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5-09 12:10:18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시로 여는 아침

나온동희 시인 "나는 타일"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5년 04월 04일
↑↑ 나온동희
ⓒ GBN 경북방송













나는 타일

나온동희


 
나는 오늘 최대한 타일
 
묵언하는 창들의 그림자만큼이나 경건한 얼굴을 하지
별들을 바라보는 건 내 스타일이 아냐
 
따뜻한 털을 가진 얼룩고양이 눈동자처럼
성운에서 반짝이던 기억 혹은
자두가 나무에서 막 떨어지던 때의 아찔한 소용돌이는
이제 생각하지 않아
 
대신 오른편에서 왼쪽이거나
앞에서 뒤로 서성거리던 부드러운 옆선으로
 
구김 없이 반듯한 나의 흰 핏줄 사이사이로 유영해오는
 
저 구석들의 붉은 지느러미를 한 번씩 씩 쓰다듬는
거룩한 이 저녁엔
막 시작된 봄처럼 폼을 잡지
 
그리고 나의 시선은 수평적이어서 별들 따윈 끌어들이지 않는다고
품위 있게 생각하기도 하지
 
오늘밤 이 구석들의 비늘들이 천개의 내 눈에 가득하다


 

작가약력

나온동희
서울 출생
2012년 진주가을문예 시 당선



시감상

화장기 없고 곱슬곱슬한 머리를 한 평범한 아줌마스타일의 그녀는 언제나 그녀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지기를 원하는 가. 그녀처럼 차가운 벽에 흰 핏줄 같은 띠를 두르고 비늘 같은 타일 조각들이 가지런히 붙어 있는 선을 쓰다듬어 본다. 나는 오늘 최대한 타일이라면서 묵언하는 창 너머 멀리 바라보이는 별을 꿈꾸지 않는다는 말 속에서 항상 소용돌이치는 열정의 내면이 보인다. 긍정적이면서 순응하는 그 부드러움 속에서 봄처럼 들뜨는 잔잔한 흔들림을 본다.
그녀가 좋아하는 붉은 눈 성운 얼룩고양이나 상큼한 자두 맛 같은, 오래전 생각이 평범한 타일들을 통해서도 오른 쪽이거나 왼쪽으로 서성거리던 옆선으로, 반듯한 흰 핏줄 사이로 그 소용돌이가 유영해 온다는, 예사롭지 않은 문장을 툭툭 던진다. 그렇게 그녀는 일상에서 새로운 생각을 끌어내고 있다.
우리들은, 특히 아줌마들은 늘 하는 일상에서 자신을 나타내기 어렵다. 벽에 붙어 있는 타일처럼 그 자리에 있는 것으로서 그 존재의 가치가 충분하듯이, 늘 하는 일이 자신을 나타내는 일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자존감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종종 내 자신이 있기나 한 것인지를 의문을 가지다가도 타일을 만지는 작은 일상에서도 구석까지 뻗은 붉은 지느러미를 쓰다듬는 기분을 느낀다. 그런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 땐 최대한 부풀을 수 있어 행복할 수 있다. 행복을 큰 것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결코 폼 나는 일이 아닌 가장 현실적인 것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찾는 상큼한 그녀여, 룰루랄라! (김광희)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5년 04월 04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나 24층에 살아 ​  .. 
청명하던 하늘 먹구름 몰려와 빗줄기 우두둑우두둑.. 
극장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쏟아져나오고 피부에서 붉은빛이 번져 ..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