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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미 칼럼

우리 시아버님 18번은 ‘산토끼’
진용숙 기자 / ysjin130@korea.com입력 : 2016년 02월 15일
우리 시아버님 18번은 ‘산토끼’이다.

시아버님은 노래를 좋아하셔서 낮에 일을 하실 때에도 라디오에서 노래가 쉴 틈 없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온 동네가 다 아는 사실은 시아버님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오직 산토끼 한 곡 뿐이라는 것이다.

만학도 시절 음대 졸업 발표회 때 내가 부른 회심곡을 들으시고 가까이에 살던 둘째 고모네 집에서 식사를 하시다가 눈물을 흘리셨다.

“아가 고맙데이.. 회심곡은 너희 조모가 평소에 좋아하고 부르시던 노래란다”
할머님은 아버님 고등학교 월사금을 준비하러 이방장터에 가셨다가 그만 눈밭에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회심곡을 들으니 한이 풀리신다고 저녁 내내 고마워하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나는 시아버님 칭찬 한마디에 만학도의 서러움과 피로가 싹 가셨다. 그 이후 아버님은 나의 변함없는 후원자가 되어 포항에 크고 작은 공연에 오시어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다.

한번은 친정 오빠가 버스를 내어 양가 어르신들과 동네 어르신들을 모두 모시고 오셨는데 돌아가시는 버스 안에서 며느리 자랑 하시느라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고 친정 어머님께서 시아버님께 잘해드려야 한다는 당부 말씀과 함께 전해 주셨다. 시아버님은 고모님들이나 아들한테는 엄하셨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단 한 번도 싫은 소리 한번 안하시는 대합면민들이 다 아는 젠틀맨이시다.

시댁은 친정과 산 하나 너머에 있다. 남편과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다닌 동창이며 네 분 시누님들은 초등학교 교사이셨던 친정아버님 제자들이었다.

물어볼 것도 없고 궁금할 것도 없는 막역한 사돈지간이다. 그래서 명절날도 일하다 말고 친정과 시댁을 수시로 왕래 하며 남들 보다 두 배 즐거운 명절을 보낸다. 이제 양가 부모님 모두 팔순을 넘기시고 몇 번 고비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아직 네 분 모두 건강하시다. 나의 가장 큰 재산이라면 아직까지 어리광을 부릴 부모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명절음식을 다 하고 저녁상을 물리시곤 아버님의 사회로 가장 행복하고 가장 의미 있는 작은 공연이 시작 되었다. 삼촌네 외동딸 리아에게 가야금 가르쳐 주시라고 하시며 시아버님께서 슬그머니 공연을 유도하셨다. 나는 바로 알아채고 망설임 없이 노래를 술술~~ 작은 시댁 안방이 내 목소리로 가득하고 아버님께서 저녁 반주로 드신 약주로 얼굴이 붉어지시며 웃음꽃이 만발해 지셨다.

조용하신 우리 시어머님은 언제나 박수를 치시면서 나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시고 쳐다보시며 끝까지 박수를 보내주셨다. 내가 이렇게 국악 선생이 된 것도 양가 부모님의 응원 덕이 아닐까 싶다.

오늘 같은 날이 이젠 몇 번이나 더 올까? 연세가 많으셔서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우리 아들이 결혼하여 손자 보실 때 까지 사시라고 세배 드리며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시어머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모두 눈물이 왈칵 나왔다. 받은 사랑을 다 전할 수는 있으려는지...

손위 시누이 네 분을 낳으시고 남편을 낳아서 그런지 시부모님의 사랑이 남달랐었다. 그래서 어쩌면 친정집 보다 더 마음 편하게 와 닿았고 맏며느리 역할을 하려고 나 또한 용은 조금 쓰긴 했었다.

시어머님께서 밤늦도록 군불을 때시면 같이 불을 지폈고, 뙤약볕에 보리타작을 하시면 아들을 등에 업고서라도 같이 했고 양파를 거둘 때는 일 잘하는 시누님들 보다 더 잘 하려고 몸살이 나도록 뛰어 다녔었다. 근처에서 친정어머님이 보시고는 지금도 놀리신다. ‘우리 미야는 집에서는 짚단 하나 잡으면 이내 코피가 나서 아무 일도 못했는데 아이고... 저거 집이라고...’

양가를 오고 가면서 수많은 에피소드를 남기며 온갖 사랑 다 받으면서 살았었다. 우리 아들 손주 볼 때 까지만 이라도 살아계셔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의미 있는 공연을 허락하신 우리 시아버님께 감사드리며 내년 공연 때에는 좀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릴게요.
오래 오래 건강 하십시오.

소리마당 국정국악원 박현미
진용숙 기자 / ysjin130@korea.com입력 : 2016년 0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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