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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시인 - '나는 아무래도 무보다 무우가'

'나는 아무래도 무보다 무우가'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0년 07월 11일
나는 아무래도 무보다 무우가



김 선 우





무꾸라 했네 겨울밤 허리 길어 적막이 아니리로 울 넘어오면

무꾸 주까? 엄마나 할머니가 추임새처럼 무꾸를 말하였네

실팍하게 제대로 언 겨울 속살 맛이라면 그 후로도 동짓달 무꾸 맛이 오래 제일이었네



학교에 다니면서 무꾸는 무우가 되었네 무우도 퍽 괜찮았네

무우-라고 발음할 때 컴컴한 땅속에 스미듯 배이는 흰 빛

무우밭에 나가본 후 무우-땅 속으로 번지는 흰 메아리처럼

실한 몸통에서 능청하게 빠져나온 뿌리 한 마디 무우가 제격이었네



무우라고 쓴 원고가 무가 되어 돌아왔네 표준말이 아니기 때문이라는데.



무우-라고 슬쩍 뿌리를 내려놔야 '무'도 살만 한 거지

그래야 그 생것이 비 오는 날이면 우우 스미는 빗물을 따라

잔 뿌리 떨며 몸이 쏠리기도 한 흰 메아리인 줄 짐작이나 하지



무우밭 고랑 따라 저마다 둥그마한 흰 소 등 타고 가는 절집 한 채씩이라도 그렇잖은가

칠흑같은 흙속에 뚜벅뚜벅 박힌 희디흰 무우사 寺.

이쯤 되어야 메아리도 제 몸통을 타고 오지 않겠나





*김선우-1970년 강원도 강릉 출생

1996년 창작과 비평으로 데뷔

시집<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등





<시 감상>



무우에서 흰 메아리로 흰 메아리가 다시 흰 소로 마침내 칠흑 같은 흙속에 무우寺 절 한 채 짓는

이 시인의 놀라운 상상력을 보십시오. 표준어로 경직된 우리 가슴에 우우 흰 메아리를 울리는

이 떨림은 시에서가 아니면 결코 맛보지 못하는 감동이지요.

무우, 무우 자꾸 되뇌이면 그 비린 듯한 날 것의 맛이 입안 가득 푸르게 배어나오는 걸 느낍니다.

-김영식 시인(강원일보 신춘문예 및 현대시학으로 등단)
김광희 기자 / 입력 : 2010년 0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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