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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미(소리마당국정국악원)칼럼
지워진 나의 생일과 진정한 선물
진용숙 기자 / ysjin130@korea.com 입력 : 2015년 12월 14일
오늘은 전공자 학생들을 수업하는 날이다. 국정에서 오전 수업을 마치고 서둘러 출발하려는데 가장 맏언니 제자가 전화 왔다. 공연도 끝나고 했으니 회식을 한번 하자고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빠듯한 일정에 그럴 만도 하다싶어 수업대신 회식 장소에 나가게 되었다. 옹기종기 앉아 뭔가 호기심 반 기대 반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서로 눈빛을 맞추는 모습들이 수상쩍어 애써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곧 나의 생일임을 알았다. 평소 나의 버릇 중에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일을 나누어 중요한 일을 먼저 신경 쓰고 덜 중요한 일은 종종 기억 저편으로 넘겨버리곤 한다. 그러다보니 언제나 나의 생일은 덜 중요한 일이 되어 뒤로 밀려 매년 잊어버리게 된다.
올해는 기억 해야지, 잊어버리지 않도록 메모장에 적어야지 했는데 또 세상 밖으로 밀리어 잊어버렸다. 수없이 갔던 길도 또 다시가면 새롭게 느껴지고, 가족의 생일도 기억해야지 하는데 뜻대로 되질 않는다.
올해는 너무 바빠서 사실 며칠 전 시어머님 생신도 깜빡하고 하나 뿐인 아들 생일도 그냥 넘어가버렸다. 시어머님 생신이 마침 시아버님 생신과 같은 달 이어서 다행히 만회 할 기회가 있기에 망정이지 식은땀이 났었다. 오히려 시아버님께서 ‘아가 게안타 평소에 잘 하는 것이 진정 잘 하는 것이지’ 하며 위로해 주셨다.
며칠 전 군 복무 중인 아들이 2박3일 동안 휴가를 나왔다. 아들이 나와 같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거미줄처럼 얽힌 스케줄이 발목을 챙챙 감고 있었지만 생일을 챙겨주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해서 두어 시간을 빼서 아들 팔짱을 끼고 영화관에 갔다. 아들이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지 않고 국악 스토리의 영화를 골라서 표를 끊어왔다.
아들한테는 아직 말을 못 했지만 아들의 배려에 마음이 참 기쁘기도 했었지만 여태 엄마에게 저절로 맞춰진 것이 아닐까 해서 맘이 짠했다.
올해는 밥 먹을 때 내 손으로 반찬을 두 가지 이상 만들어 먹지 못했다. 시장갈 시간도 없었지만 신경을 한곳에만 집중을 하니 다른 한곳은 늘 부족하게 되어 내일 잘 해야지 하고 또 넘기고 이러다보니 벌써 한해가 저물어 간다.
이러니 어떻게 내가 내 생일을 기억 할 수 있으며, 한가로이 내 생일을 챙기고 즐기는 것이 사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가정주부로 엄마로 충실하면서 소리 세계에서도 잘하면 좋겠지만 언제나 바깥일에 밀려 개인적인 일이 손해를 보게 마련이다.
아들이 내 생일을 잊어 버려도 하나도 속상하지도 않고, 남편이 나를 안 챙겨도 사실 하나도 속상하지 않다. 서로 챙기면서 알콩달콩 살아보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내가 이렇게 만든 것을, 내 잘못 인걸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제자님들이 마련해준 나의 생일잔치는 잊고 있던 덜 중요한 나 박현미의 존재를 일깨워 준 시간이었다. 식당을 빌리고 정성어린 선물을 들고 와서 남편까지 몰래 합석시키고는 ‘뽀뽀해’ 라고 작은 이벤트까지 만들어 주어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새삼 챙김을 받는 것이 누군가를 챙길 때 보다 더 마음에 힘이 든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그래도 우리 예쁜 제자님들 덕분에 이런 저런 스트레스가 확! 사라졌다.
아이들의 생일 편지에 감동하며 힘을 내야지 또 다짐도 해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어떠한 힘듦이 있어도 내가 구심점 역할을 잘 해서 반듯하게 제자님들을 키워내야지 하는 용기를 주는 날이었다.
멀찌감치 걸어가는 남편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동안 있는 듯 없는 듯 편안함으로 나의 국악 활동을 지켜봐 준 사람이다.
남편에게 받은 진정한 선물은 아마도 언제나 물렁물렁하게 푸근하게 그 자리에서 묵묵히 응원해 주는 에너지가 아닐까.
‘고맙습니다.’ 모든 것이 감사 할 뿐이다. |
진용숙 기자 / ysjin130@korea.com  입력 : 2015년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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