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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시인"흉터가 핀다"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11월 17일
↑↑ 김순호 시인
ⓒ GBN 경북방송


흉터가 핀다

김순호

한 겨울 된바람이 불쏘시개 되던 날
아궁이 불구멍은 활짝 열려 있었다
이글이글 피는 장판 위 팔베개로 잠든 밤
화력은 팔뚝으로 옮겨 붙었다
불이 들어왔다 나간 자리
오른쪽 팔에 흉터가 생겼다
사라지지 않는 불의 기운
몸 바깥 오른쪽 가지로 뻗어나가
불꽃으로 피다니
제 살을 찢고도 아픈 기억은 히미해지고
발그레한 꽃무늬 흉터 살아 숨 쉰다
하마터면 연탄가스를 마시고 꽃피우지 못했을
싱싱한 팔뚝이 웃는다
가려울 때마다 이야기꽃이 핀다
저르르 피가 돈다



작가 약력

김순호
안동 출생
2007년 『문학시대』등단
경북문협회원, 경주문협회원

시 감상

들판이 비어 가니까 바람이 깃들 데가 없는지 옷자락을 여미는데도 휘감아 돈다. 어디 실내라도 들어가면 뜨뜻한 곳이 좋다. 내 방바닥이든 남의 방바닥이든 바닥이 찬 것은 싫다. 지금이사 기름보일러에 전기보일러 등 난방 시설이 좋으니까 바닥을 뜨겁게 덥히지 않아도 얼마든지 집안을 훈훈하게 할 수 있지만 몇 십 년 전만해도 아궁이에 불을 때는 난방이거나 연탄을 때는 직화 난방이었다.
나무로 불을 떼는 아궁이는 구들이 잘 놓아져서 확 트여있는 고래는 불을 잘 들인다. 불을 한 참 넣고 이불을 깔아놓은 아랫목에다 밖에서 언 발을 들여놓으면 저절로 노글노글 녹는 다. 그러면 몸은 점점 더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나도 모르게 단잠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그렇게 꿀맛 같은 단잠을 자고 나면 발뒤축이거나 어깨가 방구들에 데어서 물집이 생기고 그 물집이 헐린 자리에는 꽃자리 흉터가 생긴다.
세월 지나 이제사 생각해 보면 그 때 얼마나 아팠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 상황만은 눈에 선하다. 그나마 방구들에 덴 것은 나은 편이다. 일일이 아궁이 앞에서 불을 지펴서 방구들을 덮히는 난방이었다가 연탄아궁이는 조금 발전한 대신 방구들이 허술하면 위험천만이었다. 그 시절 연탄으로 직접 난방을 하는 방에서 생활해 본 사람치고 연탄가스에 취해서 위험한 고비를 한 두 번 안 넘긴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한 상황이다. 아직도 팔에 남아 없어지지 않는 이 꽃자리 흉터를 보면서 피가 저르르 흐르는 싱싱한 이야기꽃을 피운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김광희 시인)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4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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