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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진의 역사산책(50)

영혼과 생명의 물을 실어 나르는 오리와 말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5년 08월 01일
ⓒ GBN 경북방송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오셨나요?

네, 오늘은 삼국시대 낙동강 유역의 무덤에 부장되었던 특이한 형태의 부장품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경주박물관을 비롯해 김해, 부산, 상주, 경북대 박물관 등에 가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오늘 이야기 하려고 하는 부장품은 말과 오리형의 물그릇 토기다. 그것들은 제기, 그러니까 제사용 그릇인데 그 모양이 아주 이색적이다. 배 부분은 비워놓고 등과 꼬리부분에 물을 부을 수 있는 구멍이 있다. 이들 토기는 굽장식이 되어 있다. 그 용도는 제의(祭儀)를 할 때 술 주전자 또는 퇴주 그릇으로 사용되었다. 당시 이러한 제기를 사용했던 사람들은 사회 지도층으로 여겨지는데 그러한 형태의 제기를 통해서 어떤 권위를 나타내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유형의 토기는 4~6세기경 신라와 가야지역인 낙동강 유역의 무덤에서 주로 발굴된다.
ⓒ GBN 경북방송

※삼국 중에서도 신라의 영역인 영남지역에서만 발견되나요?

네 현재까지 발굴된 것을 두고 보면 그렇다. 이런 유형의 토기는 1984년 영남대학교 앞에 있는 압량동 고분에서 처음 출토된 이후 지금까지 김해, 창원, 울산, 상주 등 영남지방에서만 40여점이 발굴되었다. 최근의 것으로는 2006년 경주시 내남면 덕천리 유적에서 출토된 3점이 있다. 대부분 암수 한쌍이 출토되며, 백제 지역에서 간혹 출토되기도 한다.

※영남지역에서만 발견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들 토기가 가야나 신라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4~6세기경 가야나 신라를 주도했던 지도층과 연결해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당시 이들 지역을 주도하던 사람들의 조상은 대부분 북방에서 내려온 사람들이다. 따라서 북방문화와의 관련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각배라고 하는 뿔 혹은 뿔 형태의 술잔이 있는데 이러한 유물도 북방계 유물이다.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신라 김씨나 가야 김씨 모두 북방계 이주민이다.

※자세히 설명 좀 해 주시겠습니까?

네, 오리는 남북을 오가는 철새인데, 조상들은 청둥오리 같은 철새를 하늘나라를 오가는 메신저(使者)라고 생각했다. 한 동안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곤 하는 철새가 하늘나라를 다녀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 오는 오리는 겨울 철새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따뜻한 남쪽으로 온다. 겨울은 난 오리는 자신들의 고향인 북쪽으로 날아간다. 오리가 날아가는 북쪽은 바로 낙동강 지역에 살던 지배층의 조상들이 살던 고향 땅이다. 그들은 죽으면 고향으로 가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다. 그 열망을 실현시켜 줄 동물이 바로 말이나 오리였던 것이다. 오리나 말이 죽은 사람의 영혼은 북쪽에 있는 조상들의 땅으로 데려다 준다고 믿었다.

※오리는 천상을 오가는 메신저이자 이동수단이었던 셈이네요?

네, 오리를 영혼의 운반체(運搬體)보았다. 북아시아인들과 조상들은 사람의 영혼은 새(오리)를 타고 이승과 저승을 오간다고 생각했다. 시베리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샤먼(무당)이 천계를 여행할 때 오리모양의 옷을 입는 것도 그러한 의식 때문이다.

또한 고대 이집트인들은 아예 새와 영혼을 결합시켰다. 그들은 사람이 죽으면 바(Ba)라고 하는 영혼새로 바뀌어 하늘나라로 간다고 생각했다. 영혼새의 모습은 사람머리를 한 새의 형태이다. 이집트인들이 왜 미라를 만들었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

그들이 죽엄을 미라로 만든 데는 그들의 부활관 때문이었다. 그들은 언젠가 죽은자의 영혼이 변한 새인 자신의 바(영혼새)가 자신의 육체와 재결합다고 생각했다. 천상에 가서 원기를 회복한 영혼새가 지상으로 돌아왔을 때 자신의 육체가 없으면 부활할 수 없다. 그래서 육체를 보존할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미라를 만들었다.

※그렇군요. 참 재미있네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돌아와 재결합한 영혼새는 없지 않았나요.

맞아요. 그래도 그러한 믿음이 있었기에 피라미드도 만들고 미라도 만들었다.
시베리아 대평원에 있는 사하 공화국의 야쿠트Yakut족도 오리를 영혼의 운반체로 생각했다. 그들의 의례장소에는 커다란 신단수(神樹)가 세워져 있고 그 앞에는 긴 소나무 장대가 세워져 있는데, 그 위에 물오리 아홉 마리가 하늘로 비상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것은 하늘이 아홉 개로 구성되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새를 죽은 자의 영혼이 환생한 것이라 여겨 새를 먹지 않는다. 이래저래 새와 영혼은 연관이 있었다. 삼국지에 보면 진한인들은 새의 깃털을 죽엄과 함께 부장한다고 했다. 신라인들로 저승갈 때 새의 깃털을 타고 갔던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야쿠트인들은 위대한 인물의 탄생에는 반드시 새가 개입한다고 믿었다. 그들의 전승에 따르면, ‘아이를 낳고 싶은 여자가 신단수인 신목 아래서 기도를 한다. 그 간절한 소원이 하늘의 절대자에게 전달되면 새들이 날아와 나무 위에 앉는다. 그러면 그 여인은 잉태를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는 나중에 커서 위대한 지도자가 된다.’

