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4-24 03:35:24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문화/여성 > 인물탐방

최해춘 시인, ‘시야, 놀자!’ 초대시인으로 초청돼

2016 문학순회 작가와의 만남 가져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입력 : 2016년 12월 15일
경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해춘 시인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창원시김달진문학관이(관장 이성모) 주관한 2016 문학순회 작가와의 만남에 초청됐다.
↑↑ 최해춘 시인
ⓒ GBN 경북방송

지난 11월 26일 오후 3시부터 창원시김달진문학관에서 「시인과 독자와의 만남·35」 ‘시야, 놀자!’ 프로그램이 열렸으며 초대시인으로 오하룡 시인과 최해춘 시인이 출연했다.
ⓒ GBN 경북방송

몇 권의 시집 발간으로 좋은 시를 쓰고 있다는 평을 받는 최해춘 시인은 이날 대표작 8편과 최신작 4편을 통해 자신의 시 세계를 펼쳐 보이며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 GBN 경북방송





-최해춘 시인의 대표작 및 최근작-



소리북으로 걸고 [대표작1]


거친 발길로 산길 오르는 나를 꽃들이여, 용서하라
내가 저 높은 산마루 올라서면 그땐
너의 입술에 입맞춤하리라
외로운 산짐승들이
산마루에 걸린 보름달 속으로 풍덩풍덩 몸을 던질 때
아직 어린 새끼들은
제 어미의 젖무덤이 그리워 솜털 같은 울음만
캑캑 내뱉고 있다
나는 무섭다 꽃들이여, 눈먼 산짐승 같은 내가
거친 발로 너의 허리를 걷어차도
잎을 벌리고 더 진한 향기로 나를 감싸다오
나는 죽은 짐승의 허연 뼈를 북채삼아
보름달 둥둥 소리북으로 걸고 굿판을 벌이려 한다
하늘에 깃든 어둠 긁어내며
부은 발로 산길 오르는 짐승들 그렁한 눈물 닦아주고
외롭게 걸어온 생의 기억을 지우려 한다
그땐 너도 부질없는 꽃잎 떨구고
어린 짐승 주린 배 따스해지도록 붉은 열매를 매달아 다오
내 기꺼이 너의 발밑 한 줌 재가 되려니
꽃들이여, 용서하라 아직은 거친 내 몸짓을 용서하라





태풍의 언덕 [대표작2]


태풍에 물어뜯긴 비닐하우스는 뼈대만 앙상하다
높게 날아오르던 비닐의 펄럭거림이 바위언덕에서 숨을 고른다
거친 바람에 놀란 비닐은
다시 결사적으로 달아나려하지만
바위언덕은 굽은 소나무 한 그루 내밀며 옷깃을 잡고 놓지 않는다
결사적 도망과 필사적 다독임이 있는
바위언덕으로 우르르 몰려드는 아귀 같은
바람의 몸부림을 보며

서른의 내 나이가, 아니
마흔의 내 나이가 저 비닐이었다면
지금의 내 나이는
속절없는 몸부림도 끌어안는 바위언덕쯤 될 수 있을까

태풍이 지나가는 들녘에 서서
아귀 같은 바람과
상처들의 소란이 온몸을 때릴 때
태풍의 진원지가 내게도 있음을 곧 알았다

태풍을 몰고 오는 바람은 바로 나였다





살다가, 문득 [대표작3]


너는 누구였던가, 어리석은 이름이여!
너는 절망을 사랑했으므로
사랑했던 것은 모두 절망이라는 이름표 붙여
가슴에 심었다
쾌활한 도시의 가장 어두운 뒷골목에서
무쇠로 만든 숟가락을 찾아다녔다
허옇게 튀어나온 무릎뼈가 달빛에 찔려 시큰거리면
욕망으로 만든 짐들 감당하지 못해
길 위에서 비틀거리고
초파일 연등 같은 날들은 불빛도 없이 대롱거렸다
뇌성벽력의 날들 견뎌 온 나무는
새들의 지친 날개를 위해 어깨 내주는데
벌레 먹은 가슴의 무덤을 위해 너는
사금파리같이 흩어진 지난날의 조각들만 줍고 있다
어리석은 자여! 발걸음 멈추면 길은 끝나지만
새로운 날들은 영원으로 이어져 있고
채찍 같은 바람 허공을 후려쳐도 상처 없는 하늘은
내일을 품는다
폐허의 텃밭에는 하루치 햇살 날마다 소복하였는데
어느 먼 길 돌아
여기에 왔는가, 너는 누구였던가.





