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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배교수 음악산책(207)

슈베르트 작곡 마왕(魔王)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4년 10월 27일
ⓒ GBN 경북방송
술과 노래와 춤에 지새는 도시 빈. 그 변두리의 사립 초등학교 교장의 아들로 자란 슈베르트는 병역(兵役)을 면제해 준다는 바람에 교원양성소를 거쳐서 준교사가 되었다.
1824년 17세 때의 일이다.

그러나 음악의 샘이 체내에서 용솟음치는 슈베르트에게는 콧물 흘리는 아이들에게 ABC를 가르치는 일이란 삭막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의 귀에는 항상 속삭임이 있었다. “넓은 세계로 뒤쳐 나오라, 너는 규칙에 얽매어 살아갈 인간이 아니다, 너의 아버지를 보라! 자식을 열 넷이나 낳고, 죽이고 기르기에 쪼들린 모습! 네게는 빈이라는 자유의 세계가 있지 않는가”

마침 슈베르트의 손에는 괴테의 시집이 들려 있었다.
당시 66세의 대시인으로 바이마르에서 태양처럼 군림하고 있는 괴테는 슈베르트가 추앙해 마지않는 존재였다.

그는 귓전에 울리는 속삭임을 지워 버리려는 듯, 시집을 펼쳐 마왕(魔王)의 시를 소리 높이 외었다.

시집을 한 손에 들고 방안에서 왔다갔다하면서 읊고 또 읊었다.

“어두운 밤, 폭풍우 속, 누가 말을 달릴까, 그것은 아버지와 그 아들, 그는 아들을 힘껏 앞가슴에 안고 있었다”.

「얘야 무엇 때문에 떠느냐?」「아버지 아버지는 마왕이 안 보이세요? 검은 망토를 입고 관을 쓴 마왕이…」
「얘야 그것은 안개란다」
“귀여운 아가야 나와 가자, 재미있는 유희를 하자, 아름다운 꽃동산에서, 우리 어머니는 황금빛 나는 옷도 많이 가지셨단다”
「아버지 아버지, 들이지 않으셔요? 마왕이 제게 속삭이는 저 소리가…」
「진정해라 얘야, 바람이 스치는 버들잎 소리란다」
“귀여운 아가야 나와 가자, 내 예뿐 딸들이 너를 즐겁게 해 주리라, 춤추고 노래하며 즐거보려무나”
「아버지 아버지! 저것 보셔요, 저 어둠 속에 마왕의 딸들이」
「얘야 그것은 늙은 버드나무 그늘이란다」
“네기 귀엽다, 그 귀여운 모습이 탐나는 구나, 싫다면 억지로 데리고 갈 테다”
「아버지 아버지! 지금 마왕이 저를 붙잡았어요, 마왕이 저를 괴롭혀요」

아버지는 공포에 떨며 숨가쁜 아이를 가슴에 안고 말을 달린다.
숨차게 집에 돌아왔을 때, 가슴에 품은 아이는 죽어 있었다.

망와의 이 같은 속삭임은 어쩌면 그가 귓전에 항상 듣고 있던 속삭임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슈베르트는 그 속삭임을 물리쳐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 속삭임은 얼마나 감미로운 것인가!

달래는 아버지와 부르짖는 아이, 속삭이는 마왕에 너레이트(해설자)의 해설까지 달리는 말발굽소리에 얹혀서 이 명작은 극적인 클라이막스로 휘몰아 간다.

그러나 이 가곡에서 가장 뛰어난 구절은 무어니 무어니 해도 마왕의 속삭임이다.
잘라서 말하면 이 노래에 나오는 인물이나 상황은 마왕의 속삭임을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한 보조역할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피아노 반주도 역시 마왕이 속삭일 때, 가장 병화가 있고 다채롭다.
18세의 젊은 슈베르트도 역시 마왕의 속삭임에 몸을 떨면서도 감미로운 유혹에 끌리는 자신의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걸잘(傑作)이란 그의 인생과 절대적인 공감 없이는 생겨날 수 없다는 것이 확연하다.

안종배<경주교향악단 명예지휘자, 경남대학교․나고야예술대학(일본) 명예교수>
2014. 10. 27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4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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