※우리 조상들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요?

조상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잘 아시다시피 환웅도 신단수를 타고 내려오지 않았습니까. 사실 우리 할머니들도 산신, 칠성님, 부처님께 빌어서 아이를 낳은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나무에 빌어 아이가 태어나길 비는 행위는 인도에도 있었다. 초기 불경인 아함경에 보면, 석가모니 부처님은 나무에 빌어 아이를 낳게 해 달라고 하는 행위를 어리석은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 GBN 경북방송

※지금도 시골에 가면 솟대가 있고 그 위에는 오리가 앉아 있지 않나요?

네, 솟대에 앉아 있는 새는 주로 오리다. 그러나 까마귀가 솟대 위에 앉아 있는 경우도 있고, 기러기, 갈매기도 있다.

오리를 탈것 외에도 신성한 새로 여긴 이유가 또 있다. 그것은 오리가 물새로서 농사와 관련된 물을 몰고 오는 새라는 생각을했기 때문이다. 오리가 물새로서 인식된 것은 시베리아를 비롯한 북아시아의 오랜 전통이다. 구석시대시대의 예술품에 벌써 맘모스 뼈로 조각한 오리가 등장한다. 이를 천둥새(thunder bird)라고 하는데, 오리와 비슷하게 생겼다. 구석기시대부터 천둥새가 천둥과 비를 몰고 온다고 믿었던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할까요. 시베리아 동부에 있는 사모예드인들은 천둥새인 오리가 재채기를 하면 비가 온다고 믿는다.

오리가 신성한 동물로 여겨진 데는 오리가 삼계 즉 천상과 지상과 지하(물속)를 모두 넘나들 수 있는 동물로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대인에게 오리는 삼계를 오가는 메신저로서 역할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동물이었던 것이다. 조로아스터교라고 들어보셨나요?......

※조로아스터교요? 배화교라고 하는 것 말씀인가요?.....

ⓒ GBN 경북방송

네, 조로아스터교(배화교)는 기원전 12세기경 현재의 이란 지역에서 발생한 종교인데요. 광명신을 숭상했어요. 그 조로아스터교 경전인 『아베스타』에도 천상과 지상을 왕래하며 광명의 신 아후라 마즈다의 법을 이 세상에 전하는 메신저로 물새가 등장한다. 간혹 물새 대신 백조가 선택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오리형 토기를 만든 것은 시베리아 등 북방문화와 연결되는 군요?

네, 시베리아에서 발굴된 청동으로 만든 의례용 물품을 보면 샤먼이 쓰는 장대 끝에 청동으로 만든 팽이형 투겁에 오리를 앉혀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오리는 없지만 이러한 형태의 장대투겁은 충청도와 경상도 지역에서도 발견된다.
한마디로 오리형 주전자를 무덤에 부장한 것은 ‘오리가 죽은 자의 혼을 하늘로 이끌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조령신앙이 낙동강 일대 가야권에 보편적으로 존재했던 것(이주헌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말모양토기를 부장한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 GBN 경북방송

네, 그것은 박혁거세 탄생신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혁거세는 백마(청마)가 가져온 알에서 태어났다. 박혁거세 신화에 등장하는 말은 유라시아 유목민족의 백마 숭배와 맥을 같이 한다. 앞에서 박혁거세 탄생신화를 이해할 수 있는 내몽골 암각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 암각화에 따르면 벌거벗은 인물이 백마를 타고 있고, 백마는 땅에 있는 대지의 자궁인 우물에 사정(射精)을 하고 있다. 천지간의 신혼(新婚)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신라 김씨 왕족의 조상인 김일제와 혈연적으로 연결된 사카족의 암각화(중국 新疆呼圖璧縣)에도 말이 자손을 가져다준다는 생각을 담은 것이 있다. 중국학자 왕빙화는 그 암각화를 이렇게 해석한다. “이곳에는 ‘말을 통한 자손기원 그림’이 있다. 사람은 실제사람과 같은 크기고 그림 속의 9명의 여성이 나체로 마주 보고 있는 말 두 마리를 둘러싸고 있으며 한 명의 나체인 남자를 바라보며 춤을 추고 있다.”

일본사람들도 말은 신들이 타고 다니는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신사에 살아있는 말을 봉납하기고 하고 마무로 만든 말을 헌납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말도 오리와 마찬가지로 죽은 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태우고 가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진병철 기자 / 5084474@hanmail.net입력 : 2015년 08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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