해탈 [대표작4]


비개인 날 오후 산책길 옆 어느 절 마당에는
비에 씻긴 나뭇잎
오랜만에 햇살 받아 찰랑찰랑 일광욕중인데
덩굴장미 넝쿨에 일곱 채, 동백가지에 세 채, 모과나무 밑동에 두 채, 파초 잎 뒤에 한 채
마당 여기저기 빈 집 같은 매미 허물 매달려 있다
온 몸으로 나무를 포옹한 채
눈과 더듬이 발까지 완벽한 모습이다
속이 텅 빈 투명의 껍데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제 몸통의 노랫소리 들으며
올 여름을 보낼 것이다
껍데기만 남기고 몸도 마음도 훨훨 날갯짓하며 하늘로 떠나보낸
오랜 고행 끝, 저 해탈의 흔적

대웅전 부처님 장지문 사이 지긋한 눈길 흘리시며
한 말씀 던지신다

저것이 바로 부처여!





포옹 [대표작5]


히말라야시다 꼭대기와 꼭대기 사이로
저녁 거미가 그물을 놓는다
하루치 양식을 거두면 바람에 찢어질 그물 중앙
까만 점 하나가
허기진 삶 달래며 위태롭게 흔들린다
저무는 하늘 점점 좁아져
기어이
잠자리 한 마리 허공에 남겨둔 채
어둠 풀어 세상을 덮어버린다
비명도 없는 삶과 죽음 서로에게 각인되는 시간
휘청거리는 몸부림
가위눌린 잠자리 겹눈 마다 별 하나씩 진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길 지워버리고
노숙의 차가운 포옹
지독한 사랑으로 그대에게 젖어드는 죽음이라면
저 죽음도
참 달콤하겠다





쓸쓸한 초대 [대표작6]


거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할머니
하루 종일 걸어 닫았던 입의 빗장을 풀며

-거기서 뭐 하능기요, 퍼뜩 이리 나오소, 내캉 이바구 좀 하고 놀다 가이소. 예,-

애걸복걸 손님을 청한다

거울 속 할머니도 사람이 그리웠는지
똑 같은 입 오물거리며
한 치의 시차도 없이 대꾸하는 적막한 대화




춘몽 春夢 [대표작7]


꽃샘바람과 황사비가 한차례 지나간 후
환하던 벚꽃길이 일시에 어두워졌다 어둑해진 바닥에 떨어진 꽃잎들
아스팔트에 달라붙어
파닥거릴 때
검은 구두가 그 흔적마저 지우고 갔다.

참, 짧은 생生이었다.





빙벽 [대표작8]


적막강산이다

바람소리 새소리도 겸손해진다

보름달 터질 듯 부푼다

묵언 속에 숨긴 말씀 서늘하다

곧 쏟아지겠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정지해있다

고요한 기다림의 시간이다

면벽수행 노승의 등짝이다






날아라, 토룡 [최근작1]


비 갠 오후의 마당 까치가 날아와
오체투지 중인 토룡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잠시 먼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는 듯
급할 것 없는 식사

온몸을 공양으로 바치는 토룡의 몸짓이 순진하다

톡!

