노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와 같은 시대에 살면서 19세기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화가로 활약한 ‘레에핀’의 그림 가운데는 볼가강의 배를 끄는 인부(人夫)라는 작품이 있다.
거지와 같은 누더기 옷을 입은 무리들이 배에 잡아 맨 밧줄 끝에 가죽띠로 올가미를 만들어 가슴에 걸고 배를 상류(上流)로 끌어올리는 광경을 그린 그림이다.

기선이 아직 볼가강을 오르내리지 않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강기슭에서 배를 끌어야 하는 그들은 “예이우호 넴, 예이 우호 넴”(어기여차, 어기여차)하는 엮음 소리로 시작되는 노래로 보조(步調)를 맞추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그래서 이 뱃노래는 노 젓는 소리의 경쾌한 리듬이 아니고, 무거운 발을 옮겨 놓는 침울하고 느린 리듬인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마솅카 볼가’라는 민요까지 있을 정도로 볼가강은 러시아를 길러주는 대동맥(大動脈)으로 생각되고 있다.

마솅카라는 것은 어머니라는 뜻이다. 그럴 법도 한 것이 볼가강은 우랄산맥을 끼고 러시아의 중앙을 북에서 남으로 흘러, 국민의 3분의 1 가까운 인구가 그 언저리에 살면서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서 광대한 국토를 가진 만큼, 여러 종족이 살고 있는데, 볼가강의 주변만 하더라도 열 다섯 가량의 종족이 살고 있다.
종족이 다른 만큼 그들 사이에는 분쟁도 많았고, 볼가강을 피로 물들인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편 이 강을 통해서 유럽과 아시아가 배로 교류를 했고, 문화교류에 크게 이바지한 것이 사실이다.
비참한 볼가강의 인부들은 비지땀으로 역사를 끌어올린 공적을 높다고 한루 있다.

어기여차, 어기여차/ 다시 한번 어기여차/ 힘을 합해서 당겨라/ 소리를 모아서 당겨라/ 아이다다 아이다, 아이다다 아이다/ 다시 한번 어기여차/ 어기여차 어기여차/

스텐카 라진
볼가강 중류에서 물줄기가 갑자기 꼬부라지면서 강기슭이 깎아지른 듯한 곳에 지구리산이 솟아 있다.

이 산이 유명한 스텐카 라진의 무리가 웅거(雄據)했던 곳인데, 여기서 보면 볼가강을 오르내리는 배를 한눈에 지켜볼 수가 있다.

17세기 러시아의 의적(義賊) 스탠카 라진의 파란 많은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넓고 큰 볼가강을 무대로 점점 세력이 강해진 스텐카 라진은, 비단의 돛을 단 호화로운 그의 배에 페르샤의 공주(公主)를 납치해 두었다.

왕후귀족을 털어서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그의 배에는 약탈한 금은 보화가 그득 차 있었다.

어느 날 공주는 이런 꿈 이야기를 했다.
스텐카 라진은 잡혀서 사형을 당하고, 자기는 볼가강에 몸을 던져 죽는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 꿈은 맞아 들어갔다. 어느 덧 스테카 라진의 이야기는 노래가 되고, 민중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광대한 국토와 수많은 종족이 살고 있는 러시아는 스텐카 라진의 이야기를 위시해서 부가촙의 반란, 우리나라의 단종애사 같은 드미트리왕자 와 보리스 고도노프의 비극 등, 장대한 서사시가 될 만한 소재도 많지만, 민화(民話)나 민요의 자원이 극히 풍부하다.
‘스텐카 라진’의 민요만 해도 단순한 멜로디이면서 유원(悠遠)한 역사성 같은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넘쳐 넘쳐 흘러가는 볼가 강물 위에/ 흰 돛 높이 떠나간다 스텐카 라진의 무리/ 아름아운 페르샤의 공주님 잡았건만/ 질탕하게 춤과 노래 꿈속에서 헤맨다/
억울하다 저주하는 동 코사크의 무리/ 교만할 손 공주로다 우리들은 주린다/ 일어서라 사나이들, 원한에 찬 눈초리/ 들리느냐 스텐카 라진 꿈속에서 깨어나라/

안종배<경주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경남대학교․일본 나고야예술대학 명예교수>
2014. 9. 22. ahnjbe@hanmail.net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4년 0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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