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배교수 음악산책(209)
슈베르트 작곡「실 뽑는 그레첸」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 입력 : 2014년 11월 17일
|  | | | ⓒ GBN 경북방송 | | “빈의 시민은 모두가 사랑과 미(美)에 살고, 누구 나가 로맨스에 산다” 이렇게 빈을 부러워한 것은 1814년 유럽에 군림하던 나포레옹이 결정적 패배를 해서 그 뒷수습을 하던 평화회의가 빈에서 열렸을 때, 여기에 참석한 어느 나라 군주(君主)의 말이다.
이처럼 로맨스에 넘치는 환락의 도시 빈을 고려에 넣지 않고서는 슈베르트의 가곡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런 분위기 속에 ‘하이 틴’이 되었기에, 슈베르트는 겨우 17세에 이런 노래를 작곡할 수 있었고, 인생의 애환을 깊이 노래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화류가(花柳街)의 언저리에서 자란 아이가 조숙한 것처럼.
슈베르트는 8년 전에 발표한 괴테의 대표작 ‘파우스트’ 제1부를 벌써 읽고 있었던 모양이다. ‘파우스트’ 제1부의 줄거리는 대강 이러하다.
「우주의 신비를 알아내기에 여념이 없던 노학자(老學者)파우스트는 사색에 지쳐서 능동적인 행동을 하려고 마침내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힘을 빌린다. 그래서 젊어진 파우스트는 인생탐험의 길을 떠났는데, 마침 교회에서 돌아오는 순결하고 아름다운 처녀 그레첸을 보고 애정을 느낀다. 그 낌새를 안 악마는 두 남녀를 만나게 한다. 사랑에 빠진 순결한 그레첸은 물레를 돌려 실을 뽑으면서도 생각하니 젊은 파우스트요, 그의 포옹과 키스의 기억뿐이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마침내 파우스트에게 몸을 허락한다. 그것이 비극의 첫걸음이다. 그녀는 파우스트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머니에게 수면제까지 먹일 용기를 갖는다. 그러나 분량이 지나쳐서 어머니는 죽고 만다. 비극은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의 타락을 안 오빠는 파우스트와 결투를 해서 죽는다. 그 자리를 피한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와 함께 하르쯔산(山)으로 ‘발푸르기스의 밤’의 환락을 찾아서 떠나 버리고 만다. 그레첸은 파우스트와의 사이에서 생긴 어린애를 안고 방황한 나머지, 그 아이를 샘에 던져 버린다. 그 죄로 그레첸은 옥에 갇혀서 미쳐 죽는다. 잘못을 뉘우친 파우스트는 악마의 힘을 빌어 감옥의 그레첸을 구해 내려고 하지만, 살기를 원하면서도 하나님의 심판에 맡기려는 그녀의 순결한 영혼은 오히려 구원을 받아서 승천을 한다」
슈베르트는 이 유명한 희곡에서 그레첸이 혼자 실을 뽑으면서 파우스트를 그리워하는 노래를 골라서 작곡을 한 것이다.
안식을 사라지고 마음은 무겁다/ 다시는 그 안식이 영원히 없으리/ 당신이 없는 곳, 어디나 무덤 같고/ 내게는 없는 세상 괴롭게만 하여라/ 머리는 미칠 듯 마음은 흔들리니/ 안식은 사라지고 마음은 무겁다/ 다시는 그 안식이 영원히 없으리/
당신이 오시려나 창 너머 바라보고/ 당신이 그리움에 문밖에 나섰노라/ 당신의 걸음걸이 당신의 귀한 모습/ 당신의 그 말소리 마력 같은 그 소리/ 당신의 잡는 손길 아! 그 키스/
안식은 사라지고 마음은 무겁다/ 다시는 그 안식이 영원히 없으리/ 내 마음 오로지 단신을 그리노라/ 당신을 포옹하고 가슴이 차기까지/ 키스를 하고 지고 이 몸이 꺼질망정/
빙글빙글 도는 실 뽑는 물레의 회전을 반주로 그레첸의 안타까운 연정(戀情)을 멜로디로 표현하는 이 걸작(傑作)은 애인의 모습과 미소, 그 눈길, 그 말소리를 생각하면서 고조되다가 “당신의 잡은 손길 아! 그 키스”에서는 흥분으로 물레를 돌리는 것조차 잊은 듯, 잠시 동안 반주의 물레회전도 멎는다. 그리고 감정은 다시 한 번 고조되지만 마지막은 아픈 가슴을 안고 조용히 끝난다.
안종배<경주교향악단 명예지휘자, 경남대학교․나고야예술대학(일본)명예교수> 2014. 11. 17. ahnjbe@hanmail.net |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  입력 : 2014년 11월 17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포토뉴스
청명하던 하늘 먹구름 몰려와 빗줄기 우두둑우두둑..
|
극장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쏟아져나오고 피부에서 붉은빛이 번져
..
|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다 텅 빈 복도에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는다 방으로 ..
|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