토룡이 날아간다
까치의 몸을 빌려 승천하는 토룡
지상에 쓴 짧은 문장 한 줄 완성되지 않았는데
지하의 어둠을 털고
훨훨 날아가는 서녘 하늘 붉다

날아라, 토룡

비 갠 오후의 마당이 다시 적막해졌다






애월 [최근작2]

첫사랑 같은 이름 마음에 젖어들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
옥색 바다 치마처럼 펼치고 파도의 주름으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가늘고 긴 손가락
닮은 길들 펼쳐
조가비 같은 집 올망졸망 거느리고
시간의 장단 튕기는
애월,
떠돌이별도 오래 머물다 가는 섬엔
첫사랑 같은 만남이 있었다
이름만 불러도 살포시 품에 안길 듯
약간은 애달픈 여자 모습 떠오르게 하는 이름, 애월
아무도 몰래 마음에 품고 사는 나는
애월을 애무하는 바다가 되어
바다에 잠긴 눈썹 같은 달까지 사랑하고 싶다
바다가 해무에 몸 숨긴 날은
하품 속에 녹아내린 지루한 하루가 애월항을 맴돌아도
이름만큼 애틋한 사랑을
등대 같은 사내가 되어 몸 비비며 살고 싶다, 애월





은행나무를 위하여 [최근작3]


짧은 치마를 입고
바바리코트를 걸치면 더 잘 어울리겠지
검은 스타킹에 검은 부츠를 신고 검은 장갑을 끼도록 해
노랗게 물든 이파리 훌훌 벗어버리고
추위 타는 너를 위해 따뜻한 꿈을 데워주고 싶어
바람 한 뭉치 자전거 바퀴살 빠져나오는 순간
자물쇠가 바퀴를 잠가버렸군
배고픈 벌레는 마지막 이파리를 갉아 먹어버렸나 봐
빈 가지가 휘파람 불고 있어
그런다고 여름내 울던 매미가 돌아오지는 않지
시간은 흐르지만 보이지 않고
보이는 건 모두가 정지해 버렸어
여기는 주정차금지 견인구역, 나도 정지해 있어
견인되는 시간을 기다려 보기로 하지
시간이 오면
바바리코트를 입도록 해
짧은 치마와 검은 스타킹에 검은 부츠가 잘 어울리겠지
은행나무 한 그루와
그렇게 겨울 속으로 견인되어 가야겠어





모성 [최근작4]


내 딸이 제 아들을 낳아서 키우는 것을 보며
어머니가 나를 어떻게 키웠는지 조금 짐작이 갔다
아내가 자식들을 애써 키울 때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모성의 땀방울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저 어린 어미가 제 아이를 위해 끼니를 놓치고
밤잠을 줄이고
요리책을 펴 놓고 주방을 서성거릴 때
손바닥만한 아기 옷을 정성을 다해 개고 있을 때
짠하게 젖어드는 마음자리에 내 어머니가 앉아 계신다
들일 밭일에 오 남매 치다꺼리까지
궁핍과 고단의 일상들은
마른 콩대가 타듯 어머니의 애를 태웠을 것이다
어머니의 온기로 데운 아랫목에서
어머니의 젖을 먹으며 여린 내 뼈가 단단해져 갈 때
어머니의 몸은 활처럼 휘어지고
어머니의 마음 밖으로 나간 나는
어머니의 일생에 손톱 밑 가시로 박혀 살았다
어머니의 유택은 볕 잘 들고 바람길 막힘 없는 자리에 모셨지만
어머니가 나를 키운
어머니의 가슴이 내겐 천하제일의 명당임을 알겠다
딸과 어린 손자를 보면서
이제 사 철들어 가는 철없는 내가 보인다
황재임 기자 / gbn.tv@hanmail.net입력 : 2016년 12월 15일
- Copyrights ⓒGBN 경북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포토뉴스
시로 여는 아침
청명하던 하늘 먹구름 몰려와 빗줄기 우두둑우두둑.. 
극장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쏟아져나오고 피부에서 붉은빛이 번져 ..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다 텅 빈 복도에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는다 방으로 .. 
최동호 교수의 정조대왕 시 읽기
정조는 1752년 임신년에 출생하여 영조 35년 1759년 기묘년 2월..
상호: GBN 경북방송 /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중흥로 139번길 44-3 / 대표이사: 진용숙 / 발행인 : 진용숙 / 편집인 : 황재임
mail: gbn.tv@daum.net / Tel: 054-273-3027 / Fax : 054-773-0457 / 등록번호 : 171211-00585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1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진용숙
Copyright ⓒ GBN 경북방송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