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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배교수 음악산책(262)
김향숙 기자 / bargekju@hanmail.net 입력 : 2016년 01월 18일
|  | | | ⓒ GBN 경북방송 | | 볼프의 가곡(3) 기도(祈禱;Gebet), 아나크레온의 무덤(Anakreon’s Grab) ※기도
1903년 2월 22일, 후고 볼프는 빈의 정신병원에서 고독하고 비참한 생애의 마지막을 보내면서 매우 특이한 창작과정을 거쳤다. 그는 작곡을 시작하면 무엇에 호린 사람처럼 20곡이고 30곡이고 계속 작곡을 하다가는 얼마 동안 허탈상태가 되어서 전연 한 곡도 쓸 수 없게 되고 만다.
1888년, 그렇게 많은 명작을 남겼지만 1892년에 가서는 한 곡도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은 몇 해가 계속된다.
“진실로 사는 사람은 고독하기 마련입니다. 나는 오랫동안 하나의 시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나의 육체를 지탱하는 체력만이 내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단 하나의 정조였습니다. 이렇게 변덕스러운 영감에 몸을 맡겨야하는 인간이「기도」에 도달하는 것은 당연한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 창조한다는 것, 이 모든 희구는 열렬한「기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 쓰는 것입니다. 슈베르트와 슈만 이후로 나의 작품에 비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는 이렇게 굳센 자부(自負)를 가지고 한 곡 한 곡에 생명을 불태웠으며 그의 가곡 「은서」와 같은 날에 작곡한 이 곡은 종교적인 감정이 깊게 담겨져 있다.
주여, 뜻대로 하시옵소서/오직 당신의 손에 맡겨옵니다/기쁨이나 슬픔이나 뜻대로 주시옵거늘/세상의 행복은 그 중용(中庸)에 있을까 하옵니다. ※아나크레온의 무덤
바이마르의 군주(君主) 칼 아우구스트의 초청을 받아서 간 괴테의 나날은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26세의 괴테는 슬기로운 청년공작(靑年公爵) 칼에게서 영특한 군주를 기대할 수 있었고, 칼은 뛰어난 두뇌와 정력을 가진 괴테에게서 거인적(巨人的)인 존재를 느꼈다.
세월이 흘러 괴테는 45세의 장년이 되었다. 이때 그는 창작에 대해서 심각한 스램프를 느낀 것이다. 영감의 샘이 번거로운 공무(公務)의 처리로 말라버린 듯 싶었던 것이다. 그가 ‘형태 없는 관념의 나라 독일’를 벗어나서 ‘형식미의 나라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 것은 이때였다.
이 여행은 그에게 재생(再生)을 경험하게 했다. 명랑한 남방의 풍토와 이탈리아 남쪽의 그리스 예술의 고전미는 그의 시혼(詩魂)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였다.
그리스의 유명한 연애시인 아나크레온을 추모해서 쓴 ‘아나크레온의 무덤’도 이탈리아 여행에서 얻은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 시에서 괴테가 달아진 것은 없었다. 인생과 자연을 오직 바꾸어 보는 그의 눈은 여전하였다. “과거와 미래는 자연이 알 바가 아니다. 현재가 자연의 영원”이라고 보는 그의 눈은 ‘아나크레온의 무덤’을 보고도 지나치는 감탄은 없었던 것이다.
장미꽃 피고 월계수 우거진/벌래 소리에 비둘기 화답하는 곳/잠든 이는 누구뇨, 푸른 화원에/여기 아나크레온이 잠들고 있다/봄 가을 여름은 돌아오련만/영세(永世)의 겨울은 오지 않으리.
★ 무덤의 조용한 분위기를 이음줄로 표현한 효과는 대단한 솜씨라고 할 수 있다.
안종배<경주교향악단 명예지휘자․음악감독, 경남대학교․일본 나고야예술대학 명예교수 2016. 1. 18. ahnjbe@hanmail.net |
김향숙 기자 / bargekju@hanmail.net  입력 : 2016년 0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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